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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 전파 탄다

by 호호^.^아줌마 2009. 5. 13.

'홍어장수' 문순득 표류기 전파 탄다

광주 KBS 특별기획 "표류, 세상을 바꾸다" 다큐 제작

(신안=연합뉴스) 조근영 기자 = 조선 후기의 표류체험 기록인 '표해시말(漂海始末)'의 주인공인 전남 신안의 '홍어장수' 문순득(1777~1847)의 표류 여정이 방송 전파를 탄다.

광주 KBS는 오는 8월 중순 방영 예정으로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표류, 세상을 바꾸다"(담당 PD 서미경)를 제작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거쳐 신안 우이도와 제주박물관 촬영을 마쳤으며, 오는 11일 목포해양대 실습선(새누리호)을 타고 목포에서 일본 오키나와까지 가면서 문순득의 표류 여정을 재조명한다. 이어 필리핀과 마카오, 중국에서도 촬영한다.

문순득은 한 작은 섬 사나이다. 조선 최초의 필리핀어 통역사이기도 했던 그는 홍어 장수였다.

우이도 홍어 장수 문순득을 세계의 바다로 이끈 것은 표류였다. 문순득은 1801년 12월 흑산 홍어를 싣고 영산포로 가던 중 돌풍을 만나 우리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가장 긴 거리의 표류를 하게 된다.

표류를 하게된 문순득은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당시의 유구(琉球: 현 일본 오키나와))ㆍ여송(呂宋: 현 필리핀) 중국 영파부(寧波府) 등 동남아시아를 한 바퀴 돌아 3년 2개월 만에 다시 고향 우이도로 오게 된다. 당시 교통편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여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표류라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문순득은 좌절하지 않고 표류 기간에 거쳐 가게 된 나라의 문화와 언어 등을 빠르게 습득하며 이국의 문명과 소통할 줄 알았던 인물이다.

문순득 표류 경험의 가치를 높이 샀던 손암 정약전 선생은 우이도 유배 기간에 손수 기록으로 남겼으며, 아우 정약용의 수제자 이강회를 통해 '유암총서(柳菴叢書)'라는 문집에 실리게 된다.

문순득의 표류체험 기록인 '표해시말(漂海始末)'은 관리가 아닌 일반 백성의 눈으로 당시 동아시아 각국의 문물과 외국의 언어, 선박 제조 기술 등을 상세하게 적은 최초의 기록으로 동아시아 문화 교류 측면에서 중요한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손암의 동생 다산 정약용의 경세유표에는 문순득이 광둥(廣東), 마카오 등지에서 보고 들은 화폐 관련경험담이 인용됐으며, 이강회는 문순득이 표류 여정에서 관찰한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 등의 선박에 대한 구술담을 토대로 '운곡선설(雲谷船說)'을 썼다.

운곡선설은 최초의 외국 선박에 대한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신안군은 앞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바다 사나이로 당대 실학자들의 학문과 사상에도 큰 영향을 끼친 문순득의 역사적인 표류 여정에 대한 재조명 사업을 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