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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세상은 소셜 네트워크로 통한다

by 호호^.^아줌마 2010. 11. 20.

 

 

소셜 네트워크의 정치적 잠재력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근래에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 Sites; SNS)를 통한 정치과정의 활성화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는 정치인과 유권자들 간의 실시간의 다면적 소통을 심화하고 있는데, 2008년 미국 대선과 올해 영국 총선은 소셜 네트워크 선거의 전범(典範)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이 선거들에서 500만명에 달하는 오바마의 SNS 지지 그룹은 그의 승리의 일등공신이었으며, 영국의 정당들은 런던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트위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며 선거혁명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SNS의 정치적 잠재력은 무엇으로부터 촉발되고 있을까? 이는 무엇보다도 SNS가 미디어의 본원적 역할 또는 성격을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 미디어의 존재 동기가 ‘커뮤니케이션’이었다면, SNS의 존재 동기는 ‘네트워킹’이다. 즉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시민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 충분하게 충족된 상황에서, 수용자의 요구는 다시 조밀한 사적 연계망의 구축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컨대, 블로그의 트랙백(trackback), 알에스에스(RSS), 태그(tag)는 메시지들 간의 연결과 공유를 넘어 노드들 간의 네트워킹 밀도를 강화하는 기제이다. 트위터의 팔로잉(following), 리트윗(retweet), 해쉬태그(hash tag)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과 연동함으로써 공간적 구속을 넘어 더욱 일상적이고도 조밀하게 네트워킹 밀도를 강화하고 있다.


다음으로 SNS 고유의 커뮤니케이션 특성으로부터 정치적 잠재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SNS 매개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자발성과 개방성이다. SNS는 개인이 자신을 중심으로 광범한 타인들과 연결하는 기제이기 때문에, 다른 온라인 미디어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의 자발성이 훨씬 두드러진다. 즉 공동체 멤버십에 따른 의무적 소통이나 익명성에 기댄 무책임한 소통으로부터 탈피하고 있다. 가령 트위터의 경우 공적인 영역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타인과 연결되려는 커뮤니케이션 욕구를 촉발하고 있다. 그리고 광장에서 연계하고 소통함으로써 SNS상에서는 비정형적인 의사소통 커뮤니티가 창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부단하게 실시간성을 진화시키고 있는 점 또한 SNS 매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특징이다. 온라인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이 반드시 실시간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웹상의 많은 미디어 플랫폼들은 비동기(asynchronous)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트위터의 경우 스마트폰 등 모바일과 결합함으로써 현존 소셜 미디어 중에서 동기적(synchronous)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근접한 미디어로 이해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정치정보의 교환과 이슈 생성 그리고 여론형성의 속도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소통 메커니즘에서 광범한 롱테일 집단(longtail group)은 개인들 간의 피드백과 정보 필터링을 자발적으로 수행한다. 이를 통해 세력화된 롱테일 집단은 의제 공유와 확산을 매개하는 커넥터(connector)이자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발현체로서의 위상을 점하기도 한다. 그리고 중대의제가 제기될 경우 롱테일 집단은 세력화된 이슈공중(issue public)으로서 정치과정의 투입 요소로 역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SNS의 정치적 파워가 본격적으로 세간에 회자되기 시작한 계기는 올해 6·2 지방선거였다. 주지하듯이 6·2 지방선거에서는 소위 인증샷으로 일컬어지는 트위터 투표 독려 캠페인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트위터 캠페인은 과거 16대 대선에서의 휴대폰 문자메시지 투표 독려 캠페인을 연상케 하였다. 당시 문자메시지 투표 독려는 젊은층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 노무현 후보의 박빙의 승리에 기여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적실한 분석이 뒷받침되어야겠지만 마찬가지로 금번 지방선거에서도 트위터 투표 독려가 여론반전과 투표율의 상승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야당의 약진을 이끌었다는 보도가 범람하였다. 이 캠페인은 공공연한 방식의 사적 연계가 단기간에 이심전심 의견집단을 형성하고 정치적 동원을 추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그렇다면 장차 SNS상의 정치지형은 어떻게 구축되어갈 것인가? 그동안 한국의 온라인 미디어의 정치적 이용과 확산은 주로 자유주의적이거나 진보적인 이념 성향의 이용자들이 선도하는 양상을 띠었다. 현재 영향력이 큰 많은 파워 블로거들이나 파워 트위터리언들의 성향 또한 이러한 성향을 띠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에게 소셜 미디어는 기득권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의 소통 채널이자 동원의 무기와 같다.


6·2 지방선거에서의 여야 후보들의 팔로잉 현황을 보건대, 주로 진보 성향의 야당 후보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그리고 트위터 규제와 관련해서도 여야 후보들 공히 규제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소위 트위터 자유법의 발의에 여당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 활용에서의 진보층의 주도와 야당 우위의 활용 동향은 향후의 선거에서 더욱 크게 증폭될 수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트위터 이용자수는 60만명에 불과했다. 현재의 증가세를 볼 때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는 이용자수가 임계치(300-500만명)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그에 따라 파급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이용자층의 다변화이다. 현재 트위터 이용자의 80%가 남성이고, 30-40대가 7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10-20대 중심의 온라인 문화와 배치되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트위터 확산세가 증가함에 따라 성비와 연령비는 조정 국면을 거칠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연령별 계층별로 보다 다층화된 SNS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아울러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병행되면서 모바일 기반의 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여론형성의 장이 생성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을 다변화하며 개방, 참여, 공유, 연계 등과 같은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강화를 추동하고 있는 웹 2.0 패러다임은 계층, 성, 세대 간의 경계를 넘어 확산되어갈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SNS상의 정치지형이 기성세력의 재강화를 가져올지 소외세력의 동원을 촉진할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