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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빠구리 의장님?

by 호호^.^아줌마 2010. 7. 25.

빠구리 의장님?


“직원들이 원고를 써주긴 했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원고를 호주머니에 넣은 다음) 자, 여러분은 학창시절에 가장 재미있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땡땡이? 그렇죠. 우리 때는 그걸 빠구리라고 했는데 저도 빠구리 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지난 19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전남청소년연극제가 열렸는데 나주시의회 김덕중 의장님의 환영사의 일부를 옮겼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빠구리’를 검색했더니 ‘빠구리는 성인 키워드입니다. 본 정보 내용은 청소년 유해매체물로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청소년 보호법의 규정에 의해 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이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경고문이 뜬다.

 

그러면서 ‘성인 전용 검색결과를 보시기 위해서는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신분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더니 ‘빠구리:성교(性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아마도 요즘 아이들 언어습관대로라면 ‘허걱 -.-;;’이라는 말이 터져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이런 엄청난 용어를 적어도 500여명은 됨직한 그 공연장에서, 그것도 나주의 최고 지도층인사라고 할 수 있는 의장이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의장은 해명은 그랬다. “사전적인 의미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학창시절에는 땡땡이를 ‘꾀를 부려서 일이나 공부 따위를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을 뜻했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던진 말이었다고...”

 

그런데 이같은 의장의 발언을 두고 몇몇 지방지 기자들이 문제를 삼은 모양이다. 도대체 무슨 얘기냐며 당시 상황을 궁금해 하는 이들의 전화가 줄을 이었다.

 

당시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의장의 그 말을 듣고, ‘땡땡이치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이겠거니’ 하고 웃어 넘겼다. 하지만 이미 당시 공연장에 모였던 학생들과 또 신문기사를 통해 의장이 발언을 전해들은 시민들은 우려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적어도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의장이라는 신분은 가벼운 농담일지라도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는 회초리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청중들이 아무리 나이 어린 학생들일지라도 그들을 동네 놀이터가 아닌 공적인 자리에서 대할 때는 ‘너희들’이 아닌 ‘여러분’으로, ‘~하기 바란다’가 아니라 ‘~하시기 바랍니다’로 말해야 한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때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실수’가 곧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것을 봐왔던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스타일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결코 경망스럽거나 가벼워서 함부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했던 일을 일부 보수세력들은 대통령의 자질론까지 제기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않았던가.

 

이날 공연장을 찾아 도지사를 대신해 축사를 한 이개호 전남정무부지사의 덕담을 돌이켜 본다. 물론 사전에 준비된 연설이 아닌 즉석에서 이뤄진 연설이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 여러분 가운데서 먼 훗날 앙리 몰리에르 같은 극작가와 조지 루카스 같은 영화감독, 그리고 찰리 채플린 같은 명배우가 탄생할 것을 기대하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