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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이야기

'기적의 사과' 33일만에 꿀꺽^---------^

by 호호^.^아줌마 2009. 9. 7.

지난달 녹차농가를 취재하던 중에 '기적의 사과'를 알게 됐습니다.

 

녹차야말로 농약 안 치고, 비료 안 주고

진짜 순수한 야생의 농법으로 키워야 하지 않겠느냐는 강렬한 의지를 확인시켜준 책이라는 말에 "나도 한 번 읽어보자"며 빌려온 책입니다.

 

오늘 다 읽었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내용도 아니고, 분량이 많은 책도 아닌데 꼬박 33일이 걸렸습니다.

 

젊었을 때는 마음에 드는 책은 밤을 꼬박 새는 한이 있더라도 눈을 떼지 못했는데

요즘은 그리 못하는 걸 보니...

 

아무튼 취재수첩과 같이 갖고 다니며 틈틈이 읽었습니다.

 

식당에서 밥 기다릴 때도 투덜거리지 않고,

약속 시간 늦는 사람에게도  짜증내지 않고,

특히, 로딩 시간 늦는 컴퓨터 앞에서 조바심 내지 않고

한 페이지씩...

 

그러다 오늘, 한 달에 한번씩 하는 딸내미 학교 '도서도우미'를 하면서 끝을 봐버렸습니다.

도서대출 프로그램이 고장나는 바람에 일이 없어서 읽게 된 게 끝까지 간 겁니다. 

 

 

자연은 위대합니다.

우리가 농사를 짓고는 있지만,

우리가 농산물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기르는 것이지요.

우리는 다만 도울 뿐이지요.

 

- 사과 농사꾼 기무라 아키노리 -

 

일본에서 일체의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자연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하는 기무라 아키노리 씨의 얘깁니다.

20대에 시작한 사과농사를 40대가 되어서야 성공한...

특히, 벌레, 잡초들과 씨름을 하면서 결국 9년 만에 처음으로 꽃을 피운 사과나무 얘기는 가슴 뭉클해지는 감동을 안겨줍니다.

 

 

 

몇 년간은 하면 되리라는 막연한 의지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첫해부터 잎이 다 떨어져 수확을 못했고, 5년이 되자 나무는 죽어가고 살림은 엉망이 되어 갔습니다.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서 모든 자연 생물 추출물을 사용해 보는 등 끔찍하게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6년째 되는 해에는 자살을 하려고 시도합니다.


목을 맬 줄을 가지고 산에 올라 목을 메려는 찰라 한참 밑에 사과가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를 보게 됩니다.

도토리나무인데 환영 비슷하게 사과로 보인거지요.

"여기는 누가 돌보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도토리가 많이 잘 열려 있을까?"

그때 여러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솟아올랐습니다.

땅을 파 보았습니다. 너무 부드럽고, 맛이 있고 향기가 있었습니다. 풀을 뽑아 보니 모든 뿌리가 뽑혔습니다.

여름이었지만 땅이 시원했습니다. 나중에 보니 겨울에는 따뜻했습니다. 땅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땅위의 나무만을 보았던 것입니다. 땅밑의 나무, 즉 뿌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과나무 밑에 콩을 심고, 잡초를 베지 않고 모든 것을 그대로 길렀습니다.

 

자연은 서로 상호견제와 도움을 주면서 적당한 선에서 조정을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드디어 9년만에 사과를 수확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수확을 많이 하려고, 그동안 사과나무에게 약을 치면서 비료를 주면서 사과나무를 약하게 만들고, 흙을 죽여 왔던 것입니다.

 

이것을 원래대로 돌려주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런데 글 중에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5년째에 나무들이 모두 거의 죽어 갈 때, 주인공이 나무를 하나하나 끌어안으면서, "힘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꽃을 안 피워도 열매를 안 맺어도 좋으니, 제발 죽지만 말아 주세요."라고 사정을 합니다.

 

 

 1~2년 후 나무가 얼마간 죽었는데 끌어안아 주지 않은 나무는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이웃 사과 밭 가까운 마지막 줄은 다른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까봐 끌어안아 주지를 못했다고 하네요.

 

남의 나라 농사꾼 얘기지만 농도 전남에 사는 저로서는 바로 우리의 얘기가 돼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물론, 드물기는 하지만 제 주변에도 그런 괴팍한 농사꾼이  몇 있기는 합니다.

곡성에서 농업법인회사 미실란을 경영하는 이동현 박사 같은 분도 그런 분 가운데 한 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요.

 

그런데 이 책은 농사를 어떻게 지을 것인가 하는 얘기 보다 더 강하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말해 줍니다.

 

기무라 아키노리 씨

 

1949년생이니까 우리나이로 하면 올해가 딱 환갑이네요.

그런데 이렇게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과농사로는 도저히 먹고 살 형편이 안돼

이웃동네 클럽에서 손님 호객하는 일을 했더랍니다.

그러다 야쿠자에게 잘못 걸려

죽지 않을 만큼 두들겨 맞을 때 이가 빠졌는데

이 하나가 빠지니까 그 옆엣놈들까지 우수수 빠지기 시작해

지금처럼 이가 성하지 못한 상태가 됐답니다.

이제 사과농사도 왠만큼 성공을 했으니

임플란트를 하든지 틀니를 하든지

뭔가 할만도 한데 그냥 이대로 지내나 봅니다.

워낙 인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자연농사꾼이다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