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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홍어의 무한도전 “내장에서 껍질까지 버릴 거 없어”

by 호호^.^아줌마 2009. 1. 22.

신년기획…지역경제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③  

 

홍어의 무한도전 “내장에서 껍질까지 버릴 거 없어” 


나주홍어연합회 강건희 회장 “홍어산업, 이제 시작이다” 

잔칫상 메뉴에서 과자, 화장품, 건강보조식품까지 다양 


 

제철만난 영산포 홍어

 

입안을 톡 쏘며 혀끝에 감도는 알싸한 맛, 목과 코가 뻥 뚫리는 개운한 맛, 일단 맛을 들인 사람은 꼭 다시 찾게 되는 남도의 맛...

그렇다. 바로 전라도 홍어맛이다.

매 끼니마다 먹는 음식은 아니지만 잔칫날이나 귀한 손님이 오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찾게 되는 홍어가 제철을 만났다. 영산포 홍어의 거리는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택배차량과 홍어를 사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30여개 홍어상회가 모여 있는 홍어의 거리에서는 연일 ‘즐거운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다른 지방에서는 홍어를 대부분 기호식품으로 먹지만 전라도에서는 차롓상에 올리는 제수용품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홍어의 거리를 찾는 손님도 늘고, 택배량도 평소의 4~5배가량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숙성홍어의 발원지, 영산포

숙성홍어는 고려 말인 1360년대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363년 흑산도 이주민들이 영산포에 정착한 이래 600년 이상 흑산도의 홍어가 영산포에 들어와 “나주인근 고을의 사람들은 썩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는 문구가 책에서도 나올 만큼 숙성홍어로는 알려진 고장이었다.

하지만 뱃길이 끊어진 1976년 이후로는 영산포가 수산물의 집산지로로 기능을 상실하면서 홍어의 상권은 광주와 목포 쪽으로 넘어갔다.

설상가상으로 1989년 7월 25일의 대홍수로 인한 영산강의 범람은 영산포의 홍어 상권을 암흑기로 몰아넣어 겨우 명맥만 유지할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1997년 나주문화원에서 발행한 ‘내 고향 나주의 특산물 한마당 편’과 2001년에 발행한 ‘영산강 유역의 중심 나주의 특산물 편’에도 영산포 숙성홍어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1997년 영산포 선창의 한일수산이 상호를 영산포식품(주)으로 변경하고 수입산 홍어를 이용, 국내최초로 소포장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전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 판매를 하면서부터 침체기를 겪던 영산포 홍어는 제2의 전환기를 맞게 됐다.

그때까지 국내 숙성홍어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광주 양동시장과 목포 동명동시장은 영산포라는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시장 점유율에서 변화를 맞게 된다.

영산포 숙성홍어는 전국 마트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면서 한국 교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미국에도 수출을 하고 있다. 매출의 증가와 치열한 경쟁은 품질의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낳아 숙성홍어는 다른 식품 관련 제품들과 비교를 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했다.

아울러 홍어의 거리에는 현재 30여개 홍어 가공업체가 성업을 하는 가운데 전국제일을 자랑하고 홍어전문식당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버릴 것 없는 홍어, 그러나...

그러나 숙성홍어를 제외한 홍어 다른 가공분야는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품산업과 관련해서 정부의 어느 기관에도 홍어에 관한 전문가가 없다. 홍어는 어느 부분도 버릴 것이 없는 기능성이 많은 어류이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부산물이 활용되지 못한 채 음식물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다.

몸통을 중심으로 한 뼈와 그에 붙어 있는 살과 껍질, 내장, 탈피한 홍어 껍질, 등으로 각 부위는 모두 기능성을 달리 하고 있는데 껍질은 콜라겐의 보고(寶庫)이며, 뼈는 황산콘드로이틴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살은 지방이 거의 없는 단백질만으로 구성되고, 내장 또한 양질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활용되지 않는 부산물들을 이용한 새로운 기능성 식품의 개발은 현재 숙성홍어로 대표되는 홍어 가공산업을 한층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귤이 회수(淮水) 건너면 탱자가 된다지만    

수입홍어 영산포 거치면 ‘명품홍어’로 거듭나”


숙성홍어는 선조들의 신기술과 창조적 사고의 산물

나주시홍어연합회 강건희(60․영산홍어 대표) 회장의 홍어 예찬은 남다르다.

“홍어는 숙성을 통해서 맛을 얻기 때문에 그 어떤 생선도 따라올 수 없는 깊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홍어에 맛을 들인 사람들은 다시 찾게 되는 것이죠.”

아울러 수백 년 전 나무 조각배를 타고 영산포에서 흑산도 앞바다까지 나가 고기를 잡고 다시 영산포까지 돌아오는 물일을 해온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영산포 홍어가 존재하게 됐다는 것.

그리고 홍어를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썩어 먹지도 못하는 것을 팔러 다닌다”며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등짐으로 또는 머리에 이고 다른 지방에까지 가서 그 맛을 전파시킨 선조들의 열정이야말로 ‘에스키모인에게 냉장고를 파는 것’ 이상의 영업적인 성과였다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영산포선창번영회를 출범시켰던 홍어상인 30여명이 지난 2007년 홍어연합회를 결성했다.

영산포 홍어를 단순히 생계유지의 수단이 아닌 나주배에 버금가는 지역 특산물로 육성하자는 포부를 다짐하고 있다.

물론 영산포 홍어의 대부분의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 외국산이다. 과거 홍어축제를 치르면서 “수입홍어로 잔치를 한다”는 빈축을 사기도 했던 탓에 수입홍어를 지역 특산물로 부각시킨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영산포 홍어상인들은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지만 외국산 홍어가 영산포에 들어와 숙성과정을 거치면 그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명품홍어’가 된다”고 자부하고 있다.


2010년 향토산업육성사업 선정

이같은 열정을 계기로 영산포 홍어 산업화사업이 얼마전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관한 2010년 향토산업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날개를 달게 됐다.

이 사업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개년에 걸쳐 총 사업비 30억 원이 투자될 계획이며 국비 50%, 지방비 30%, 자부담 20% 비율로 매년 10억 원씩 투자해 사업을 추진한다.

홍어연합회는 이를 발판으로 삼아 홍어산업에 유통시설 현대화와 홍어식품 개발, 홍어인력  육성, 마케팅 강화 등과 함께 홍어단지 모델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 나주 홍어의 활로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향토산업육성사업 계획은 홍어연합회에서 사업계획서를 작성, 전국 30개 사업 중 하나로 선정돼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는 의미를 더하고 있다.


홍어산업, 어디까지 가능한가?

 

홍어가공업계는 수 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숙성홍어, 홍어무침, 홍어찜 등을 현대인의 성향에 맞추어 제품의 품질을 다소 향상시켜 용기재질을 바꾸거나 소포장을 하여 40대 이상의 소비자를 주 고객층으로 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젊은이나 신세대들이 좋아할만한 제품의 개발은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현재의 홍어관련 식품의 매출증가는 업계의 노력보다는 전라남도의 특산품이라는 점과 홍어의 기능성에 기인한 부분이 많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홍어가공식품의 시장 잠재력은 대단히 크다는 것이 강 회장의 진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의 현대화가 우선 과제라고 말하는 강 회장은 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평가하는 국제적인 인증인 HACCP(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직까지 HACCP 인증을 받은 홍어가공시설이 한 곳도 없다는 것.

이와 함께 홍어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홍어 관련 업체들이 한마음이 되어 홍어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단체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그래서 이 단체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시식회 행사를 하거나 광고나 홍보를 함은 물론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식품 전문가를 초빙하여 자문을 구하는 등의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국내에서 홍어 특허관련 출원이나 등록을 한 내용을 찾아보면, 홍어 연골로부터의 콘드로이틴 추출방법, 홍어로부터의 콜라겐 추출법, 젤라틴 추출법, 항고혈압 활성을 갖는 내장추출물, 홍어추출물의 용도, 항산화 기능성 홍어 간유 및 그 제조방법, 홍어첨가에 의한 김치의 숙성 및 저장 연장방법, 홍어연골로부터 기능성 제품을 생산 후 발생하는 잔류물을 이용 칼슘제 제조법 등이 있다.

이같은 결과는 홍어가 단순한 식탁용 메뉴를 뛰어넘어 의약품, 기능성식품, 화장품, 음료, 김치, 과자 등 다양한 산업에도 접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여러 분야로 홍어의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만큼 홍어산업의 미래가 밝다는 것으로 나주지역경제의 청신호가 될 것이다. / 김양순 기자


 

 * 홍어는 버릴 것 없는 영양소의 보고(寶庫)라며 이를 지역경제 발전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나주홍어연합회 강건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