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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입맛 돋우는 남도의 봄음식

by 호호^.^아줌마 2009. 2. 20.

2009년 2월 20일 남도투데이

-느티나무 아래서-


입맛 돋우는 남도의 봄음식


Ann> 절기상 입춘과 우수가 지났으니 이젠 봄이라고 할만도 한데 꽃샘추위 때문인지 아직은 쌀랑하다는 느낌이 많이 들죠?


Ann> 하지만 시장에는 벌써 쑥이며 달래, 냉이 같은 봄나물이 가득한 것을 보면 봄은 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남도의 문화와 전통을 찾아 떠나는 <느티나무 아래서>, 오늘은 입맛을 돋우는 남도의 봄나물, 봄 먹을거리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전라남도문화관광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주뉴스> 김양순 편집국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Ann> 벌써 봄나물이 나오고 있나요?


김> 어제가 나주장, 오늘은 영산포장인데요, 어제 퇴근길에 나주장에 들렀더니 파장 무렵인데도 달래, 쑥, 냉이 같은 봄나물이 많이 나왔더군요.

요즘은 사시사철 봄나물이 나오긴 합니다만, 그래도 제철에 만나는 봄나물이라 더 반갑더군요.


Ann> 예전에는 봄나물을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직접 캐서 먹지 않았습니까? 아마도 맛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데, 어떤가요?


김> 작년에 선보인 소설가 공선옥 씨의 산문집 <행복한 만찬>이라는 책을 보면,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고 자란 공선옥 씨가 어린 시절 봄 내내 나물을 캐러 들로 산으로 쏘다녔던 얘기가 나오는데요,

책의 한 구절을 살펴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설날 쑥떡을 먹으면서 마음은 벌써 들판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그 누가 알까.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나와 내 동무들뿐. 그래서 겨우 정월보름 지난 들판으로 봄이 지금 어디만큼 왔을까를 가늠하러 나갔던 것이다. 그러면서 불탄 자리를 괜히 후벼보는 것이다. 그러면 거기 거짓말처럼 쑥이 쏘옥 고개를 내밀고 있었으니…, 그때 비어져 나온 눈물은 도대체 기쁨의 눈물이었는지 슬픔의 눈물이었는지, 아니면 둘 다였는지 나와 내 동무들은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었다. 다만 우리는 그해 봄에도 쑥을 캤을 뿐, 조선 쑥을 캤을 뿐. 조선 중에서도 전라도 촌가시내들이었던 우리는.


이런 내용입니다. 저나 이 방송 들으시는 40대 중년 이상 되신 분들은 아마도 “아하, 나도 그때 그랬지?”하는 생각 드실 겁니다.

어린 시절 우리가 먹고 자란 음식들은 이렇게 바람과 공기와 햇빛을 자양분 삼아 자연에서 자란 것들이었죠.

며칠 전 날씨가 포근할 때,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나주 산포들을 지나가다 보니까 봄나물 캐는 분들 모습이 몇 분 보이더군요.


Ann> 정말 얘기를 듣고 보니 입맛이 확 돋는데요, 이렇게 봄을 맞아 먹을 수 있는 전라도 음식, 봄나물...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김> 봄나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겨울 속에서 봄의 맛을 느끼게 하는 게 바로 봄동 겉절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봄동은 겨울배추를 수확하고 밭에 남아있던 배추 뿌리에서 나오는 싹으로 속이 차지 않은 어린배추를 말하는데요, 요즘은 아예 가을배추를 수확하고 난 뒤에 씨를 뿌려 봄동을 재배하는 곳도 있습니다.

요즘 진도에서는 이렇게 재배한 봄동 수확이 한창인데요, 특히, 진도에서 나오는 봄동이 제 맛이라고 하더군요.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진도의 봄동은 가을배추 보다 약간 두껍지만 줄기와 잎 부분이 부드러워 생채로 즐기면 한결 맛이 좋고, 또 된장국이나 나물무침 등으로 요리하면 구수하고 진한 향이 일품이어서 소비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진도 봄동이 웰빙식품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올해는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요, 사 먹는 소비자들에게는 불만이 될 모르겠지만 농가에서는 농한기에 짭짤한 부수입이 되고 있다고 하니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도군에서는 농특산물 포장재 제작 지원사업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등 농가소득원으로 봄동재배농가를 육성해 나가고 있다는 군요.


Ann> 그런데 아무래도 봄나물 하면, 대표적인 게 달래, 냉이 아닙니까? 그런데 요즘은 냉이를 아예 농가 부업으로 재배하는 곳이 있다죠?


김> 역시 바다를 끼고 있는 해남, 강진에서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라 맛과 향이 뛰어난 냉이 수확이 한창입니다.

봄철 입맛을 돋우는 냉이가 평년 기온을 웃도는 따뜻한 겨울날씨 덕분에 출하량이 부쩍 늘었다고 하는데요, 냉이 재배농가들은 지난 겨울은 냉해를 입지 않아 냉이 뿌리가 건실하고 향도 아주 좋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봄나물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냉이는 그 독특한 향과 맛이 뛰어나 춘곤증을 예방하고, 위장질환, 고혈압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육지에서 자란 냉이도 맛이 있습니다만, 해남, 강진처럼 바닷가에서 자란 냉이는 비옥한 황토에서 청정 갯바람을 맞고 자라 맛과 향이 다른 지역 것보다 더 진하고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환절기 건강식품으로 제격입니다.

냉이는 4월초까지 출하될 예정인데요, 채소 중에서 단백질의 함량이 가장 많다고 하고, 칼슘, 철분이 많은 알카리성 식품인데다 특히, 비타민 A가 많이 함유돼 있어서 좋다고 합니다.


Ann>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요즘 같은 계절에 먹을 수 있는 남도의 대표적인 먹을거리,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 1월은 아무래도 채소가 귀한 계절이긴 합니다만,  당근, 우엉, 연근 정도가 제철 채소라고 할 수 있죠. 해산물로는 굴, 패주, 가자미, 대구 들을 꼽을 수 있고, 짭조름하게 조린 우엉과 연근 조림, 대구탕, 삼치구이 등이 식탁에 자주 오르는 땝니다.


2월 들어서는 봄동과 참취, 고비 등이 나는 시긴데요, 대게 무치거나 볶아서 먹습니다.

해산물로는 다시마, 파래, 홍합, 홍어가 체철이고, 다시마쌈, 파래무침, 홍합탕, 홍어찜 등이 대표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월은 말 그대로 봄나물이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쑥, 냉이, 달래 등을 무쳐서 내면 식탁에 봄 향기가 넘쳐나죠. 여기에 한창 물이 오른 바지락과 대합, 꼬막을 끓이거나 무쳐서 내면 갯내음이 입안 가득해지죠.


봄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4월부터는 먹을거리가 그만큼 풍성해지고 가짓수도 다양해지죠. 등산 삼아 산에 오르던 길에 고사리며, 더덕, 두릅, 죽순 같은 산나물을 한웅큼씩 채취해오는 분들 보게 되는데, 아직은 봄나물들이 어려서 제 맛은 아니지만 새로 캔 봄나물들 한 웅큼 얹어서 고추장에 참기름 듬뿍 넣고 비벼 먹으면 그맛이 일품일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TV에서 봤는데, 봄나물에는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아서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체내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탁월하다고 하더군요.

냉이, 달래를 넣고 끓인 구수한 된장찌개까지 곁들여 진다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꽃샘추위 정도는 너끈히 견뎌낼 수 있겠죠.

이렇게 말씀드리면서도 봄이 벌써 혀끝에서 느껴집니다.



<시간 남으면...>


Ann> 남도는 발길 닿는 곳마다 ‘맛의 성지’라고 할 정도로 먹을거리가 풍부하지 않습니까? 특히, 요즘처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제 맛인 음식들을 들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가요?


김> 남도여행이 즐거워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풍부한 먹을거리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언제 먹어도 좋겠습니다만 요즘 제 맛이 나는 지역 음식 몇 가지만 골라봤습니다.


무안=볼거리보다 먹을거리가 많은 고장. 산낙지를 민물로 수차례 씻어 낙지를 잠시 기절시킨 뒤 먹는 기절낙지와 볏짚에 익히는 돼지짚불구이가 대표적인 별미. 여기에 양파 한우고기, 명산 장어구이, 도리포 숭어회 등을 덧붙여 ‘무안 5미(味)’라 부릅니다.


함평=육회비빔밥을 맛봐야 합니다. 지금도 큰 우시장이 서는 함평읍내에 식당이 여럿 있는데, 암소만 사용해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우생고기와 육회 한 접시 곁들여 지면 임금님 수랏상이 부럽지 않다는 분들도 있더군요.


담양=국내 최대의 죽물산지로 별미는 죽순회. 죽순찜, 죽순나물, 죽순된장국 등 다양한 죽순 요리가 개발됐으며 대나무통밥에 대잎술 한잔 곁들여도 좋겠고, 갈빗대에서 발라낸 갈빗살을 토닥토닥 칼로 저며 은근한 숯불에 구워내는 떡갈비도 일품입니다.


구례=구례의 음식은 단연 산채요리. 지리산 자락에는 ‘아흔 아홉 가지 나물 노래를 알면 3년 가뭄도 넘길 수 있다’는 속담도 있는데, 스무 가지 남짓한 산나물을 정갈하게 내놓는 산채전문 음식점은 화엄사쪽에 즐비합니다.


장흥=장흥의 최고 별미는 바지락회. 안양면 수문포해수욕장 일대에서 먹을 수 있습니다.

깐 바지락에 파·마늘·양파·참기름·고추장 등 갖은 양념과 식초를 버무려 먹는데, 살짝 구워낸 키조개도 유명합니다. 장흥 용산면 상발리 남포마을에는 석화구이집이 몰려 있습니다.


해남=표고산적과 자외젓이 유명하고, 참게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강진군수가 대합자랑을 하면 해남군수는 참게자랑을 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


진도=간재미회와 구기자식혜가 대표 음식. 간재미는 가오리를 뜻하는데 사시사철 맛볼 수 있지만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겨울철이 제 맛. 지역 전통주인 홍주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고.


나주=나주에서 배만큼 유명한 것이 곰탕. 옛날 나주읍 장터에서 팔던 곰국에서 비롯된 나주곰탕은 양념장을 쓰지 않아 국물이 맑고 담백한 것이 특징인데요, 어제 점심나절에 광주에서 일부러 곰탕을 드시러 나주를 왔다는 분을 만났는데, “광주에도 곰탕집이 많은데 여기가지 왔느냐” 물어보니까 “다른 곳에서 먹는 곰탕은 그냥 곰탕이지, 나주곰탕이 아니지 않느냐”고 대답하더군요.

요즘은 어디에서든 남도의 대표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만, 본래의 음식 맛을 느끼려면 역시 그 본고장을 찾아가서 먹는 것이 제 맛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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