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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이야기

곽재구 『우리가 사랑한 1초들』

by 호호^.^아줌마 2011. 11. 29.

 

곽재구 『우리가 사랑한 1초들』

지상의 두렵고 쓸쓸한 영혼들에게 바치는 현자의 노래

 

2009년 7월, 시인 곽재구는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의 시 강의를 잠시 멈추고 타고르의 고향인 산티니케탄으로 떠난다. 그리고 2010년 12월 28일까지 540일 동안, 그는 산티니케탄에 체류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한다.

 

2000년대 최고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던 『포구기행』이후 시인은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는 앤솔로지에 한 편씩 글을 발표하기도 하고, 동화를 쓰거나 신문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하는 신작 산문집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어느 지면에도 발표한 적이 없는 ‘전작’이며, 사실 책의 출간에 대한 의식도 없이 ‘필연적으로 쓰여진’ 글들을 묶은 것이다.

 

이 산문집의 배경은 비슈와바라티 대학교가 자리한 한적인 시골 마을인 산티니케탄이지만, 그것은 여느 여행기나 인도에 관한 잠언집들과는 출발점부터 차이가 있다. 시인에게 그것은 “오래 묵힌 마음의 여행”이었다.


“하루 24시간 86,400초를 다 기억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스무 살 때였지요. 1970년대 중반이었고 삶의 현실을 척박했습니다. 정치적 피폐함이 극에 이른 시간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타고르의 시편들을 읽는 순간들은 작은 천국이었지요.

 

시가 있어서 행복했고 타고르가 있어서 지상 위의 어떤 길이건 끝없이 걸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떠 처음 쓴 시의 한 줄을 타고르에게 보여주고 싶었지요.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그의 빛나는 눈빛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쓴 허름한 시들은 그의 형형한 눈빛의 체에 걸러져 단 한 줄도 지상에 남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의 성긴 체에도 걸러지지 않고 남을 시를 꼭 써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깊었습니다. 이봐요, 타고르… 지금 얼른 내게 와요. 내 시 좀 봐줘요…”


시인이 인도의 유명한 성지도 장엄한 풍광이 사람을 압도하는 여행지도 아닌 산티니케탄으로 떠난 것은 바로 40년 동안 꿈꿔왔던 ‘만남’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평화의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산티니케탄은 타고르가 작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전까지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었다.


타고르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은 엘리트였지만, 계급과 빈부 격차를 타파하기 위한 혁명적 이상을 품고 가문의 본향인 산티니케탄에 ‘아마르 꾸띠르(나의 오두막집)’라는 농촌 공동체를 세운다.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흔적은 남아 있지만, 산티니케탄에서 타고르의 영향은 물질적인 것이라기보다 내면적인 것,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파고들어 전해지는 ‘정신’에 가깝다.

타고르에 대한 애정과 열망에서 출발한 시인의 산티니케탄 체류는 가장 소박하지만 가장 완벽한 삶의 방식을 간직한 산티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감하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열반의 순간들을 선사한다.

그것은 지금 우리 곁을 스쳐 가는 1초 1초들을 사랑하는 지혜를 터득함으로써 앞으로 맞이하고픈 행복하고 귀한 1초를 불러들이는 제의와 같은 시간들이다.


1.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사람이 하나의 별이라면


시인이 묘사하는 산티니케탄은 우리나라의 1960년대 농촌과 비슷한 풍경이다. 초가집들, 뙤약볕 아래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 우물 긷는 아낙네, 흙먼지 이는 시골길 위로 자전거 타고 가는 아가씨, 소와 개와 염소들,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저녁마다 전깃불이 나가면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반딧불들…

신을 섬기며 농사짓고 아이를 기르고 정을 나누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산티 사람들은 욕심도 경쟁도 고통도 절망도 알지 못한다. 시인은 이들을 ‘별’이라 일컫는다. 1부에서는 그 별과 같은 사람들과 얽힌 ‘인연’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시인은 벼룩시장에서 어린 소녀에게 10루피를 주고 종이배를 산다. 10루피는 한화로 250원 정도지만 인도에서는 한 끼 식사를 배불리 할 수 있는 돈이다. 따라서 아이가 만든 종이배를 10루피를 주고 사는 것은 누가 봐도 실없는 짓이다.

그런데 시인은 소녀의 종이배를 보며 타고르의 시「종이배」를 떠올리고 소녀를 타고르 시인이 보낸 선물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종이배를 사 가지고 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 아가씨가 시인에게 말을 건넨다. 생명의 물이라는 뜻의 암리타라는 이름의 아가씨는 시인이 타고르를 사랑하여 산티니케탄에 왔다는 얘기에 감동한다. 그리고 타고르의 시 중에 가장 아름다운 「황금빛 배」라는 시를 꼭 읽어보라며 가르쳐준다. 소녀의 종이배가 이어준 또 하나의 인연이다. (「종이배를 파는 아이가 있었네 1, 2」)


어느 날은 짜이 가게 앞을 지나는데 한 인도 아가씨가 그를 보고 미소 지으며 안으로 들어오라 하더니 차를 대접한다. 영문을 모르고 차를 얻어 마신 날 밤, 옥상에 올라가 별을 보며 누워 있다가 시인은 벌떡 일어난다.

시인은 8년 전에도 산티니케탄에 며칠 머문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맨발의 어린 소녀에게 신발값을 주었다. 신발을 사주고 싶었지만, 그 신발이 해지면 다시 신발을 사 신을 수 없는 아이의 처지를 생각해 돈으로 주었던 것이다.

짜이 가게의 처녀는 바로 8년 전의 맨발의 아이였다. 시인은 잊었는데, 론디니라는 이름의 그 소녀는 아직도 그를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인연」)


아버지가 타고르 시인의 주방장이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찻집 주인 ‘깔루다’ 이야기, 인도로 유학 온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의 교류, 비슈와바라티 대학 영어 강사이자 타고르 문학을 영역(英譯)하여 책으로 펴낸 브라만 계급 처녀인 투툴 등등, 신분과 나이와 빈부와 국적을 초월한 어울림의 시간들을 시인은 ‘별과 별 사이의 여행’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부겐빌레아」라는 시 속에서 이러한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소중하고 따뜻한 1초 1초가 쌓여 이루어지는 우리의 삶은 별들이 모여 은하수를 이루는 시간이 된다.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2.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릭샤 스탠드| 행복을 찾는 가장 빠른 길


산티니케탄에 체류하는 동안 시인의 일상을 늘 함께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릭샤’라 불리는 자전거 택시를 모는 ‘릭샤왈라’들이다. 시인은 산티니케탄의 모든 릭샤왈라들의 이름을 한 번씩 다 불러보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보는 릭샤왈라에겐 꼭 이름을 묻는다. 그의 이런 버릇은 산티의 릭샤왈라들 사이에 금세 소문이 퍼졌고, 어느 순간 먼저 다가와 자기 이름을 얘기하는 릭샤왈라들이 생겨난다.


오십대인 수보르는 릭샤도 새것이고 늘 하얀 양말에 깨끗한 구두를 신고 핸드폰도 들고 다닌다. 못생기고 허름한 릭샤를 일부러 골라 타는 시인과는 친해질 일이 없는 릭샤왈라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시인에게 다가와 “내 이름은 수보르야”라고 말했고 시인은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다. 수보르는 릭샤를 몰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개들, 풀들, 꽃들 모두에게 “안녕 친구!”라고 인사한다.

시인에게 산티의 수많은 꽃이름들을 벵골어로 가르쳐준 것도 바로 수보르다. 꽃을 사랑하는 시인에게 수보르는 ‘꽃 선생님’이자 시인보다 더 시인의 영혼을 가진 릭샤왈라다. (「수보르, 나의 시 선생님」)


다보스는 릭샤왈라이자 ‘노래하는 집시’인 바울이기도 하다. 시인은 다보스에게 한 차례 반소리(피리) 레슨을 받았다. 소리를 제대로 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후로 시인은 다보스를 만나면 언제나 깍듯하게 “자이구루!(너의 스승에게 경배를!)”라고 인사한다.

어느 날 시인은 산티니케탄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삼바티 마을에 들렀다가 우연히 다보스를 만난다. 다보스는 시인을 릭샤에 태우더니 동네 안의 아주 좁은 골목길로 데려간다. 영문을 몰랐지만 시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릭샤왈라가 이끄는 대로 따른다.

동네 안쪽엔 뜻밖에도 연꽃이 만발한 연못이 있다. 다보스는 시인에게 그 연꽃 호수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시인은 산티니케탄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할지 먼저 결정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어떤 이방인도 보지 못하는 진짜 삶의 모습과 마주치게 된다.

거기서 시인은 생의 가장 행복하고 빛나는 순간을 체험하고 시를 발견하는 것이다. (「연꽃 만발한 삼바티 마을에 가다」)


3. 마시 이야기| 일상 속 소중한 1초들


마시는 ‘가정부’를 뜻하는 벵골어다. 인도의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선 마시를 고용한다. 밥 하는 마시와 청소하는 마시가 따로 있고 정원사와 운전수가 따로 있다. 마시의 존재는 인도가 계급사회이자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임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인도에 정착한 시인은 집을 구하면서 그 집에서 일하던 마시까지 물려받게 된다. 그 마시들을 고용하지 않으면 그들은 다른 집에 일자리를 구해야 했기에 시인은 졸지에 2명의 마시를 부려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마시 월급은 한 달에 2만원. 두 명을 쓰더라도 경제적인 부담은 없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긴다. 마시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정해진 일만 제대로 한다면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게 하라’고 배려했더니 그다음 날부터 마시들이 너무 늦게 나와 너무 일찍 돌아가고, 거짓말을 일삼고, 가끔은 아예 안 나오기도 한다.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못한 시인은 혼자 고민하고 실망하고 의심하고 속을 끓이다가 이웃 유학생들에게 상담을 청하기에 이른다.


산티에서의 일상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마시 이야기」에는 이러한 풍경들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만만한 주인’과 ‘만만치 않은 마시들’의 줄다리기는 때론 우스꽝스럽고 때론 가슴 졸이게 하고 때론 안타깝거나 화가 나기도 하지만 결국은 감동적인 소통에 이른다.

우리가 사랑해야 할 것에는 행복과 기쁨은 물론이고 갈등과 반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 또한 포함된다는 평범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글편들이다.


4. 가난한 신과 행복한 사진 찍기| 지상이 극락인 시간이 여기에


벵골어를 공부하여 타고르의 시들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이 시인이 1년 6개월 산티니케탄 체류의 중심 과제였지만, 산티 사람들과 지내다 보니 작가로서 그곳의 사정을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처음 산티니케탄에 들어오던 날이 생각나는군요. 공항에서 차를 타고 오는데 아스팔트 도로가 녹아 타는 듯, 유리 징인 듯 보였습니다. 이곳은 2월 말이면 이미 40도가 넘습니다. 연일 48도를 넘나드는 초열지옥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덥지만, 그래서 꼭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해 떠오르기 직전부터 낮 12시까지는 글 쓰는 재미로 지내는 거지요.”


4부에서는 이 정주의 기간 동안 터득하게 된 삶의 지혜들에 관한 글이 주를 이룬다.


시인은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티의 노천카페 거리인 ‘라딴빨리’에 나간다. 반얀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그늘 아래 앉아 짜이를 마시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가 이 나무 아래 앉아 있는 데는 까닭이 있다. 맞은편에 ‘달빛의 냄새’가 난다는 ‘조전건다’ 나무가 서 있기 때문이다. 어린 소녀에게 종이배를 산 날 말을 걸어온 암리타라는 아가씨가 알려준 꽃나무였다.

그는 1년 동안 조전건다 나무를 지켜보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2010년 5월, 마침내 찬란한 빛의 축제와도 같은 광경을 목도한다. (「조전건다 꽃이 필 때」 1, 2)


한편, 인도에 체류하면서 시인은 처음으로 만년필 대신 노트북을 사용하여 글을 쓰게 된다. 그런데 키보드 자판 하나가 고장 나서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그것을 고치기 위해 산티에서 차로 4시간 거리인 콜카타까지 두 번을 왕복하게 된다.

처음에는 컴퓨터 수리를 맡기기 위해, 그다음은 수리된 컴퓨터를 찾기 위해서. 기차를 타고 택시를 타고 걷고 뛰며 콜카타의 교통지옥을 뚫고 밤 열차에 몸을 싣고 산티로 돌아오는 험난한 여정을 시인은 담담하게 ‘소풍’이라고 말한다. 느리게 사는 지혜를 터득한 현자의 성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고장 난 노트북과 콜카타로 소풍 가기」)


또한 시인은 인도에서 10루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헤아리다가 10루피가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돈”임을 깨닫고, 시간 약속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인도인 가족과 영화를 보러 간 날의 속 터지는 이야기를 적으면서 “생이 이러한 초대의 연속이라면 싶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넓이를 얻는다.


『우리가 사랑한 1초들』은 시인 곽재구가 “산티니케탄에서 만난 시간의 향기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가 평생 꿈꿔왔던 “별과 별 사이의 여행”의 기록이다. 시인이 산티에서 만난 범박한 생들은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힘겹고 아프지만 그 모두가 경이롭다. 한 생이 살아온 시간의 흔적과 고단의 자취는 시인의 눈을 통해 별다른 수사나 꾸밈이 없이도 한 편의 긴 서정시가 된다.


“대저 시가 무엇인지요? 그 또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아니겠는지요.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생의 1초들을 사랑하는 일 아니겠는지요. 이기적이고 모순된 삶 속에서 우리들이 꿈꾼 가장 어질고 빛나는 이미지들을 우리들의 시간 속에 반짝 펼쳐 보이는 것 아니겠는지요.” _책머리에 중에서


∵책 속에서


크와이의 벼룩시장에서 만난 어린 소녀는 색색의 그림이 그려진 일곱 개의 종이배를 팔았습니다. 우리의 유년 시절이 종이배를 접었고 다시 태어날 세대들도 종이배를 접어 시냇물에 띄울 겁니다. 허름한 영혼이지만 우리 모두 작은 종이배가 되어 인생의 강물 속으로 흘러들어가겠지요. (19쪽)


운이 좋은 날에는 한 줄기 바람이 지나가는 때도 있어서 나무 의자에 앉아 별을 보노라면 폭염의 공포에서 잠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반딧불이들이 반짝반짝 날아가는 것을 바라보며 어둠 속에 펼쳐진 모든 풍경들에 연민이 이는 것을 느낍니다. 길, 나무, 집, 숲의 새들과 원숭이들, 오늘도 다들 열심히 제 몫의 삶을 살아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위대한 일이 아닐는지요. (37쪽)


이 학교는 지상에서 네 번째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이곳이 지금까지 내가 지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학교지만 이보다 더 아름다운 학교가 이 세상 어딘가에 세 개쯤은 더 있어도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이 만든 세상 또한 아름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47쪽)


꽃을 꺾어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꽃을 그냥 버리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꽃을 주워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한 아름 연꽃을 안고 릭샤를 탑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 손을 흔들어줍니다. 나는 그들에게 연꽃 송이들을 흔들어줍니다. 연꽃 한 아름을 들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다들 행복해하는군요. (135쪽)


당신과 우리 모두 기다리며 한세상을 살아왔지요. 기다림이 없는 시간이 바로 절망의 시간 아닌지요. 우리 모두 부지런히 살아요. 몸 안의 강변길에 늘어선 꽃나무들이 달빛의 냄새를 흩뿌릴 때까지. (2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