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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부끄러운 대한민국 부끄러운 나주 지도자

by 호호^.^아줌마 2009. 8. 7.

부끄러운 대한민국 부끄러운 나주 지도자 


                                                              임준선

1555년 조정에 어떤 신하가 상소문을 올렸다. 이 상소문을 읽은 명종과 수렴청정을 하던 문정왕후는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전하의 나라 일이 이미 잘못 되어서 나라의 근본이 이미 망하였고, 하늘의 뜻이 가버렸으며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 비유하면 큰 나무가 백 년 동안 벌레가 속을 먹어 진액이 이미 말라버렸는데 회오리바람과 사나운 비가 어느 때에 닥쳐올 지 까마득하게 알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 지경에 이른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렇게 서두를 뗀 글은 문정왕후를 ‘궁중의 한 과부’로 문정왕후의 뜻에 굴복하고 정치의 주권을 잡지 못하던 명종을 ‘외로운 후계자’일 뿐이라고 내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천 가지 백 가지의 천재(天災)와 억만 갈래의 인심을 무엇으로 감당하며 무엇으로 수습하시겠습니까?”

이 상소문을 올린 남명 조식 선생이 단성현감을 제수 받은 후에 올린 사직 상소문이었다. 당신이 내게 준 현감 벼슬이라는 것은 처사를 자처한 내게 너무 과분하오! 하고 비아양거리고는 정치 제대로 하시오 하고 서슬 퍼런 논변으로 임금을 질타하였던 것이다.

절대 군주 앞에서 일개 처사에 불과했던 남명은 이렇게 당당하게 정치 현실을 비판하는 선비였다. 사화로 청렴한 선비들이 무너지고, 왕실 친인척의 권세가 백성들을 괴롭히던 난세였다. 이런 백성들의 어려움을 곁에 두고 남명 조식 선생은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로서 기개 있는 쓴 소리를 목숨 걸고 던졌던 것이다.

정치의 천박함이 나라를 망친다.

나라의 지도자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 같은 민초들의 생각이다. 나라의 지도자들은 현실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서지 않다는 것이 우리 모든 국민들의 생각이다. 여론도 국민의 시선도 무시하는 불도저식의 정치.

국민 여론을 무시한 막가파식 행정과 정치 행태, 고집만 피우는 외교 전략, 민생경제 정책의 실패, 위기 대응 능력의 미흡, 싸움질로 얼룩진 타협 없는 국회,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의 포기, 청년 실업의 증가, 비정규 노동자법의 파행, 공직자들의 부패 등이 한국의 건전한 발전과 세계화를 좀먹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버려버린 10년’, ‘되돌아가는 10년’이 되어버린 퇴보의 정치였다. ‘야만의 시대’ ‘공안 통치의 시대보다 더한 비민주의 세상’이 되어버렸다.

통탄할 일이다. 그런데 더 우리를 통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나주의 시정이다. 자치단체의 장은 직무가 정지되어 시정을 제대로 펼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국가보조금을 무자격자에게 지급한 혐의다. 앞으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시정은 파행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가 지역 의원들은 당리당파적 견해로 내년 선거를 겨냥한 세몰이와 기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지도자 밑이니 주민들이 제대로 된 비판 능력을 갖추고 대응할 수 없을 것이다. 서로 있지도 않는 계파를 만들어 서로를 질시하고 타매하고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의회는 의회대로 계파를 나누어 진창 싸움을 벌이며 내년에 당파의 입지를 어떻게 세워야할지를 고민하며 벌써부터 자리다툼이나 벌이고 있는 형국이니 이들에게 무엇을 기대해볼 수 있겠는가? 지역의 민심을 수습하고 화합하자는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니 이것은 우리 미래에 얼마나 큰 낭비이고 ‘과거로의 후퇴’인가.

인심이 동요하니 하늘도 돕지 않는다. 물난리가 나주를 휩쓸어 땅에 기대어 풍요를 기약했던 농민들이 땅을 치며 통곡하고 있다. 이런 때에 누구를 기대어 호소하며 누구를 기대어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지도자의 부재 시대, 지도자의 부패 시대를 잘못 만난 태생을 한탄해야할 뿐 지역의 발전을 위한 한 가지의 희망도 가져볼 수 없으니 이를 어찌할꼬? 천 가지 백 가지의 천재(天災)와 억만 갈래의 인심을 무엇으로 감당하며 무엇으로 수습하겠는가?

울지 말지어다 부끄러운 삶이니

우리 시정과 시의정이 꼭 작금의 청와대 행정부 국회와 닮은꼴이라면 열에 열 우리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런 행태대로라면 내년 지역 선거에 이어 지역의 갈등도 더 첨예하게 나타나고 그만큼 발전도 더딜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의 실망과 참담함도 더 커져갈 것이다. 차라리 소중하게 여겨왔던 이런 나주를 버리고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 것이다.

우리 지역 출신이었던 백호 임제 선생이 임종 때 자식들을 곁에 두고 이런 임종의 말을 했다. “사해제국에서 황제를 칭해 보지 않은 나라라곤 없는데 우리만은 한 번도 그래보지 못했느니라. 이런 소국에서 태어났다가 가는데 무엇이 그리 아깝다는 것이냐. 울지 마라”

부끄러운 나주시민으로 살고 있는 것이 다 지도자들의 잘못과 정치 운영의 잘못으로 나타난 것인데, 울 것 있겠는가? 행정, 의정 추락의 꼬락서니를 바라보면 안타까움과 한숨만 토하고 울 필요가 있겠는가? 어차피 기대감 없었는데 더 기대고 희망을 걸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분명히 나주시민들은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나주 발전을 이렇게 더디게 만든 구태의연한 의정 지도자들과 행정 지도자들은 아예 지역 발전을 저해한 죄로 지도자의 자리에서 곧 내려서야 할 것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성난 민심을 추수릴 수 없으리라고.

침묵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어떤 식으로든 표출될 것이라고. 정치인들이여 대접받고 싶으면 대접받을 만한 행동을 하라. 이 억만 갈래의 나주 인심을 무엇으로 수습할 것인가. 대체 누구인가?

 

 

* 임준선 선생님은 평소 존경하는 어른이신데 

글 내용이 귀하고 좋아 영산강닷컴에 기고한 글을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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