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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남도 장터의 추억

by 호호^.^아줌마 2009. 3. 20.

3월 20일 남도투데이

-느티나무 아래서-


남도 장터의 추억


Ann> 삶이 고달프다 싶어질 때면 새벽시장을 가보라는 얘기... 가끔 듣는 얘긴데요, 이른 새벽부터 분주하게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삶의 원동력을 얻게 된다는 의미겠죠?


Ann> 그런데 또 가장 남도다운 삶의 현장을 보고 싶다... 할 때도 시장을 찾는다는 분들 계시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남도의 추억과 남도인들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남도의 장터로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남도문화관광해설가인 나주뉴스 김양순 편집국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Ann> 남도가 시골장, 그러니까 닷새마다 한번 열리는 이 오일장의 원조라는 얘기가 있어요? 어떤 얘깁니까?


김>오일장은 조선시대 전기, 농업이 번성했던 전라도 지역에 기근이 발생하자 문신이었던 신숙주의 주장으로 서게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전라도 일부 지방에서 성행하던 장시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그 수가 번성해 17세기 후반에는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것인데요, 이때 보부상들이 물품을 짊어지고 시장과 시장을 도는 시간이 5일 정도 걸려서 오일장이 됐다는 설도 있고, 오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이 가장 많아서 오일장이 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Ann> 그런데 시골장 하면 노래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얼른 ‘화개장터’가 떠오르는데요, 장에 대한 얘기가 참 많죠?


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해진 봉평장도 그렇고, 이 시대 최고의 소리꾼으로 손꼽히는 장사익의 5집 앨범 <사람이 그리워서> 타이틀곡이 ‘시골장’이라는 곡인데,  ‘사람이 그리워 시골장은 서더라’하는 노랫말을 담고 있는 이 노래는 정겨운 시골장의 풍경을 중모리장단의 소리북에 얹어 구성지게 풀어낸 곡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 <그리운 장날>이라는 책인데, 사진작가 이흥재 씨가 10년 남짓 전국의 장터를 돌며 장에 나온 사람들, 장터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고, 시인 김용택 씨가 글을 달았더군요.

그런데 이 흑백사진 속의 인물들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

물건을 고르거나 손님을 기다리고, 흥정도 하고, 따뜻한 국수 한 그릇, 술 한 잔을 나누기도 하면서 장날을 보내는 그런 모습인데요, 제가 어려서부터 봐온 장날의 그 모습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더군요.


Ann> 자, 그럼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남도의 시골장, 오늘도 장이 서고 있겠죠?


김> 먼저, 오늘이 13일이니까 나주에서는 다시장이 서는 날이고요, 여수 덕양장, 강진에서는 마량장과 병영장이 서는 날이고, 화순도 오늘 새벽 소시장과 함께 장이 서는 날입니다.

그리고 곡성장도 상당히 크게 장이 서는데요, 곡성장 하면 돼지똥국이 명물이죠?

제가 한 3년 전에 곡성장에 들러서 이 돼지똥국을 먹어봤는데요, 아무튼 제가 먹어본 돼지고기 음식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입니다.

이름이 좀 그래서 그렇지 실제는 ‘가마솥 시래기 곱창국’이죠. 똥국이란 말은 원래 돼지국이라는 뜻의 ‘돈국’이었는데 ‘구린내가 살짝나는 곱창국’이라고 해서 부르는 별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는 순대 한 접시에 오천원, 국밥 한 그릇에 삼천원이었는데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네요?


Ann> 오늘처럼 날씨가 포근한 날, 아이들과 함께 이런 시골장으로 봄나들이 삼아 장을 보러 가보는 것도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장터사람들이 바로 우리 남도인 아니겠습니까?


김> 그렇습니다.

해남 땅끝에서 배를 타고 찾아간 완도 노화장은 2일과 7일에 장이 서는데요, ‘돈 되는 자리’를 맞추기 위해서 새벽4시부터 나오는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장터가 따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보길도로 가는 이목항 길목 2차선도로 양쪽으로 줄줄이 앉아서 장이 서는데, 한 20년 전에 도로 확포장 공사를 하면서 장터가 사라졌는데 장터사람들은 여전히 이곳에 모여들어 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죠.

아침 7시에 첫배가 보길도 청별항에서 이목항으로 들어오는데, 노화장은 오일장이 없는 보길도 사람들의 장이기도 합니다.

노화장은 50년대에 생겼는데, 농산물, 수산물 뿐만 아니라 송아지장, 돼지새끼장, 병아리장 같은 가축시장까지 있었다고 하고, 노화장은 점심시간이 지나며 파장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2차선도로는 말끔히 정리됩니다.


Ann> 그런데 요즘은 재래시장의 기능을 살리면서 좀 더 색다른 모습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장들도 있죠? 장흥토요시장 같은 경우는 꽤 유명하던데요?


김> 장흥의 또 다른 이름이 정동진이죠? 장흥군이 3년 전 재래시장을 헐어서 만 5천 평방미터부지에 실내매장과 아케이드를 설치하고, 주차장과 화장실 등을 갖춘 현대식 전통시장을 만든 것이 바로 정동진토요시장인데요, 오일장이 아니라 7일장이 되는 셈이죠.

장 주변에서는 품바와 각종 풍물놀이, 노래자랑 등을 펼칠 수 있는 상설공연장을 갖춰서 장이 열리는 내내 문화행사가 열리고, 다슬기잡기, 맨손민물고기잡기 같은 체험행사를 철철이 준비하다보니까 사라져가는 5일장과 전통시장의 융합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새로운 풍속도가 난전의 할머니들이 명찰을 목걸이로 차고 있었는데요, 그게 뭐냐는 질문이 할머니 한 분이 “클나부러 요거시 없으믄 여그 앉아 있지도 못한당께, 딴 건 못 챙겨도 요 명찰은 차고 나와야 혀, 요거시 밥줄이랑께”

제가 작년 가을에 이곳에 갔다가 올벼쌀을 사려고 “이거 중국산 아니죠?” 그랬더니 할머니 답변이 “여그선 중국산 내놨다간 목아지 댕강이여” 이러시는 겁니다. 이러시는데 어떻게 안 사고 배기겠습니까?

옛 장터의 모습은 아니지만 먹을거리, 살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한 풍물시장의 원조가 바로 이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한곳이 바로 구례장인데요, 상당히 큰 장입니다. 구례장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건물의 형태가 전부 한옥인데 아케이드가 그 사이사이를 보기 좋게 이어가며 5일장의 옛 모습과 현대적인 시장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구례장은 전봇대만 없다면 당장이라도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수 있는 영화 세트장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 곳 구례장의 명물, 바로 대장간인데요, 40년이나 된 이 대장간은 간판도 없이 낫이며, 호미, 쇠스랑을 직접 만들어 팔고 있는데, 아마도 지금 운영하시는 분이 이 시대 마지막 대장장이가 되지 않을까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남도의 장터에는 이렇게 이 시대 마지막 남도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 한 둘은 꼭 게시더군요.


Ann> 그런데 이런 재래시장들이 시골에만 있는 건 또 아니죠? 광주에도 몇 군데 있던데요?


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앞에 있는 송정장, 오늘 한창 열리고 있겠는네요,

1910년대에 조성된 송정장은 예나 지금이나 나주, 함평, 영광, 목포 등지에서 상인들이 몰려드는 전국 재래시장 가운데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고, 요즘도 하루 5만명 정도 찾는다고 하니까 상당히 큰 장입니다.

송정장은 오전에는 농촌 사람들이 많고 오후 3시부터는 도시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고 하는데 직장인들을 위해서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광주 인근에서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생선, 과일 등이 풍성하다고 하는데, 오후에 나오면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뭐, 이건 다른 장들도 비슷한 거 같고요.

특히, 송정장은 생선과 젓갈류를 알아준다고 하는데요, 유서 깊은 옛 전통장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모습을 가미를 해서 도심 속 시골장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는 전국 몇 안 되는 장입니다.


Ann> 일년 365일 열려있는 대형 할인점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오일장은 특별한 추억과 기대를 갖게 하죠? 따뜻한 봄날 남도인의 삶의 정취가 살아 숨쉬는 시골장, 좋은 구경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장터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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