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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김현임 칼럼…한 방에 있었던 죄

by 호호^.^아줌마 2010. 1. 25.

 

김현임 칼럼한 방에 있었던 죄


샤리아라는 이슬람율법에 따른 처벌이다.  미혼 남녀가 호텔 객실과 같은 밀폐된 사적 공간에서 같이 있을 경우 과도한 접근으로 체포할 수 있단다. 하여 새해 첫날 새벽 무려 50여 쌍의 말레시아 연인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또한 공공연히 동성의 결혼까지 허용되는 요즘 세태에 우간다 뿐 아니라 동부 아프리카 전역에서 번진 강화된 동성애 처벌법이 세계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이 성관계를 가질 경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라던가. 동성애 자체가 서구적 악이며 반 아프리카적이라는 이유를 들어 동성애를 조장한 사람은 7년, 24시간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묵인한 사람은 3년의 형벌에 처한단다.

 

화면 속 짧은 길이의 호피무늬 치마를 입은 뚱뚱한 몸집의 사내다. 흥겨이 춤을 추다 뒤로 벌러덩 넘어졌으니 그 꼴이 민망하기 짝이 없다. 남아공 최대 부족인 줄루족 출신인 제이콥 주마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그는 자국의 헌법으로 보장된 일부다처제의 전통을 몸소 실천 중이라는데 무려 30살 연하의 여인과 치루는 다섯 번째 결혼식 축하연 장면이다.

 

그런가하면 주변 분의 일본 여행 경험담이다. 머리가 허연 자신에게 불쑥 손 내밀어 라이터를 청하던 담배 꼬나 문 여대생, 봉변인가 놀랐으나 부자지간에도 맞담배를 태우는 일본에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단다. 가끔 생각했다. 만약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우리나라의 경우였다면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있었을까하고.

 

이처럼 너무도 판이하게 적용되는 도덕률에 세계가 한 가족이라는 낱말이 무색하다. 한 사내 개성을 존중치 않는 사회의 비난에 지쳤던가. 자신의 집 편액을 ‘따라 사는 집’이라는 의미의 ‘수려(隨廬)’라 했다.

 

집주인은 이제까지의 태도를 바꿔 세상의 시류에 따라 살겠다 마음먹은 게 틀림없다. 자기 멋대로 살다가 좋은 꼴을 보지 못하고 이제부터는 남들 하는 대로 따라 살리라 굳게 다짐했을 터. 하지만 갈수록 급변하는 시대조류다. 좌측통행에서 우측통행으로 바뀌는 도로법이나 하루가 멀다고 바뀌는 세법처럼 한 사회를 지탱하는 큰 규율인 윤리관도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오랜 관습과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 자신이라는, 한 개인의 삶이 가치척도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가 난 날,  공터에서 힘껏 찬 돌멩이, 그 가벼운 일탈의 행위의 후련함도 꽤 괜찮았다.

 

더 나아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했던가. 이는 마약사범으로 몰릴 위기에 처한 프랑소와즈 사강의 일갈이다. 과도한 풍속사범이 아니라면, 극심한 반정서가 아니라면 또한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라면 자기 생의 돛대 향방, 그 결정권은 전적으로 그에게 허여되어야하지 않을까싶다.

 

새해를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보내고자 하는 게 아직도 죄가 되는 시대, 이는 어렴풋한 시 구절이다. 견디다 견디다 결국 마른 이파리 툭툭 떨궈 내겠지만 벤자민 나무 한 그루를 내 자신에게 보낸다했다. 흔들리고 싶을 때마다 흔들기 위해서란다.

 

‘숲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제명의 시 속 풍정을 잠시 잠시 떠올리는 날이 잦다. 이는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한 숲, 거목들의 그늘에 가려 햇볕 한 줌 후련히 보지 못하는 풀잎, 그 답답증이려니 외재율보다는 내재율에 충실한 시가 좋아지는 요즘, 감히 꿈꾸는 건 나의 심법에 충실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