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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르포… 미래산단, 미래는 있는가?

by 호호^.^아줌마 2009. 3. 8.

르포… 미래산단, 미래는 있는가?


미래산단 예정지 때늦은 농사채비 ‘분주’

원주민들 “늦어지더라도 꼭 돼야할 것인디….”

시, 영농비 긴급 지원, 대체 업체 선정 ‘부심’

 

나주시가 민간투자방식으로 추진해 온 ‘나주미래일반산업단지(이하 미래산단)’ 조성사업이 금융위기 여파로 추진이 불확실해지면서 주민들이 때늦은 영농채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4일 미래산단 예정지인 왕곡면 덕산리와 동수동 일대 주민들은 지난해 마지막 가을걷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해두었던 논밭과 과수원을 건사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이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황 모(80·왕곡면 덕산리 1구)노인은 “시에서 지금이라도 농사를 지으라고 해서 어제, 오늘 이틀째 혼자 밭에 김을 매고 있다”고 말하며 “내가 사는 마을은 산단에 포함이 안되기 때문에 집 걱정은 안했지만, 그래도 이 밭이 산단에 들어가면 농사를 못 짓게 될까봐 땅 한마지기라고 사려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는데 헛일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가운데 마을 과수원에서는 요란한 전기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미 자랄 대로 자라버린 배나무 가지들이 뒤엉켜있어 전정(가지치기)작업을 해야 하는데 수작업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전기톱 같은 장비가 동원된 것이다.


한 과수원에서는 광주에서 왔다는 인부 서너 명이 벌써 며칠 때 가지치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루 일당이 11~12만원이라는 말에 “모두 농민들이 부담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주민대책위에서 일괄적으로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다.


이런 가운데 마을전체가 산단에 포함돼 올해 안에 마을을 떠날 것으로 알고 있던 주민들의 허탈감은 더욱 컸다.


1981년도 여름 끝자락, 상중에 태풍이 몰아닥쳐 집과 재산을 모두 앗아간 뒤 정처없이 떠돌다 정착하게 된 곳이 구기촌이라고 밝힌 윤복현(82)할아버지와 이업례(72) 할머니 부부.

벌어먹을 논밭이 없어서 남의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지으면서 4남매를 키워내고, 초가삼간으로 시작한 살림을 불려 120평 남짓한 집도 마련해 이제 이곳에 뼈를 묻게 되려니 했다가 미래산단에 통째로 내주고 떠나게 됐다며 한숨짓던 이들 노부부도 산단조성이 늦어진다는 소식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속인지 모르겠다”며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윤 할아버지는 “우리야 어차피 나주가 발전하는 길이라 해서 마음을 비운 상태인데 뭘 더 바라겠느냐”며 “늦어지더라도 계획대로 산단이 들어서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면 좋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같은 바람이 과연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지금쯤 토지보상과 실시계획을 거쳐 공사 일정이 나와야 하나 미래산단의 중심축에 서 있던 ㅅ건설 등 민간투자자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중단되면서 불투명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상황이 나주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 위축으로 민간투자로 추진 중인 전남도내 20여개 일반산업단지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2월말 현재 전남지역에서 민간투자로 조성 중이거나 계획 중인 일반산업단지는 22개(국가산단 1개 제외)이고, 이들 가운데 장기계획인 4개를 제외한 18개가 추진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담양산단의 경우 산단 개발업체가 사업계획을 철회했으며 장흥 회진과 보성, 곡성산단 등은 민간개발업체를 찾지 못해 사업시기를 조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주시는 긴급하게 영농지원비로 3억8천만원을 편성, 주민들이 올 농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서는 이같은 처방이 단방약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미래산단의 미래를 기약할 수없는 상황이다.

/김양순 기자 ysnaju@naver.com


 

<사진설명>

미래산단에 대한 주민보상이 무기한 연기된 가운데 나주시가 영농지원비 3억8천만원을 긴급 편성해 주민들의 농사채비를 돕고 있다.

 

<사진설명>

전남도의회 나종석 의원과 나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위원장 김판근)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26일 미래산단주민보상대책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주민대표들과 토지보상이 무기한 연기된 데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