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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민주와 독재의 사이...남영신

by 호호^.^아줌마 2009.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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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와 독재의 사이

                                                 남 영 신(국어문화운동본부 이사장)

요즘 우리 사회 분위기가 상당히 경직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여러 부문에서 진행되는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중요한 원인인 것 같다. 전 정권의 부패 같은 것이야 법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해야 하겠지만 언론의 비판 기능을 위축시키고 시민 사회의 역량을 감소시키는 것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민주화가 진행되어 평화적인 정권 교체도 이뤄 냈고, 자유와 개방과 다양성이 활발하게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갑자기 사회가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21세기를 부드러움이 지배하는 문화의 세기라고 하여 문화를 경제 성장의 주요 요소로 인식했던 사람들에게는 최근의 사회 분위기 반전이 무척 당혹스럽고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영어로 민주(democracy)와 독재(dictatorship)는 같은 문자 ‘디’(d)로 시작한다. 한 지붕에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회에서는 민주와 독재를 직접 비교하여 잘 이해함으로써 독재적 요소를 억제하고 민주적 요소를 북돋우는 제도와 절차가 잘 마련된 것 같다.

이에 비해 우리의 민주와 독재는 다른 집에서 살고 있다. 민주는 ‘미음’ 집에서 살고, 독재는 ‘디귿’ 집에서 산다.

이 두 집은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민주네 집에 있으면 독재네 집이 좋아 보이고, 독재네 집에 있으면 민주네 집이 좋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진보와 발전은 다양성의 결과물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모든 부문에서 눈에 띄게 성숙과 발전을 거듭했다. 전 시대의 경제적 성공과 정치적 민주화의 열매를 우리는 여기저기서 거둘 수 있었다. 2002년의 월드컵 4강 신화와 세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의 역동적인 응원 문화가 우리를 뿌듯하게 만들었고, 연예인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낸 한류 현상은 우리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 주었다.

김연아의 성공은 그간 우리 사회가 이룩한 성공을 집약한 최고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김연아는 국가가 양성한 선수가 아니라 그 가족과 그 주위 사람들이 스스로 노력하여 만든 선수다.

이것은 우리 시민 사회가 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인물을 배출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능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이런 열매는 지난 십여 년의 민주적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 낸 소중한 결과이다. 이런 저력을 더욱 확대하여 한국 사회를 확실하게 선진 사회로 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임무일 것이다.

사회의 진보와 발전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에 기초를 둔다. 다양성 속에는 발전적 요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요소도 있다. 무엇이 더 발전적 요소인지는 결과를 보고 알게 될 뿐 예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다양성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다양성을 저해할지 모를 요소까지도 다양성의 범주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 다양성이다. 그런데 정치가 이 다양성을 멀리하거나 저해하기 시작하면 사회는 곧 경직된다.

사회가 경직되면 사람들은 자연히 모험을 멀리하며 실수를 두려워하게 되어 무사인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국가의 주인인 국민은 뒤로 물러나고 청지기들이 주인 행세를 하게 된다. 독재 사회의 가장 큰 약점과 병폐가 바로 이것이라는 점은 공산주의 몰락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이런 점을 인식한다면 우리 정치는 언제나 개인의 자유를 억제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개인의 창의와 자발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고 개선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모든 부문이 다양함으로 충만해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더 민주적이고 더 다양한 사회로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 일에 매진할 수 있는 사회는 민주적 성향을 갖춘 사회이다. 남이 하는 일을 억제하고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을 자기 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독재 성향이 있는 사회이다.

우리는 지금 어느 쪽으로 가고 있을까? 오로지 내 일에 매진하여 자신을 최고 능력자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많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는가, 아니면 남의 일을 억제하고 간섭하고 통제하는 일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떵떵거리면서 살도록 북돋우고 있는가?

민주 사회는 자유와 다양성을 속성으로 삼는다. 우리가 신봉하는 시장경제 체제도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존속할 수 없다.

김연아, 박태환, 박세리, 배용준을 배출한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고루하고 독선적인 몇몇 사람들이 음지에서 만들어 내는 억압과 규제와 통제 때문에 다시 과거의 꾀죄죄하고 매력 없는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북한이 세계에 보여 주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도 우리가 북한을 미워하면서 오히려 북한과 닮아 간다면 결국 한민족이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북한의 독재와 폐쇄성을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더욱 자유와 다양함이 넘치는 민주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이름값을 높이고, 대한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길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글쓴이 / 남영신
· (사)국어문화운동본부 이사장
· 국어단체연합 국어문화원장
· 저서: <남영신의 한국어 용법 핸드북><4주간의 국어 여행>
<국어 한무릎공부><문장 비평>
<국어 천년의 실패와 성공> 등
 
      

 

다산포럼은 일부 지역신문에 동시게재합니다.
다산연구소 홈페이지는 www.edas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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