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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불회사 계곡 나무들에게 묻다!

by 호호^.^아줌마 2009. 7. 18.

  나무는 왜...

 

 

나무는 왜 뿌리를 땅 아래 감추지 않고

저렇듯 세상에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나무는 왜 뿌리를 땅에 내려

저 홀로 서있지 않고 저렇듯 튀어나와 뒤엉켜있는 것일까

 

 

나무는 왜 노동자 팔뚝의 핏줄같은 뿌리를

땅 위로 드러낸 체 바윗덩이 위에 올라서 있는 걸까?

 

 

 

나무는 왜...

 

 

 나는 왜...

 

새삼스럽게 발견한 현상입니다.

언제부턴가 꿈이 꿔지지 않습니다.

처녀적부터 달고 다니던 불면증이라

푹 한번 자보는 것이 꿈이었던 나,

하지만 잠은 늘 절반의 각성 속에서 

새벽을 맞게 합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꿈...꿈...

 

이 꿈은 마음에 안들어.

다른 꿈을 꾸자...

그렇게 마음 먹으면 꿈도 편집이 됩니다.

 

그런데 꿈이 꿔지지 않는 것처럼

언제부턴가 내 삶에 간절함이 없어졌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됐습니다.

 

간절한 그리움,

간절한 기다림,

간절한 소망,

간절한 열정,

간절한...

 

습관처럼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수다를 떨지만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느껴지지 않은 지 오래,

늘 문제상황 속을 헤집고 돌아다녀도

 언제부턴가

낯설음조차 느껴지지 않는...

 

내가 점점 화석화 인간이 되어가고 있나 봅니다.

 

그런 나를 발견한 것은

불회사 계곡 굵은 핏줄처럼 튀어나온

나무들의 뿌리를 보면섭니다.

 

내 이마의주름살처럼,

내 가슴에  그어진 나잇살처럼,

땅 속을 튀어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뿌리들...

 

나도 이때쯤 내 안의 나를 드러내

세상에 펼쳐놓고 싶습니다.

 

부둣가 노동자의 손등에 돋아난 굵은 힘줄처럼

나도 내 안의 굳어가는 열정과 소망을 드러내

세상에 드러내고 싶습니다.

 

꿈꾸는 나!
세상을 향해 다시 외칩니다.

 

때어나라!

내 안의 꿈이여!

내 안의 사랑이여!

내 안의 온갖 열망들이여!!!

 

아직과 이미사이 ... 박노해 詩

아직과 이미 사이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 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하루 성살하게 몸으로 생활로
내가 먼저 나은 세상을 살아내는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


꽃다지 노래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에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사람들을 봐

아직 이루지 못한 꿈으로 세상 힘겨울 때

우리 속에 이루어 놓은 작은 기쁨들을 봐

안개 속에 가려진 외딴 길 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 처럼

우리 곁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봐

저 아득하고 먼 아직과 이미 사이를

내가 먼저 좋은 세상 이루어 내는

우리 닮고 싶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