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들꽃이야기

금성산 茶..茶..茶...기행①

by 호호^.^아줌마 2009. 7. 29.

 

 茶의 본고장 나주, 야생차의 보고(寶庫) 금성산을 가다 

 

흔히 차의 본고장 하면 보성을 떠올린다.

일찍이 다향제를 비롯해서 차 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으니 당연히 가능한 명성이다.

하지만  나주 역시 역사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차의 본고장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주시 다시면 청림산과 영산포 가야산, 경현동 금성산 등 나주지역 산에서 야생하는 차(茶)나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유전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신품종 개발 잠재력이 큰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야생차의 보고 금성산을 직접 가보기로 했다.

 

 ◇금성산 곳곳에 지천으로 자라나고 있는 야생차 군락

 

오늘 금성산 야생차 현장을 안내할 호호아짐을 소개합니다.

아무도 시켜준 사람 없지만 나주를 위해서라면

저 튼튼한 팔,다리를 결코 놀리는 법이 없는,

열성만큼은 갸륵한 토종 나주댁입니다.

 

사실, 전날밤부터 내린 비가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오늘 산행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아침이 되면서 날씨가 말끔해진 걸 보니

오늘 일정은 결코 제 개인의 의지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팍' 듭니다.

 

오늘 산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

어제(7월 28일) 나주시청에서 국립산림과학원 주최로

'야생차나무 유전자원 보존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거기서 들어보니까, 국내 야생차 자생지 38곳에서 채취한 차나무의 유전변이를 조사한 결과, 나주가 전체 9곳 자생지 가운데  2곳의

야생차 유전변이가 0.437과 0.420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결과는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차나무 대부분이

야생 상태의 재래종(점유율 44%)이거나 일본산 수입품종

‘야부기다’(20%)로 국산 차나무 품종의 개발과 이용이

극히 저조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앞으로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 규약에 따른

품종 사용료 및 재산권 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 고유의 야생차 품종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오늘 전국의 '내로라' 하는 전국의 茶박사들이

금성산 야생차 현지답사를 한다고 해서 더불어 따라 나선 것입니다.

 

 

 

 

우후~

여기가 어디냐고요?

금성산입니다.

대단하죠? 금성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사방댐으로 막아 치수도 할 뿐만 아니라 여름철 물놀이장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시죠? 7월 7일과 16일 나주에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난리를 겪을 때 이곳에 층층이 만들어놓은 사방댐이 금성산에서 쏟아지는 물길을 잡아둔 덕에 나주시내가 물에 잠기는 비극을 비껴갈 수 있다는 사실...

댐 건설이 안 좋다고들 하지만 이런 점에서 보면 자연을 적절히 통제하고 활용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 주말부터는 본격적으로 물놀이 손님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금요? 공짭니다.     

 

 

금성산 산림욕장 입구에 조성된 녹차밭에 도착했습니다.

금성산에 자생하는 녹차의 씨를 발아시켜 녹차밭을 조성한 지 2년째 됐다는데

이걸 본 이 양반(경상남도농업기술원 이용호 박삽니다.)

대뜸 "이거 잘 못 된기야. 이렇게 심어놓으면 몇 년 안 있어 나무를 뽑아내든지,

잘라내든지 해야 된다고. 나무 마다 간격을 두고 심어야지 왜 이렇게 빽빽하게 심어놓았어?"

대체나 맞는 말씀입니다.

나무가 자랄텐데 저렇게 밀식을 해놓으면 나중에 밀치고 당기고 

나무들간에 공간다툼이 일겠죠.

그러다보면 건강한 찻잎을 얻기 어려울 거고요.

다행한 것은 순수 야생차이기 때문에

농약을 하지 않고 유기농으로 재배된다는 것입니다. 

 

 나주시 공원녹지과 나종천 팀장이 금성산 야생차 현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금성산 차를 연구하고 직접 관리하면서 차를 제조하는

나주자생녹차연구소 영농조합법인 송영건 대푭니다.


송영건 대표는 “금성산 삼림욕장과 낙타봉, 정렬사 일원의 야생차밭은

금성산의 독특한 자연경관으로서 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차나무 관리와 우수한 차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관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경북대 박용구 교수(한국차학회 회장을 지낸 분입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양병훈 박사는“야생 차나무는 이제 고부가가치 소득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만큼

본격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양 박사는 “차나무의 주요 분포지인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의 38개 자생지에 대한 DNA 유전변이값은

0.343으로 우리나라 목본식물의 평균값(0.355)과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히며

"특히, 나주의 청림산과 영광 불갑사 자생지는 각각 0.437과 0.420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유전변이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신품종 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나주 녹차산업의 청신호를 밝혀주었습니다.


참석자들은 금성산 야생 차나무의 유전자원 보존을 위해서는 한두 지역에서 많은 개체를 선발하는 것보다는,

최소한 9개 지역 이상의 자생지를 고루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금성산 야생차밭을 향해 떠납니다.

 

 

통나무 계단의 간격이 넓어서 뱁새가 황새들 걸음을 따라가자니 약간 많이 힘들더군요. 헥헥;;; 

 

 

그래도 다들 물병 하나씩 들고 잘들 올라갑니다.

계속 뒷모습만 찍다가 앞 모습 잡으려고 뛰어올라오느라 용 썼습니다.

 

 

나주에서 출가한 초의선사가 한국 차문화의 중흥조로 불리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니만큼 나주의 차문화가 초의의 다도관 정립에 영향을 주었을 개연성을 낳고 있습니다.

다도 불회사와 운흥사 주변에는 지금도 야생차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으며,

금성산의 대나무 숲속에는 대규모의 야생차밭이 조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차생산 농가수가 미미하고 제다시설 등의 인프라도 낙후돼 있어

실제 생산량이 미약해 그 가치를 평가하기는 현실적으로 무의미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송영건 대표는 금성산 야생차가

중국의 명차들 보다 휠씬 좋은 특징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금성산 야생차의 경우 폴리페놀과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나면서 떫지 않은데다

사과산이 함유돼 풋사과향이 감도는 특성이 있으며,

7~8번 우려내도 그 맛과 향이 그대로 전해지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말, 마셔보면 압니다. 

 

  

저 녹차열매는 작년에 핀 꽃에서 맺은 것입니다.

꽃과 열매가 한 나무에 같이 공존하는 특이한 습성이 있습니다.

 

녹차꽃은 한여름인 8월부터 피기 시작해

엄동설한 12월까지 핀다고 합니다. 

 

차나무(Camellia sinensis L.)는 동백나무科 식물입니다.

녹차의 주성분은 카테킨(catechin), 카페인, 탄닌, 비타민 A,

비타민 C와 루틴, 기타 무기염류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녹차 특유의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은 항산화,

항 바이러스 및 해독작용, 노화억제, 협압 및 혈당 강하,

콜레스테롤 저하, 구취 및 중금속 제거, 체지방 축적억제 등의

생리활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금성산 녹차의 특징은 입이 작은 소엽에서 넓고 길쭉한 대엽까지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소엽은 주로 녹차로 마시고, 대엽은 발효시켜 황차나 홍차로 마신다는 군요.

 

 

이건 대엽에 속합니다.

찻잎은 주로 봄, 가을 두번에 걸쳐 따는데

4월 15일부터 5월 20일까지 35일 동안,

9월 20일부터 10월 5일까지 보름 동안 땁니다.

봄에 따는 잎은 주로 햇차라서 고급차로 분류되고

가을에 따는 건 발효차나 가공용으로 사용합니다.

 

 

녹차 군락입니다.

녹차는 습기를 좋아하지만 물에 잠겨있는 것은 싫어하고

늘 촉촉한 상태의 그늘을 좋아한다는 군요.

아, 그리고 금성산에 어떻게 차가 심어지게 됐냐는 의문이 갔는데요,

송영건 선생 얘기로는 "누군가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명답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녹차 씨앗이 매우 쓰기 때문에 다람쥐나 짐승들이 직접 따 먹지는 못하고

씨앗을 땅에 묻어두는 습성이 있답니다.

그렇게 해놓으면 씨앗이 어느 정도 발효돼 쓴맛이 줄어들고,

다른 욕심 많은 놈들에게 빼앗길 염려도 없고, 무엇보다 장기보관이 되기 때문에

그런답니다. 도토리나 상수리 열매도 그렇게 먹는다는 군요.

그런데 이 짐승들이 가끔은 자기가 묻어놓은 열매들을 깜빡 잊어버리는 바람에

씨가 발아돼 녹차밭이 형성된 것이 아니냐....

하는 송영건 선생의 답변에 전국의 내로라 하는 박사님들 모두 수긍하는 분위깁니다.

 

 

금성산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에서 진주알 같은 물거품이 입니다.

정말 예쁘죠?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 女心!

다가가 말 한마디 건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이제 내리막길입니다.

길 양옆으로 녹차밭은 계속 이어집니다.

 

 

호젓한 산길,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쿠나..."

 

사철가 가락이 절로 나옵니다만, 참았습니다.

 

금성산의 또 다른 보물들입니다.

 

       

 

그늘에서 자라는 고사리기 어쩜 저리 고운 연둣빛을 띌 수 있을까요?

생명이 멈춘 나무를 타고 오르는 저 덩굴잎새는 어쩜 저리 귀여울 수 있을까요?  

 

    

 

방마뒤끝 여기저기서 버섯이 피어납니다.

먹을 수 있어보이지는 않지만 커다란 타조알 같은 버섯이 땅 속을 헤집고  나오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가냘픈 보랏빛 꽃송이도 공작의 꽁지깃을 닮은 나뭇잎들도

금성산의 소중한 식구들입니다.

 

       

 

누군가 오른쪽 풀을 보고 모싯잎이라고 말하길래 아니라고 참견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추석에 떡 해 먹던 모싯잎을 모를까만

저건 분명 모싯잎이 아닙니다.

그래도 명색이 산림과학원 권위자들인데 촌 아짐에게 지기 싫었던지

변종 모싯잎이라고 우깁니다.

"아, 그런가요?" 대꾸하면서도

'모싯잎은 개뿔...' 중얼거렸다는 사실, 아무도 모를 겁니다^^   

 

  

 

아까 그 모싯잎이라는 오해를 받았던 풀의 꽃입니다.

그리고 그 옆은 넓직한 잎을 자랑하는 오동나무.

저 나무 밑으로 건강한 차밭이 형성돼 있다는 사실, 예전에 미처 몰랐습니다.  

  

      

 

왼쪽 맥문동이 예전에는 흔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더군요.

아직 때가 이른가 봅니다.

오른쪽 나무는 한 30년 전부터 이름을 몰라 궁금했던 나무였는데

나주시청 나종천 팀장이 '말오줌때'라고 가르쳐줍니다.

이름만큼이나 꽃과 열매가 신비스럽습니다.  

 

 

장마에 산사태가 크게 났나봅니다.

물살이 어찌나 거칠었던지 

정렬사로 내려가는 비탈길에

계속 깊은 고랑이 패 있더니

도중에 급기야 절반이나 깎여

낭떠러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상태에서 다시 한번 비가 온다면

아예 길 하나가

사라질 지도 모를 일입니다.

복구를 서둘러야할텐데

아직 정부에서 복구비 지원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이 없습니다.

 

늘 그렇습니다. 

 

 금성산의 오아시스 약숫텁니다.

 

  

 

옆 가로대를 왜 대나무로 했을까?

누군가 의문을 제기하더군요.

대나무는 비접이 들기 쉽고, 또 약해서 손잡이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다 군데군데 굶은 철사로 매듭을 지어놓아 다칠 염려도 있습니다.

다시 보수를 할 때는 대나무 보다는 안전한 밧줄로 하는 것이

안전하고 보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등산길에 잠시 쉬고 계시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며느리일까요? 딸일 수도 있겠군요.

부모와 함께 산을 오른다는 건 효도하는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청량한 대숲의 달큼한 향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비온뒤에 대나무가 더욱 싱그러워진 것 같습니다.

대숲에서 자란 차가 또 맛이 그만이라요?

금성산 차는 대숲에서 자라고, 다도 불회사 차는 비자나무숲에서 자라

그 맛이 독특하다고 합니다.

죽로차, 비로차가 다 거기서 나온 말입니다.  

 

 

아고~

오랜만에 오르는 산인지라 다리가 팍팍해져서 따라잡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좀 더 여유있게, 슬로우 슬로우 스텝으로 이 숲의 향기와 바람을 느끼고 싶습니다.

 

 

금성산은 경사가 급하지 않기 때문에 어린이나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입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죠? 군데군데 기암절벽과 가파른 급경사길이 있기 때문에

주의를 게을리 하면 일 납니다.

저도 한 때는 저 산을 달음박질로 오르내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헥헥;;; 게으름과 나이는 못 속이겠더군요.

 

 

정렬사가 보입니다.

임진왜란때 의병을 일으켜 수원성 전투와

진주성 싸움을 이끌던 김천일 선생 부자와

의병들의 넋을 기리는 곳입니다.

    

 

 

김천일 선생의 동상이 어쩐지 을씨년스러워 보여서

좋지 않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와서 항쟁의 얼과

구국정신을 배우는 곳인데

좀 호감이 가는 모습으로 조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자치단체가 돈이 없는 걸까요,

미처 눈여겨 보지 못한 것일까요?

 

 이번 금성산 야생차 군락지 답사를 하면서 느낀 중요한 사실은,

나주가 차의 본고장으로서 차 관련 산업을 육성시키기에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야생차 육성단지 조성을 통해

나주를 차문화사업 거점지로서

위상을 확립하고 나주 야생차의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 나주시 지정특산물로서

지리적 표시제 등을 도입한다면,

소비자와의 신뢰도 구축은 물론 

차의 고장으로서 이미지를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거라는 전망입니다.

나주배에 버금가는 나주의 브랜드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단순히 돈벌이만을 위한 차산업이 아니라

나주의 역사와 문화, 환경과 생태가 함께 어울어지는 지역 이미지상품으로서

차문화를 선도해나가는 것이 선행돼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