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들꽃이야기

김진수의 들꽃이야기② 구절초(九折草)

by 호호^.^아줌마 2011. 9. 24.

김진수의 들꽃이야기②

 

아홉 굽이 언덕 너머 꽃동네에도 큰 언니 …구절초(九折草)

 

학명 : Dendranthema zawadskii var. latilobum (Maxim.) Kitam.

분류 :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흰꽃 

희어 새파란

아침 산길에도 햇살

햇살 묻은 공기 박차고

나래 훠얼 솟구치는 새

새들이 털고 간

억새풀 숲의 이슬

뽀얗게 번지는 동녘하늘

동트는 하늘 쪽

어슷한 비탈길 돌아

발부리마다 조심스런

애기물매화

앙증스레 도리반거리는

방싯한 얼굴들, 종일

고 어린 것들 데리고 노는 꽃동네에도 큰언니

속없는 큰애기들의 웃는 니

덧니

덧니 귀염스런 구절초

흰꽃  

- 졸시 구절초(전문) -

 

초가을에서 서리가을까지 피고 지는 구절초는 우리 산야 들국화 가문에서 맏이답다. 꽃봉오리의 지름이 과시 8cm에 달하는 것도 있으니 고작 3~4cm로 한들거리는 해국이나 개미취, 구름국화 무리와는 그 존재태를 달리한다. 더욱이 잔가지에 많은 꽃을 매단 쑥부쟁이에 비하면 구절초는 한 꽃대에 한 송이씩 밀어올리고 한 떨기에는 모두 다섯 송이 정도로만 아껴, 자신의 이미지를 둘레로부터 선명히 오려낸다.


그러매 구절초는 가을무대에서 단연 ‘큰언니’의 배역이다. 구절초 앞에 가만히 앉아보면 덜 자란 어린 꽃모양에서 소녀의 미소가 엿보인다.(꽃잎이 들쑥날쑥하여 동류의 여느 꽃들처럼 꽉 찬 보름달 같지 않다.) 그 앳된 모습에서 마치 수줍어하는 큰애기(처녀의 전라도 방언)들의 웃는 덧니를 상상했다. 구절초 한 송이 들고 헤픈 시 하나 읊조리니 옛 시절이 소름처럼 돋아난다.

 

구절초를 옛 사람들은 선모초(仙母草:약명)라 하였다. 티 없는 모습이 방금 천상에서 내려온‘선녀’의 날개옷처럼 희고 향기롭다. 구월 구양절에 아홉 마디를 갖추면 ‘마디 節’자를 붙여 구절초(九節草)라 하였고, 이날에 꺾어야 약효가 제일이다 하여 ‘꺾을 折’자를 들여 구절초(九折草)라 부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는 넓은잎구절초, 가는잎구절초, 바위구절초, 울릉국화, 이화구절초, 낙동구절초 등 서른 가지가 넘는데 보통 넓은잎구절초를 구절초라 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구절초를 일본에서는 조선국(朝鮮菊)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산국(山菊)이라 적는다니 ‘九折草’는 정말 우리가 아껴줄만한 우리이름을 가진 참 어여쁜 들꽃이 아닌가.


구절초는 쌉쌀하고 부드럽고 서늘한 성미를 지녔다. 예로부터 자궁냉증과 자궁경염, 월경불순, 월경통, 불임증과 같은 부인병의 요약으로 널리 썼으며, 주로 폐와 간으로 귀경하는 성질을 따라 폐렴, 비염, 고혈압, 습진, 해독, 항우울, 항바이러스 등에도 달임약으로 활용하였다.


영양학적으로 구절초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A, 칼륨 등이 풍부하다 하였는데, 올 가을에는 꽃부꾸미를 부치고 찻물에 띄우고 술에 우려서 가까운 벗들을 한 번 불러내보고 싶다. 바야흐로 만물이 제 가던 발걸음을 멈추는 계절, 불길 사윈 환절기 감기예방을 위해 매일 선모초를 마시자. 찻잔에 어리는 가을하늘 같은 마음을 가다듬어 짧은 인생과 내 몸 사랑하는 법 맑디맑게 음미해보자.  / 김진수 전남들꽃연구회장<나주뉴스 기고문>

 

 

 

우리나라에는 넓은잎구절초, 가는잎구절초, 바위구절초, 울릉국화, 이화구절초, 낙동구절초 등

서른 가지가 넘는데 보통 넓은잎구절초를 구절초라 한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구절초를 일본에서는 조선국(朝鮮菊)이라 하고

중국에서는 산국(山菊)이라 적는다니

 ‘九折草’는 정말 우리가 아껴줄만한 우리이름을 가진 참 어여쁜 들꽃이 아닌가.

 

필자 김진수

1956년 광주에서 났다

화가

시인

부용산도 잘 부름

시집 '오래된 외출(2003, 내일을 여는 책 刊)'

전교조 해직교사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 회장

화순 운주사 골짝에 도담마을을 짓고 사람과 자연에 이로운 일을 하고자 함

현재 영광 백수중학교 교사

현재 전남들꽃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