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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상식

가정의달, 속담으로 풀어 보는 가족

by 호호^.^아줌마 2015. 5. 7.

가정의달, 속담으로 풀어 보는 가족

 

그 미묘하고도 복잡한 관계를 풀어봅니다.

 

배 썩은 것은 딸을 주고 밤 썩은 것은 며느리 준다

 

어머니는 썩은 배는 딸에게, 썩은 밤은 며느리에게 주었답니다. 그런데 배도 썩었고 밤도 썩었습니다. 이처럼 무엇 하나 성한 것이 없는데 어머니는 왜 딸에게는 배, 며느리에게는 밤을 주었을까요?

 

얼핏 보아서는 그 이유를 알기 쉽지 않는데요. 썩은 배와 썩은 밤 사이에는 대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썩은 배는 그래도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약간 상한 배는 도리어 단맛이 강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밤은 크기가 작다 보니 조금만 썩어도 거의 먹을 것이 없습니다. 결국 이 속담은 어머니들은 자기가 낳은 딸을 며느리보다 더 아낀다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가 있습니다. 봄볕은 뜨겁지 않은 듯해도 쬐이면 금세 까맣게 그을리고, 가을볕은 따뜻하지만 그을릴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또 다른 속담으로 ‘딸의 차반 재 넘어가고 며느리 차반 농 위에 둔다’가 있습니다. ‘차반’은 맛있게 잘 차린 음식인데요. 이 속담은 딸에게 줄 차반은 아끼지 않으면서 며느리에게 줄 차반은 아까워 농 위에 두고 망설인다는 뜻입니다. 딸에 비해 며느리에게는 조금 인심이 박한 시어머니의 묘한 심리를 담은 속담들이었습니다.

 

 

작은며느리 보고 나서 큰며느리 무던한 줄 안다

 

어머니가 외며느리를 두고 있다가, 작은며느리도 보게 되었습니다. 새 며느리가 들어오자, 어머니의 마음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몰라보았던 큰며느리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외며느리 고운 데 없다’라는 속담처럼, 며느리가 여럿이면 비교해서 각각의 좋은 점도 찾을 수 있겠으나, 외며느리는 비교할 대상이 없다 보니 시어머니에게 좀처럼 예쁨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작은며느리가 들어오니, 큰며느리의 성품이 너그럽고 수더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이 속담은 먼저 있던 사람의 좋은 점은 나중에 온 사람을 겪어 보아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속담으로 ‘둘째 며느리 삼아 보아야 맏며느리 착한 줄 안다’가 있습니다. 두 며느리의 장점만을 본다면 어머니도 며느리도 모두가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

 

‘악처’는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행실이나 성질이 악독한 아내’를 뜻합니다. 이 속담은 효성이 지극한 아들보다 심성이 곱지 못한 악처가 더 낫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어떤 연유로 그런 걸까요?

 

이 속담은 ‘아무리 못된 아내라도 효자보다 낫다’는 뜻으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남자에게는 자식보다 아내가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같은 뜻으로 ‘열두 효자가 악처만 못하다’, ‘효자가 불여악처(不如惡妻)’, ‘착한 며느리도 악처만 못하다’ 등이 있습니다.

 

한편 비슷한 속담으로 ‘사내는 죽을 때 계집과 돈을 머리맡에 놓고 죽어라’가 있는데요. 이 말은 ‘남자가 늙어서는 아내와 돈이 있어야 된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속담으로 ‘더러운 처와 악한 첩이 빈방보다 낫다’가 있습니다. 아무리 못된 아내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남자에게 아내란 매우 소중한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위는 백 년 손이요 며느리는 종신 식구라

 

‘백 년 손’은 한평생을 두고 늘 어려운 손님으로 맞이하는 ‘백년손님’을 일컫는 말입니다. 반면 ‘종신 식구’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식구’라는 말입니다. 그러면 왜 사위는 평생 손님이고, 며느리는 평생 식구가 되는 걸까요?

 

사위도 며느리도 모두 자식뻘이지만 따지자면 결국에는 모두 남의 자식입니다. 그런데 며느리는 제집 식구처럼 되는 반면에 사위는 영원한 손님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속담은 며느리와 달리 사위는 장인과 장모에게는 언제나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존재임을 뜻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위 반찬은 장모 눈썹 밑에 있다’는 속담처럼 장모가 사위를 대접하려고 보는 대로 먹을 것을 찾아서 상을 차려 주려 한다는 속담도 있고, ‘처갓집에 송곳 차고 간다’라는 속담처럼 사위가 처가에 가면 그 대접이 극진하여 밥을 지나치게 그릇에 꼭꼭 담아 주기 때문에 송곳으로 쑤셔 먹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재미있는 속담도 있습니다.

 

고추장 단지가 열둘이라도 서방님 비위를 못 맞춘다

 

고추장 종류만 열두 가지를 가진 주부가 있습니다. 웬만한 요리 연구가도 이 정도로 많은 고추장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남편의 비위는 맞출 수가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이 속담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성미가 몹시 까다로워 비위 맞추기가 어렵다’는 뜻이고, 다른 한 가지는 ‘고추장 단지’를 재물의 크기로 간주해 ‘많이 가졌다고 해서 사람의 마음을 사기는 어렵다’라는 뜻입니다.

 

따지기를 좋아하고 쉽게 만족하지 못 하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분명 피곤하고 힘든 일일 텐데요. 온갖 재물을 써도 얻기 힘든 것이 사람의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뜻으로 ‘반찬 항아리가 열둘이라도 서방님 비위를 못 맞추겠다’가 있습니다.

 

 

친손자는 걸리고 외손자는 업고 간다

 

친손자는 아들이 낳은 자식이고 외손자는 딸이 낳은 자식입니다. 그런데 친손자는 제 발로 걸어가게 하고, 외손자는 등에 업고 간다고 합니다. 어째서 친손자와 외손자 간에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요? 속담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속담은 딸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친손자보다 외손자를 더 귀여워한다는 뜻입니다. 성씨를 물려받아 대를 잇는 친손자가 더 소중할 수도 있겠지만, 딸에 대한 사랑이 커서 딸이 낳은 자식을 더 예뻐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 속담은 사랑에 있어 경중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행동에서 주객이 뒤바뀌었음을 이르기도 합니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외손자는 업고 친손자는 걸리면서 업은 아이 발 시리다 빨리 가자 한다’와 ‘친손자는 걸리고 외손자는 업고 가면서 업힌 아이 갑갑해한다 빨리 걸으라 한다’가 있습니다.

 

※ 참고자료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세시풍속사전(http://folkency.nfm.go.kr/sesi)’

정창훈(2005), ≪속담 속에 숨은 과학 1≫, 봄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