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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나주목 관아·향교 복원 ‘성형미인 안 된다’

by 호호^.^아줌마 2009. 5. 17.

기획…나주목 관아·향교 보존과 정비를 위한 방향과 제언   


나주목 관아·향교 복원‘성형미인 안 된다’         

 

 

 

 

 

 

 

 

 

 

 

 

 

 

 

 

 

 

◁ 1872년의 나주지도

   (서울대 규장각 소장)

 

천 년 목사고을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나주목 관아와 나주향교에 대한 종합보존정비계획이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 11일 열린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연구책임자인 전남대 건축학부 천득염 교수는 “객사와 향교는 절대보존영역으로서 역사문화탐방의 공간으로, 나주목 관아는 적극적인 정비를 통해 역사자원 활용의 공간으로, 그리고 관아와 향교의 연결노선은 도시와 문화, 역사가 조화된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문화유적에 대한 고증의 한계로 인해 자칫 본래의 문화재적 가치를 훼손하는 ‘성형미인’식의 문화재 복원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각계의 의견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나주관아·향교 지역단위 문화재 지정 이례적


나주목 관아와 나주향교는 지난 2007년도에 문화재보호법 제7조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제483호로 지정 고시됐다.

 

이에 따라 나주시는 나주관아와 향교를 지역특색에 맞게 복원·정비하기 위해 얼마전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책임연구원 천득염 건축학부 교수, 이하 용역팀)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

                                                             ◇ 나주목 관아 복원 위치도

 

나주관아는 신증동국여지승람, 금성읍지, 여지도, 나주목지도를 비롯한 고지도 등에서 위치와 건물 구성을 비교적 자세히 알 수 있으며, 객사 등의 발굴 성과와 옛 사료들을 토대로 조선시대 지방통치 중심지의 구조를 파악하고자 할 때, 현존하는 관아 건물이 좌표축의 구실을 하는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객사인 금성관은 다른 지방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웅장한 규모와 격식을 자랑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5년에 서익청을 복원되고, 동익청은 지난해 복원이 마무리 됐다.

 

또 나주향교는 평지에 들어선 전묘후학(前廟後學)의 배치형태를 띠고 있는 전형적인 예이며, 특히 보물 제394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성전은 그 규모가 대단히 웅장할 뿐 아니라 양식, 격식이 뛰어나 조선후기 향교건축을 대표할 수 있어 건축학적 가치가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교육시설의 규모를 따지면 성균관 다음이라고까지 지칭될 정도로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교육과 제사의 고유기능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나주목 관아와 향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조선시대 옛 고을의 모습은 많이 변하였으나, 조선시대 관아와 향교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으로 조선시대 지방행정 및 교육기관의 입지조건과 건축적 양식이 담겨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관아 건물 중 핵심시설로는 각 행정단위 수령이 집무를 보던 동헌과 수령이 살던 내아,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殿牌)를 모셔놓고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대궐을 향해 예(망궐례)를 올렸으며, 외국 사신이나 중앙에서 내려오는 관리들의 숙소로도 사용하던 객사가 있었다. 또한, 각 고을에는 현재 공립학교격인 향교가 존재하였다.

 

그동안 관아에 대한 문화재 지정은 개별 건축물 위주의 점(點)단위에 그친 데 반해, 나주 관아와 향교의 사적 지정은 조선시대 고을의 중요시설인 관아와 향교까지 지역단위로 지정, 사라져가는 조선시대 옛 나주목의 중요 건물을 보존·복원함으로써 교육·체험·관광 명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2009~2015년까지 3단계 종합보존정비계획 추진      

서성문 복원 3년째 제자리걸음 민원 해소 ‘급선무’    

 

보전과 활용, 재현의 공간으로...


용역팀은 나주목 관아와 향교 정비·복원은 옛 정취를 되살려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추진한다는 방향으로 사업계획을 추진해가고 있다.

 

특히, 관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객사 복원과 관련해 복원 시점을 나주목 관아 공간이 가장 번성했던 고종 연간으로 하고, 이후에 이들 건물에 대한 기록이나 사진 등이 발견될 경우 이에 따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용역팀은 이번 용역의 전체적인 구상을 보존과 활용, 재현이라는 세 가지 방향으로 설정하고, 객사와 향교에 대해서는 문화유산 보존지역으로서 물리적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역사문화탐방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또 나주목 관아에 대해서는 유적을 복원해 활용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유적의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역사문화자원의 활용이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관아와 향교를 연결하는 노선의 경우 역사공간 재생지역으로 설정, 도시와 문화, 역사가 조화된 공간으로서 역사유산과 현재의 조화를 위한 거리의 종합적 정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복원건물의 활용 계획


이렇게 복원된 건물들에 대해서는 관광정보·문화예술·한옥체험·민속프로그램·교육프로그램·공공서비스 등 6개 영역으로 구분해 활용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먼저 동헌의 경우 위치가 현 금남동 주민자치센터와 가까운 위치에 있고 옛 동헌의 역할 또한 나주목사의 행정업무공간이었기 때문에 이를 민원실이나 회의실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또 책실의 경우 수령자제의 교육을 담당하는 공간이었던 만큼 소구모 어린이도서관으로, 장청은 마루가 넓은 장점을 활용해서 문화강좌 등의 세미나실과 전통혼례, 회갑연 등의 공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아울러 아전들의 업무공간이었던 연청과 관아에 음식을 내보내는 역할을 했던 관청의 경우 각각 관광객을 위한 한옥호텔과 한식당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추청은 공예공방으로, 수령의 행정을 지원하는 지역유지들의 자문기관 역할을 했던 향청은 나주의 문화정보를 홍보하고 행사를 준비하는 나주목 문화관광 정보센터 또는 관광상품판매소로 활용하자는 의견이다.

 

특히, 관아에서 향교로 가는 연결노선의 모퉁이에 위치한 관노청은 전통찻집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인데, 나주목을 탐방하면서 느낀 감흥을 전통차를 마시면서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도록 고마청 건물을 초가지붕으로 할 것으로 제안했다.

 

이밖에도 교방청과 신청은 소극장의 무대로, 연무청과 훈련청은 군사박물관과 민속놀이마당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서성문 복원 등 현안 해결이 관건

◇ 서성문 복원 현장

 

이날 중간용역보고회에는 사업구간인 금남동과 성북동 지역 주민 등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과 함께 용역의 허점을 꿰뚫는 질문으로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나주시의회 나익수 의원과 강정숙 의원은 “외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왔을 때 접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공영주차장과 도로 등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며, 정광연 의원은 “이번 정비계획이 새로 문화재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주 목문화에 대한 정확한 복원정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고증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주문화원 정경진 원장도 “문화재 복원이 현대적인 시각에서 활용가치를 높이려고 하다보면 자칫 ‘성형미인’이 탄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원래 문화재가 갖는 본질이 왜곡되지 않도록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민 박 모(서내동)씨는 “서성문 발굴 복원작업이 진행되다 중단된 지 3년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저렇다 아무런 소식이 없어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문화재 사업으로 인해 현지 주민들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대책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신정훈 시장은 “현재 설계가 마무리된 서성문~나주천 192m 구간에 대해서는 문화재청 심사가 끝나 연내 착공이 가능하지만, 서성문~국도 13호선 구간에 대해서는 내년에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한편, 용역팀은 이번 나주목 관아 및 향교 종합보존정비계획과 관련해서 총 3백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김양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