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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이야기

이 겨울 함께 나누는 기쁨을...

by 호호^.^아줌마 2010. 12. 28.

 

이 겨울 함께 나누는 기쁨을...  

 

 

‘너의 집에서 상하고 있는 빵은 배고픈 이들의 것이다. 너의 침대 밑에서 곰팡이 피고 있는 구두는 신발 없는 이들의 것이다. 너의 여행가방 안에 처박혀 있는 옷은 헐벗은 이들의 것이다.’

 

지난해 겨울에 받은 어떤 이로부터 받은 이-메일의 한 구절이다. 말한 이가 ‘위대한 배즐(Basil the Great)’이라고 한다. 그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정말 그렇구나 하는 공감이 컸기에 올 겨울 다시 그의 이 말을 되뇌어본다.

 

정말 그랬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지금이 아니면 손해 볼 것 같은 생각에 사다 쌓아놓은 음식이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현실, 딱히 필요한 것도 아닌데 사은품으로 뭘 주고,

 

몇 푼 싸게 준다는 상술에 넘어가 덜컥 사서 쟁여놓는 잡다한 물건들...

 

지금 누리고 있는 축복과 사랑이 곧 끊기기라도 할 것처럼 껄떡이는 삶. 그래서 모으고 또 쌓아두면서도 도움이 필요한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로부터 안내장 한 장을 받아들고 나중에 읽어보려니 하고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다 며칠이 지났는데 학교운영위원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병마와 싸우고 있는 1학년 학생을 돕기 위해 성금을 모금했는데 부모에게 전달을 하는 자리에 함께 자리를 해달라는 요청이다.

 

아차! 하는 마음으로 달려갔더니 말 그대로 꼬깃꼬깃 쌈짓돈에, 어린이들이 저금통을 털어 내놓은 코 묻은 돈까지 서류봉투에 빵빵하게 찼다. 부끄러운 마음에 만원짜리 몇 장을 슬쩍 집어넣었다.

 

내 아이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할 것인가? 잘 나가던 사업도 망해먹고 아버지는 하루하루 날품을 팔아 병원비를 조달하고, 꼼짝없이 아들 곁을 지키며 창자가 꼬이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들을 달래야 하는 그 어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온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한다. 해마다 등장하던 구세군 자선냄비도 보이지 않고, 광주 금남로에 옛 전남도청 앞에 세워지던 사랑의 온도탑도 보이지 않는 이 추운 계절, 그래도 김장김치를 나누고, 쌀 포대를 나누고, 동지팥죽을 쒀서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아니 우리 나주는 살아갈 만한 희망이 보인다.

 

이 겨울, 날씨가 추워서 추운 것이 아니라, 온정이 사라져서 추운 겨울이 되지 않도록 우리들의 마음에 사랑의 군불을 지피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과, 우리 부모들과, 우리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