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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허걱 -.-;; 생선가시가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by 호호^.^아줌마 2009. 3. 26.

생선가시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세요?

얼마전 아침에 조기를 반찬으로 먹고 목에 가시가 걸린 것 같다며 찾아온 중년 남자가 있었습니다. 밥을 한숟가락 크게 떠먹어 보고, 억지로 토해도 보고, 별짓을 다해도 목에 걸린 느낌이 가시지가 않는다더군요. 그래서 내시경을 해보았죠.

 

조기 가시.jpg

목은 기도, 성대 등이 식도를 누르고 있어서 내시경이 들어가도 잘 안보입니다. 그래서 내시경 앞에 투명한 프라스틱 캡을 씌우고 후두부에 들어가서 본 사진입니다. 위 사진의 좌측에 보면 가운데 햐얀 가시가 보이죠? 그리고 오른쪽 사진에서 집게로 가시를 잡고 빼는 모습입니다. 다행이 이 환자분은 가시가 식도를 뚫지는 않았고, 가시의 날카로운 부분을 운 좋게 잘 잡아서 어렵지 않게 제거가 가능했죠. -> 이렇게' 행복한 결말(happy ending)'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늘 오전 내시경을 하는 날인데 외래 진료를 하는 선생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어제 매운탕을 먹고 부터 가슴이 아프다는  할머니가 왔는데, 아무래도 가시가 식도에 걸린 것 같으니 조심해서 내시경을 해달라고요.

그림5.jpg
허걱~~~. 식도 중간 높이에 넙적한 가시가 박혀 있네요. 이렇게 사방이 날카로운 생선뼈가 가장 골치 아프고, 무섭습니다. 가시가 박힌지 시간이 오래 경과한 탓인지, 좌측에 이미 구멍이 난 것 같더군요. 식도천공(파열)이 의심되는데, 사망률이 아주 높습니다. 식도 옆에는 심장과 대동맥 같은 중요한 기관이 있고, 입과 식도에 사는 세균들이 심장과 대동맥을 싸고 있는 막(종격동)에 염증을 일으키면 수술과 항생제 치료를 열심히 해도 사망률이 80%에 이릅니다.
 

그림6.jpg
기구를 이용하여 조심조심 제거에는 성공했습니다. 빼내다가 환자가 웩하고 구역이라도 하는 순간에 목과 같이 좁은 부위에 저런 날카로운 가시가 있으면...... 완전히 난리가 납니다. 피가 나는 정도가 아니라 식도를 완전히 뚫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좌측에 작은 구멍이 '뽕'하고 나 있죠? 식도가 터진 겁니다(정확히 말하면, 이미 터져있었던 거죠). 

그림7.jpg
일단은 클립(clip)으로 꼬매 놓았습니다. 그리고 CT를 찍어서 보았더니 역시 식도 옆으로 공기가 새어 나갔더군요. 식도천공이란 이야기입니다. 금식하고 항생제를 충분히 사용하고는 있지만 만일 열이 나면 큰 일인데 걱정이네요. 심장을 싸고 있는 막(종격동)에 세균에 의한 염증이 생기면,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망률이 아주 높거든요. 젊은 사람도 아니고 80세 노인이니 사망률은 더 올라가겠죠......
 

생선 가시가 목이나 가슴부위의 식도에 걸려서 식도천공이 생기고, 이에 따른 종격동 염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를 이따금 봅니다. 젊은 사람들도 간혹 이렇게 허망하게 죽는 경우를 본 담니다. 저희 (의사들)끼리는 '야~~. 기껏 생선 가시 하나 못 발러먹어 죽다니 얼마나 억울할까? 얘들아(전공의들), 일은 빨리해도, 밥은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라고 씁쓸하게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하고는 합니다.
 
동전 같이 뭉뚝한 물건이 식도에 걸려도 문제이지만, 생선이나 돼지 등뼈 같은 날카로운 물질이 식도에 걸리면 초응급상황입니다. 내시경으로 제거하든, 가슴을 열고 수술로 제거하든, 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시 이야기하지만, 초응급상황이므로 꼭 응급실로 가시기 바랍니다.'
http://im.docblog.kr/      의료와 사회 한정호(im.docblog.kr), 출처 포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가능
마바리 2009/03/25 18:42
  본과 2학년 때 매운탕 먹다가 가시가 목에 걸려서 약간 노력을 해보고 좀 이상해서 바로 근처 이비인후과로 달렸는데, 6시가 넘어서 문을 다 닫었더군요... -.-;

어쩔 수 없이 대학병원 응급실로... ㅠ.ㅠ

아가미 부분의 칼날 같은 가시가 piriform recess(?) 쪽에 걸려 있더군요...

목에 가시 걸린 사람치고 빨리 병원에 왔다고 하더군요.
(언제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다니는 관계로...^^)
닥터유 2009/03/25 19:48
  pyriform sinus 입니다 ^^
쳐발라 2009/03/25 18:59
  오~ 진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4년전에 목에 가시가 걸려서 고생했던 적이 있거든요. 4일 고생하다가 첫번째로 시립병원 갔었는데 무능한 의사였는지 아무 이상 없다면서 그냥 약 몇알 처방해주더군요. 1일 더 있었는데 너무 아파서 이번엔 가시 잘 뽑는다는 이비인후과로 멀리 찾아갔습니다. 이 의사분은 가시를 발견하고 핀셋으로 뽑아주셨어요. 내시경을 쓴건 아니고 그거, 꺾인 거울인가? 그걸로 보시면서 뽑더라고요. 정말 감사해서 인사 세번이나 드리고 왔죠.
쳐발라 2009/03/25 19:00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근대 이전의 시대 사람들이, 목에 가시가 걸리면 어떻게 되는건가요? 계속 못 뽑으면 죽었나요? 아니면 가시가 식도에 꽂혀있는 채로 녹을 수도 있나요?
fff 2009/03/25 20:01
  예전에 읽었던 왕조의 왕자의 일화인데 왕자가 태어나자 왕이 점괘를 봅니다. 근데 점괘가 아사(굶어죽음)이 나왔죠.. 그런데 왕이 통치할 때 곡실이 잘 여물어 굶어죽을 일은 없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왕자가 목에 가시가 걸려 물도 못마시고 굶어 죽었다고 하더군요 -.-;;
쫀독 2009/03/25 23:54
  그사람이 세종대왕의 다섯번째아들 광평대군입니다. 20살에 죽었죠.
어느 스님이 찾아와서 굶어죽는다고 했는데 아무리 나라가 기근이들고 힘든들 왕자가 굶어죽겠냐구 우습게 생각했었죠.
제가 광평대군 19대 손입니다...
깨비 2009/03/25 19:35
  며칠전에 저도 매운탕먹다가 목에걸려서 켁켁해두안되고 해서 밍원에갈려고고하니 느낌이좋은거같아서 안가봐는디요 지도밥수저놓을뻔햇네요
가시고기 2009/03/25 20:21
  옛어른들은 목에 가시가 걸리면 밥을 한숟가락 듬뿍 꿀꺽 삼키라 하셨잖아요. 저도 가시걸려서 그랬다가 더 아파서 이비인후과 가서 1시간만에 뺐습니다. ㅎㅎ
꿈쟁이 2009/03/25 21:01
  헐... 아이가 둘 있는데, 이녀석들 생선 먹다 가시걸려 병원에 가서 빼낸 게 한 녀석 당 한번씩 있습니다. 그 땐 웃어 넘겼는데... 웃을 일이 아니었군요... ㅡ.ㅡ 무서워라~~~
오... 2009/03/25 20:37
 
추천 한방 드렸습니다.
세소 2009/03/25 21:14
  세종대왕의 다섯번째 아들인 광평대군도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 그후로 밥을 먹지 못하고 굶어 죽었다고 하죠.
사진으로 보니 정말 무섭네요...;
-_-;; 2009/03/25 21:17
  이거이거 정말 무섭네요.
작년 가을에 전어구이를 통째로 먹었는데 꼭꼭 씹지 않으면 위험한 행동이군요. 식당아주머니께서 통째로 먹어야 고소하다고 그리 먹으라 권하셨는데...... 앞으로 멸치, 빙어 말고는 무조건 뼈를 발라내고 먹어야겠네요. 그러고 보면 뼈째썰기(세꼬시)한 회도 좀 그렇네요.
식도에 이물질이 걸리면 바로 응급실로! 명심하겠습니다.
갑부 2009/03/25 21:32
  정의의 선생님이시군요. 님같은 말빨의 사람이 있으니까, 세상은 살만한 겁니다.
모두가 돈신(화폐의 노예)에 메달려 있는 이때,

기득군의 안락함을 버리고 이런 입바른 얘기를 하는게 쉽지가 않죠.
한편으로
님같은 분을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어. 사회의 오아시스가 되어주십시오. ^^
건강하세요.
써니 2009/03/25 21:03
  정말입니다 저도 목에 생선 가시가 걸려서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머리에 쓰는 안경같은것으로 목을 들여다 보시고 금방 빼 주셨답니다 너무 감사해서 몇번 인사를 드리고 왔답니다.
베이지냥 2009/03/25 22:07
  올 초 새해 벽두부터 굴비가시가 목에 걸려 병원 응급실에 가서 뺏습니다.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요. 그 이후론 생선은 꽁치와 통조림만 먹는답니다. 한번 놀랬더니 너무 무서워서요. 생선가시 조심해서 드세요. ㅜ_ㅜ
마들렌 2009/03/25 22:23
  전 멸치 뼈가 목구멍에 찔려서 식겁했던기억이있지요.. 중학교땐데- 친구들이 다 절 비웃더군요 ㅠㅠ
피아노 2009/03/25 22:14
  저도 가시 우습게 봤다가이틀만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이비인후과에서 마취하고 뺏어요. 40분정도 고생했어요. 생선을 멀리 하게 되더군요. 조심하세요. 이상하다 싶으며 빨리 가세요
트라우마 2009/03/25 22:17
  저 어렸을때 생선가시 걸린이후로 30대지만 지금까지 생선을 못먹고 있습니다 먹으면 가시가 없는데도 목이 막히는
느낌;; 근데 회랑 초밥은 매우 잘먹는걸 보면 어렸을때 가시걸린게 트라우마라도 걸린건지;;이해가 안됨 ㅎㅎ
쳐발라 2009/03/25 22:49
  아, 그리고 궁금한게 있는데요 선생님. 물개나 팽귄 갈매기 등 생선 포식자들은 생선을 그냥 통째로 삼키는데, 왜 가시가 목에 걸려 고생하는 일이 없는거지요?
zz 2009/03/25 23:26
  안씹고 삼키니까요..
원리전도몽상 2009/03/25 22:19
  같은 경험이 있어 들어왔다가 다른 글들을 휘리릭 읽었습니다~ 천의무봉의 필력이십니다 ^^
라면박사 2009/03/25 23:07
  생선가시가 박히면 라면을 먹어보세요. 물론 식힌 라면보다는 약간 뜨뜻한 게 좋아요. 기름이 많은 라면이 좋습니다. 이게 국수처럼 면발이 직선이 아니라 오글오글해서 부드럽게 식도를 쓸어지나가는데 기름이 있는 라면이라 아주 효과 좋습니다.
-_-;; 2009/03/26 00:21
  한선생님께서 글에도 써놨지만 그냥 빨리 응급실로...... 초응급상황이라잖아요.
soso 2009/03/25 23:17
  곱게 살앗나???
나도 그런.. 2009/03/26 01:14
  경험잇는데 괙괙거리고 물마셔보고 침삼켜보고 밥떠먹어보고 하다가 안되서 손을 목구멍에 대고 토했더니 다행히 빠져나와서 ㅠㅠ 근데 저런 경험 몇번햇는데 너무 답답하고 죽는지 알앗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