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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스크랩] 오동꽃, 찔레꽃 그 지독한 그리움

by 호호^.^아줌마 2011. 5. 18.

"월요일마다 나주뉴스 오기만 목 빠지게 기다리는 영감인디,

어째서 신문을 안 보내주요? 일년치 구독료 선불까지 했는디 돈 받았다 이거요?"


"어르신 그것이 아니고요, 배달이 하루 좀 늦는가 보네요. 저희는 보냈거든요?"


"뭔 소리여? 그라믄 우체부를 다그쳐서라도 똑바로 제때 배달을 해야 할 것 아니어.

당신들 시방 촌에 사는 영감이라고 무시허는 거여, 뭐여?"


"아니, 그것이 아니고요...예, 어르신 제가 그럼 지금 바로 달려갈랍니다."


왕곡 구기촌에 사는 독자 한 분이 신문이 안 들어왔다고

어찌나 불호령을 하시던지 무작정 신문을 들고 나섰다.


왕곡 구기촌이면, 몇 년 전에 취재를 갔던 마을이니까...

하고 나섰는데 한참 가다보니 동수동 지나 오량동 지나...


이 길이 아닌갑다...


맥없이 돌아 나오는데 마을 어귀에 오동꽃,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가만 보니

참말로, 오묘하게 생긴 꽃이다.

크리스마스 종모양 같기도 하고,

백합꽃 같기도 하고,

 여고생 하얀 종아리 드러낸 

플레어스커트 같은...

 

 

 

 

오동꽃 향기를 처음 맡았던 때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늘 창가에 앉기를 고집했던 그 시절 바로 이맘 때,

조대여고 뒷산에 핀 오동꽃에 정신이 팔려 공부는 안중에도 없었던...

 

 

그런데 오동꽃 향기가 참 진했다.

아니, 매웠다.

뭔 꽃향기가 이렇게 맵담?

게다가 그 시절 5월이면 어김없이

최루탄 냄새가 코를 마비시키던 시절이었으니...

 

 

걸핏하면 박철웅 총장각하께옵서 대학과 산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운동장에 집합시켜놓고 일장훈시를 하던...

 

크~~ 미국 미치깽(^^미시건)대학과 자매결연 할 때랑,

조대 다니다 군대 간 어떤 병사가 해안초소에서 공비인줄 알고 사살한 게 돌고래였는데

그래도 잘했다며 헬기타고 특박 나올 때 운동장에 모여서 환영하던 일,


그리고 또 5월 이맘때 조대여고와 조대를 연결해주는 뒷산으로

데모하던 학생들이 우~~~쫒겨 가면 그 뒤를 짭새들이 또 우~~~잡으러 가고,

나중엔 삼삼오오 잡혀 내려오고...


오동꽃, 네가 매운 이유를 알겠다.

 

 

찔레꽃도...


마을 어귀 산골 초입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꽃.

화려하지 않아서 있는 듯 없는 듯 봄부터 여름까지 마중하고 서있지. 

그러하니 소리꾼 장사익은 순박한 꽃이라고 노래 불렀겠지.

 

하얀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하지만 내가 불렀던 노래는 더 슬펐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고운 잎은 맛도 좋아

배고프면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면서 따 먹었다오

 

 

돌아나오는 길에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기분 좋아서 나오는 노래가 아니라 그냥 그대로 넋두리하는 노래가락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논둑 밭둑에 핀 찔레꽃

누군가의 무덤가에 핀 저 찔레꽃

 

이렇게 저렇게 피었다 지고

오동꽃, 찔레꽃이 핀줄도 모르고 5월을 보낼 뻔 했다.

 

아하, 그러고보니

그 성미 고약한 영감님 덕분이 아닌가!



출처 : 전남들꽃연구회
글쓴이 : 김양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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