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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새벽, 산길을 걸으며...김황흠

by 호호^.^아줌마 2012. 1. 14.

◇ 금성산 설경 by 홍양현

 

새벽, 산길을 걸으며

 

                                                          김황흠

 

눈이 쌓인 산은 참으로 고요하다.

흔한 새 소리 한 소절 없는 산등성이를

가끔씩 바람이 세설거리며 지나가고

짧은 햇살이 눈부신 자리를 만들다가 돌아간다.

등산객의 자취도 없는 산은 깊은 침묵으로

내면을 눈으로 덮어 둔다.

나무란 나무는 어둠침침하다.

활엽수 나무들 앙상한 가지마다

제법 푸짐하게 눈이 쌓여있다.

얼어붙은 서리가 만들어 놓은 상고대(霜固隊)는

눈과 어울려 한 폭의 절경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자연의 신비함은 항상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때와 절기에 따라 산은 그 때 그 때의 신비로움을

사람들로 하여금 경이로움으로 감탄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 무등산의 상고대는 유명하다.

나무 가지 하나하나마다 결빙의 환상을 자아낸다.

상고대 현상은 서리가 얼어붙은 현상이다.

보통 雪花는 눈꽃을 말하고 氷花는 얼음 꽃을 말하는데

상고대는 서리꽃이라고 한다.

그러한 현상은 유난히 무등산에서 많이 포착되고

시민들의 앵글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다.

어둑새벽의 산길은 자못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비경을 연출한다.

눈에 묻혀 빠끔 드러난 낙엽을 보노라면

지나온 나무 이파리의 행적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 겨울 한복판에 식량거리나 있나 싶어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을 동물들의 발자국,

인기척에 놀란 꿩의 급한 날갯짓에

떨어지는 눈송이들이 팝콘처럼 떨어진다.

설화의 낙화도 참 볼만하다. 도대체 저 꿩은

소갈머리 성질도 급하다.

날갯짓으로 쌓인 눈꽃이 사방으로 퍼져선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며 내려앉는다.

산길의 끝에 도달하면 지석강의 여울목이라 할 수 있는 정자교를 만난다.

정자교는 예전엔 절벽과 바윗돌로 이뤄진 곳이라 한다.

귀농 할 때만해도 오래전에 만들어진 보로 사람과 차들이 통행하곤 했는데

물이 불어나면 통행이 금지되는 곳이다.

여름엔 이 곳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

주변에는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많았다.

그런데 다리가 놓이면서 보를 아래로 옮기고 해체를 했다.

이 곳은 유난히 침수가 잘된 지역 이였는데 보를 철거하고

하천을 정비한 후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큰물이 나지 않았다.

얼음이 얼어 빙판이 된 지석강 수면은 흰 눈으로 덥혀있다.

작년엔 한파로 사람이 걸어 갈 수 있을 만큼 얼었다고 한다.

겨울동안 강은 마음을 꼭 닫아두려는 모양이다.

해마다 얼음이 풀리는 절기까지 바람의 애원을 외면한 채

봄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필자 김황흠

• 전남 장흥 출신

• 2008년 <작가>지 신인상 수상

• 2010년 제8회 농촌문학상 시부문 수상

 

  

김효근 작사.작곡/ 조미경 노래.1981년 대학가곡제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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