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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새해예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by 호호^.^아줌마 2008. 12. 16.

데스크 칼럼


새해예산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새해 나주시 살림의 근간을 이루는 2009년도 세입․세출예산안이 나주시의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과정에 88억 원 삭감된 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사실 지방의회는 예산안에 대해서 조정하거나 증액, 신설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유일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삭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단순업무에 지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예산심사를 가까이서 지켜보노라면 한편의 역전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 특히, 예산심사 과정에서 하이라이트는 ‘막판 뒤집기’다. 이번 예비심사과정에서도 이 ‘막판뒤집기’는 적중했다.

당초 상임위원들은 4일부터 10일까지 닷새 동안 예비심사를 한 뒤 삭감조서를 만들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기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튿날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삭감조서는 나오지 않았다.

몇몇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의회 사무실과 복도를 서성이며 “일을 하라는 거여, 말라는 거여”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의원들이 나타나자 곧바로 “의원님” “아제” “형님”까지 들먹이며 읍소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풍속도다.

이러는 와중에 의원들 사이에서는 “예산 삭감하는 것을 즐기냐” “애써 깎은 예산 살려주려고 발버둥 치느니 의원 배지 떼고 공무원 하라” 서로 비아냥거리는 모습까지 나온다.

이렇게 한차례 진통 끝에 나온 예산삭감조서를 살펴보니, 시민들 모아놓고 잔치 벌이는 축제 예산이 우선적으로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부서별 업무추진비는 전체적으로 40% 수준에서 삭감됐다. 농민단체 행사비며 운영비 등은 반타작 수준에, 농업인 마을공동 급식지원 사업비는 아예 싹둑 잘렸다.

하지만 의원들은 ‘제 살 깎는 아픔’에 여전히 미숙하다. 의원해외연수 명목으로 3천5백만 원이 잡혔는데 천만 원 깎고 2천5백만원을 살려뒀다. 내년에는 경기가 더 어려워진다는데, 외환수지도 더 악화될 조짐이라는데 외유에 대한 미련을 고감하게 버릴 용기는 없었던 걸까?

의원들은 예산을 깎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예산의 편성, 집행, 사후관리 등 전반에 걸쳐서 각종 낭비요소나 불요불급한 경비를 아끼고, 지방세․세외수입 등 수입을 확충해서 새로운 투자재원을 확보하자는 뜻이 아니던가?

절감을 통해 확보된 예산은 지역경제 살리기와 서민생활안정, 일자리 창출 등 지역현안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그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시의원들은 어떤가? “추경 때 봅시다” 추경이 어디 깎았던 예산 다시 살려주라는 추경인가? 예산을 깎는 이유도 모르고 칼질하는 의원들이나, 무슨 감정이 있어서 예산이 깎인 양 호들갑을 떠는 공무원들이나 과연 이게 ‘내 집 살림이라면?’ 하는 생각을 해본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