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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남도의 불교설화

by 호호^.^아줌마 2009. 5. 4.

                                                   2009년 5월 1일 남도투데이 - 남도문화읽기 -

(오후 3:10~3:58, 90.5MHz)

 

남도의 불교설화

 

Ann> 내일 오월의 첫 주말입니다. 그리고 불기 2553년 석가탄신일이기도 하죠?

지금쯤이면 황금의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다들 계획 세우셨을 것 같은데요, 석가탄신일을 맞아서 사찰을 찾을 계획이 있으시다면 그 사찰에 전해져 내려오는 창건 설화라든지, 옛 이야기에 귀를 한번 기울여보시면 어떨까요?


Ann> '남도문화읽기‘ 오늘은 남도에 전해지고 있는 불교설화에 대해서 얘기 나눕니다. 남도문화관광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주뉴스> 김양순 편집국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Ann> 내일이 석가가 탄생한 지 2553년이 되는 날이죠? 우리 남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에 참 많은 영향이 있었을 것 같아요?


김> 그렇습니다.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졌으니까 불교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였을 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전남지역에 불교가 들어온 것은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384년에 중국 동진(東晉)을 거쳐 당시 백제 땅인 영광 법성포에 최초로 발을 디딘 것이 유래가 됐다는 얘기가 전해지는데요,

이 때문에 영광 법성포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는 손꼽히는 불교관광지가 되고 있습니다.

불교는 꼭 종교활동이 아니더라도 우리 실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요, 특히, 우리가 쓰는 언어 가운데 불교에서 유래된 말들이 참 많더군요.


Ann> 어떤 말들이 있죠?


김> 우리가 흔히 쓰는 ‘뒷바라지’라는 말이 불교용어. 원래 이 말은 절에서 재를 올릴 때 법주승의 곁에서 경을 읽고 목탁을 치면서 도와주는 또 다른 스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부모가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자식들 뒷바라지하는 것이나, 옥살이하는 사람을 위해 옥바라지를 하는 것이 결국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헌신한다는 불교정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이 밖에도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모양을 말하는 야단법석(野壇法席)이나, ‘막다른 궁지’에 몰려 뾰족한 수가 없다는 뜻으로 쓰이는 이판사판(理判事判), 가끔 국회의원들이 연출하는 아수라장(阿修羅場) 같은 말들도 불교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물론 뜻은 조금씩 변했지만요.


Ann> 자, 그럼 우리 남도에 전해지고 있는 불교설화, 어떤 얘기들인지 들어볼까요?


김>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중국에서 뱃길로 영광 법성포에 들어와 백제에 불교를 전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마라난타가 세운 사찰이 바로 불갑사(佛甲寺)라는 얘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왔고, 실제 불갑사에 전하는 <고적기>라는 글에도 ‘백제와 신라 중에 처음 세워졌으니 때는 중국 한나라와 위나라 사이다’라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불갑사 경내로 들어서는 길에 천왕문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을 세보면 전부 53단입니다. 이 계단이 <화엄경>에 보이는 것처럼 53명의 선지식을 찾아 길을 떠난 뒤 그들을 차례차례 만나 깨달음을 얻는 구도행각을 상징한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실제 계단 수가 하나 부족합니다. 52개 밖에 안 된다는 거죠.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경찰서장이 조선사람들이 도를 깨닫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서 일부러 계단 하나를 빼냈다는 기막힌 얘기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웅전 꽃 창살이 정말 아름다운데, 사실은 그게 미완성작품이라고 합니다. 그 옛날 이름없는 한 조각가가 자신이 조각하는 동안에는 절대 안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고 했는데 호기심 많은 공양주 한명이 들여다보고 말았답니다. 그러자 그 화공이 피를 토하며 죽었고, 그 피에서 까치 한 마리가 나와서 날아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꽃 창살은 미완성으로 남아있고, 대웅전 불상 뒷벽에는 까치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하더군요.

불갑사는 절은 아담하지만 이런 역사와 전통 속에 많은 얘기와 또 붉은색 상사화 단지로도 유명한 남도의 사찰입니다. 붉은색 상사화 무더기 속에서 간간이 노란색 상사화도 핀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또 어떤 사연이 또 담겨있는지 궁금합니다.


Ann> 그런데 남도의 대표적인 사찰이라고 하면 순천 송광사를 빼놓을 수 없지 않습니까? 학생들 수학여행도 많이 오는 곳이기도 한데요, 여긴 뭐 재미난 얘기 없나요?


김> 왜 없겠습니까?

저도 중학생 때 수학여행을 갔던 곳입니다.

법보사찰인 합천 해인사, 불보사찰인 양산 통도사와 더불어 송광사는 승보사찰로서 우리나라 3대 사찰로 꼽히는 곳이죠. 송광사에는 세 가지 명물이 있는데요, 일단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비사리구시’와 ‘능견난사’라는 큰 그릇, 그리고 지눌과 당나라 담당왕자가 지팡이를 꽂자 뿌리가 나고, 가지가 생기면서 잎이 나고 꽃이 피어 그대로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의 나무 ‘쌍향수’입니다.

송광사의 또 다른 특이한 볼거리는 바로 땀 흘리는 부처상인데요, 이 불상은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때면 두 세 달 전부터 온몸에서 비오듯 땀을 흘린다고 하는데요, 주지스님 말씀에 따르면 1986년 불상에 다시 금색을 입힌 뒤 다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고도 하는데 과학적으로는 설명은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기둥을 치면 보가 울린다고, 원인이야 무엇이든 세상의 평화를 위해 늘 수도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경계의 뜻으로 보면 되겠죠?

그리고 또 하나 송광사의 자랑거리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의 본거지였다는 것입니다. 지운윤눌, 혜희 등의 승장들이 왜란 때 내륙지방의 승군 지역대를 통관하는 위치에서 송광사의 의승들을 지휘했다고 합니다.


Ann> 송광사 한 곳만 갖고도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지만, 다른 곳도 한번 가봐야죠? 어딥니까?


김> 이번에는 순천에서 국도를 타고 보성과 장흥, 강진을 거쳐 해남으로 한 번 쭉 나가보겠습니다.

해남에 가면 대흥사가 유명한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땅끝 가는 길에 달마산에 있는 미황사를 좋아합니다.

달마산은 일찍이 ‘남도의 금강산’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아름답고, 사방으로 탁 트인 능선에 올라서면 진도를 비롯한 여러 섬이 오롱조롱 떠 있는 다도해의 그림 같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은데요, 이 곳 달마산 품에 안겨있는 미황사에는 이런 창건 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라 경덕왕 8년(749) 여름에 돌배(石船) 하나가 아름다운 범패소리를 울리며 지금의 땅끝마을 앞바다에 홀연히 나타났는데, 그 배에는 금함(金涵)과 검은 바위가 실려 있었는데, 금함 속에는 여러 가지 불경과 불상, 불화가 가득했으며, 검은 바위를 깨뜨렸더니 그 속에서 검은 소가 튀어나왔다고 합니다.

이튿날 의조화상이 검은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길을 나섰는데, 달마산 중턱에 이르자 소가 갑자기 넘어지더니 다시 일어난 소는 한참 가다가 크게 울며 또 넘어지더니 영영 일어나지 못했답니다. 의조화상은 소가 처음 넘어졌던 곳에는 통교사를, 다시 넘어졌던 곳에는 미황사를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황당한 내용이지만, 한창 때는 열두 암자와 두륜산 대둔사를 말사로 거느린 큰 사찰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란에 불타고 허물어지는 아픔을 딛고 오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남도문화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해남을 오가는 길에 들러볼만한 곳이 있는데요, 세계적으로 공통된 이름을 갖고 있는 사찰이 있는데, 인도의 가지산 보림사와 중국의 가지산 보림사, 그리고 장흥의 가지산 보림사가 세계 3보림이라고 한다는군요.

장흥 보림사는 신라의 명승 원표대덕이 인도 보림사와 중국 보림사를 거쳐 이곳 가지산에서 참선을 하고 있는데 선녀가 나타나더니 자기가 살고 있는 못에 용 아홉마리가 판을 치고 있으므로 살기 힘들다고 호소해왔답니다.

원표대덕이 부적을 못에 던졌더니 다른 용은 다 나가고 유독 백룡만 끈질기게 버티더라는데요, 원표대덕이 더욱 열심히 주문을 외었더니 마침내 백룡도 못에서 나와 남쪽으로 가다가 꼬리를 쳐서 산기슭을 잘라놓고 하늘로 올라갔는데, 이 때 용꼬리에 맞아 파인 자리가 용소가 되었다고 하고, 원래의 못자리를 메워 절을 지었는데 그 절이 보림사라고 합니다.

이런 설화 때문인지 장흥에는 용과 관련된 지명이 많더군요. 청룡리, 용두산, 용문리, 용소, 녹룡리 같은 곳이 그렇습니다.


Ann> 얘기를 듣다보면 한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 남도의 사찰에는 이처럼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와 전설이 많다는 것 기억하시구요,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 구경하고 오실 게 아니라 이런 얘기들도 담아오는 여행길 되시기 바랍니다.

 

http://gwangju.kbs.co.kr/radio/radio_04_03.html(방송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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