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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중요문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후보 박정자 선생 가옥 철거되나?

by 호호^.^아줌마 2016. 6. 16.

“우리집 뜯긴다는 소식을 병원서 듣다니...”

 

만하 박정자 선생 주택에 주차장 들어선다는 소식에 아연실색

“전통문화 보존은 못할망정 계승자 쫓아내는 것이 행정인가?”

 

 

“나인수 시장 때 다시면에 있는 폐교를 매입해서 불화박물관을 지어 줄테니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청을 받아들여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내려왔어요. 시장이 바뀌면서 계획도 바뀌고 지금은 선친이 물려 준 집에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문하생들에게 불화를 가르치고 있는데 나주시가 4대째 살고 있는 우리집을 뜯고 주차장을 만든다니 이게 될 말입니까?”

 

나주시 산정동에서 한국전통불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만하 박정자(78, 왼쪽 사진)선생. 중요문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후보이기도 한 박정자 선생은 최근 나주시가 개발촉진지구 기반시설사업의 일환으로 선생이 살고 있는 주택 일원에 주차장을 개설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월 초순경 나주시내 이비인후과 병원에 갔다가 우연히 병원 의사로부터 “선생의 집이 뜯기고 주차장이 들어선다는데 사실이냐?”는 말을 전해 듣고 처음 알게 됐다.

 

선생은 즉시 강인규 시장을 찾아가 반대의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강인규 시장으로부터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사업에 선정돼 이미 결정이 됐기 때문에 번복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 듣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장흥이 고향인 선생은 스물세 살 나이에 나주정씨 집안에 시집와 나주중앙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던 중 1971년 단청의 명인 만봉 이치호 스님의 문하로 들어가게 됐다.

 

1986년 제10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을 계기로 이듬해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후보로 지정된 선생은 2006년 단청장 보유자인 만봉스님이 입적하자 문화재청이 2년이 넘도록 후계자 지정을 놓고 논란을 거듭한 끝에 6명의 단청장 후보 중 유병순, 홍창원 후보를 보유자로 인정함으로써 선생의 보유자 지정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선생은 자신의 불화인생 40년 세월을 결코 후회해 본적이 없다고 밝히며, 여생을 후계양성에 몸 바치겠다는 결심으로 자택에 불화연구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나주시가 한 때 선생에 대해 전남도지정문화재 지정을 추진하다 유야무야 된 상태에서도 선생은 나주에 전통불화박물관을 세우겠다는 꿈을 놓지 않고 있다.

 

당초 선생이 나주에 내려오게 된 계기가 1997년 당시 나인수 시장이 폐교가 된 다시 신광초등학교를 매입, 불화박물관을 지어주겠다고 해서 고향으로 발길을 돌렸으나 시장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선생은 “전통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나주의 역사문화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주의 명운을 걸고 불화박물관이 들어서야 한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선생이 살고 있는 집은 전통한옥으로 8천석꾼 대지주였던 시할아버지 정우철 선생이 선산의 소나무를 베어오고 다시면 회진에서 황토기와를 구워와 10년에 걸쳐 지은 전통한옥으로 본체만 100평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도1호선이 개설되면서 본체가 도로부지에 편입돼 사라지고 지금 남아있는 건물은 사랑채와 문간채, 그리고 선생이 화실로 쓰고 있는 별채 등 넉 동의 건물이다.

 

선생은 “5년 전 남편이 세상을 뜨면서 잠시 그림을 놓고 경기도의 아들집에서 독서로 소일을 하던 중 그림에 손을 놓고 있으니까 슬픔이 가라앉지 않고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이 죽은 것과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1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고 말한다.

 

아울러 “나주가 천년 목사고을 역사문화도시라고 자랑을 하면서 나처럼 전통을 지켜가는 사람 하나 예우하지 못하고 쫓아내는 것이 역사문화도시냐”고 반문하며 “전국에서 나에게 불화를 배우러 오는 문하생들이 나주를 전통문화의 메카로 생각하고 옷깃을 여기며 찾아오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짐짓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선생은 가옥을 지켜내기 위해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펼치는 한편, 국민권익위원회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내서라도 터전을 지켜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후보인 박정자 선생이 기거하며 한국전통불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나주시 산정동 한옥가옥. 나주시가 이곳에 생태주차장을 개설할 계획으로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