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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이야기

남도의 향토소리, 소리꾼

by 호호^.^아줌마 2009. 2. 16.

남도의 향토소리, 소리꾼

                                  (2009. 2. 6.금요일. 오후 3:10~3:58, 90.5MHz

                                                     KBS광주방송총국 남도투데이 -느티나무 아래서-)

 


Ann> 요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가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죠?

화려한 액션이나 숨막히는 반전도 없이 그저 시골 할아버지와 늙은 소 한 마리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이 감동하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는데요, 그건 바로 뿌리깊은 우리 고향의 소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Ann> 남도의 문화와 전통을 찾아 떠나는 <느티나무 아래서>, 오늘은 이 <워낭소리>처럼 훈훈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남도의 소리와 그 소리를 이어가는 소리꾼들에 대한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전라남도문화관광해설가, <나주뉴스> 김양순 편집국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김> 네, 안녕하십니까?

방금 <워낭소리> 얘기를 하셨는데, 저도 그 영화를 보면서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어렸을 때 시골에서 소를 앞세워 밭을 갈던 어르신들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소를 몰면서 ‘워~ 워~’ 하던 소리가 어찌나 다정하던지, 제 고향에서는 워낭을 ‘핑경’이라고 했는데 그게 바로 고향의 소리, 남도의 소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Ann> 자, 그렇다면 오늘 전해주실 남도의 향토소리, 어떤 소리가 있을까요?


김> 남도에는 마을마다 전해지는 특색있는 향토소리와 그 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소리꾼들이 있습니다.

제가 작년 여름에 진도에 갔다가 지산면 인지리라는 곳에서 진도의 상여소리를 들었는데요, 사실 상여소리라고 하면 왠지 음산하고 썩 기분 좋은 소리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리를 듣고 있다 보니까 이건 단순히 죽음을 서러워하는 곡하는 소리가 아니라, 인생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담은 자서전과도 같은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사가, 


여보시오 시주님네 /이내 말씀 들어보소 /이 세상에 나온 사람 /누 덕으로 나왔는가 

석가여래 공덕으로/ 아버님전 뼈를 빌고/ 어머님전 살을 빌어/이내 일신 탄생하야 

한두살에 철을 몰라/ 부모은공을 못 갚으고/ 이삼십이 근근해도/ 어이없고 애닯구나 

무정한 세월은 유수같이/ 원수백발이 돌아왔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소리를 하셨던 분이 지난 97년도에 작고한 중요무형문화재 51호 조공례 명인과 한 마을에 살면서 어깨너머로 소리를 배웠다는 분이었는데요, 어깨너머로 배운 실력이 그 정도라면 아마도 진도 분들은 다들 명인, 명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농촌마을에서는 초상이 나면 부락 단위로 마을 사람들이 서로 협동해서 장례를 치르고 또 스스로 상여꾼이 돼서 상여소리를 했었는데요,

이렇게 소리로 나마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nn> 그런데 화순에는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그 마을의 향토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마을이 있다고요?


김> 그렇습니다. 화순군 도암면 도장리라는 마을인데요, 화순군에서 민요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에는 예로부터 아낙들의 밭노래와 시집살이 노래가 발달했다고 합니다.

미영(솜)을 심으면서 불렀다는 김금순 할머니의 <한재너머>라는 민요는


“한재너머 한각고야/두재 넘어 지충개야/겉잎같은 울 어머니 속잎같은 나를 두고/

임의 정이 좋다 한들 자석의 정리를 띠고 간가/어메 어메 우리 어메 요내 나는 죽어지면/

잔등잔등 넘어가서 양지발로 묻어놓고/ 비가 오면 덮어주고 눈이 오면 쓸어주소."


이런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런 노래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타박타박 타박네야/무엇을 보려고 울고 가냐/울 어머니 산소에로/젖을 먹자 울고 가네/

울 어머니 산소에는 함박꽃도 너울너울/울 아버지 산소에는 접시꽃도 방실방실..."


Ann> 이 노래는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가 아닌가 싶은데요?


김> 그렇죠? 바로 80년대 가수 서유석 씨가 불렀던 <타박네>의 오리지널 버전이 바로 이 마을에서 흘러나왔다고 하더군요.

지금 이 마을에서는 이병순 할머니가 ‘왕소리꾼’ 역할을 하고 계신데요, 이 분이랑 밭일을 하다보면 그칠줄 모르고 흘러나오는 이 분의 구성진 소리를 듣느라 해기 지는 줄도 모를 지경이라고 합니다.

이 분이 또 도장리마을을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는 <발자랑>의 앞소리꾼이기도 한데요,


“발자랑 발자랑 새보신 신고 발자랑/ 아짐개 족집게 열 다섯 목욕탕 큰애기 노리개/

발자랑 발자랑 새보신 신고 발자랑/ 안아춤 삼한에 만화방창 일년 대화가 연초냐/

발자랑 발자랑 새보신 신고 발자랑..."


무슨 뜻인지 통 모르시겠다고요? 사실은 노래를 부르는 이병순 할머니도 무슨 말인지는 모르고 부른답니다. 과거에 할머니, 어머니들로부터 들었던 가락을 따라서 불렀을 뿐이라고 하는군요.


Ann> 그런데 나주의 한 마을에는 형제가 소리를 겨루는 마을이 있다는데, 어떤 얘깁니까?


김> 나주시 동강면 옥정리 봉추마을 얘긴데요,

이 마을에서 전해지는 들노래는 지난해 제35회 남도문화제에서 일반부 으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봉추들노래를 앞장서서 이끌어 가는 분들이 바로 박만배, 박선배 할아버진데요, 두 분 다 팔순을 넘긴 분들입니다. 또 한 마을에 살고 있는 형제이기도 하시고요.

마을사람들은 박만배 할아버지의 소리를 들을 때는 ‘형만한 아우가 없지, 암...’이러시다가 또 박선배 할아버지가 소리를 하고나면 ‘난형난제로다’이러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분의 소리를 자랑삼아 얘기하곤 합니다.


에롱데롱 내가 돌아간다/간다간다 내가 돌아가요/에롱데롱 내가 돌아간다/막걸리 한잔을 또 한잔을 하고/에롱데롱 내가 돌아간다/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네/에롱데롱 내가 돌아간다


그런데 저도 들어봤습니다만, 형인 박만배 어르신이 앞에서 소리를 매기고 박선배 어르신이 뒤에서 소리를 받고 하면서 봉추들노래 시연을 하는 걸 보면, 이 마을분들이 농사꾼이 아니라 전문 국악인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말 멋집니다.


Ann> 그런데 이렇게 소리를 이어가는 분들이 계시긴 한데, 막상 들을 기회가 없다는 것이 아쉽더라고요?


김> 우리 남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연소식 덤으로 전해드리겠습니다.

화순에 있는 전남도립국악원에서는 매주 토요일 상설무대로 ‘남도예향의 風流愛樂’공연을 펼치고 있는데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공연을 합니다.


내일은 ‘맺힘, 풀림, 어름 우리춤의 신명풀이 한마당’이라는 주제로 어깨춤이 절로 나는 ‘교방춤’과 남도씻김의 한(恨)을 담은 ‘구음 살풀이’, 그리고 우수를 앞두고 듣는 ‘봄의 소리-춤을 위한 메나리’ 공연이 펼쳐집니다.


Ann> 그러니까요. 생활 속에서 부르는 노래,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 또 한 동네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함께 상여소리로 배웅하던 그런 노래들이 바로 우리 남도의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자산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http://gwangju.kbs.co.kr/radio/radio_04_03.html

2009년 2월 13일 방송 다시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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