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이야기

드라마 ‘맨땅에 헤딩’ 정신보건법 위반?

by 호호^.^아줌마 2009. 10. 1.

이정강 소장의 인권이야기


드라마 ‘맨땅에 헤딩’

 

정신보건법 위반?


 

이정강 소장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지난달에 방영을 시작한 한 방송사의 축구 드라마 ‘맨땅에 헤딩’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 드라마가 다수인보호시설인 정신요양원을 담고 있어 화제다. 더욱이 정신보건법을 위반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인공 차봉군은 ‘행복한 정신요양원’에 갇혀 있다. 문제는 차봉군이 잃었던 기억을 되찾고 ‘제정신’으로 돌아왔음에도 정신요양원을 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의사 : 차봉군 환자, 보호자가 장기보호를 요청했어요.

봉군 : 내 보호자요?

의사 : 장승우 씨요.

봉군 : 그 새끼가 왜 내 보호자야?

의사 : (움찔)

봉군 : 그 자식 내 보호자 아니에요. 나 멀쩡해요. 내 보내줘요.

의사 : 차봉군 환자, 면담 끝났습니다. 


차봉군의 담당의사는 장승우가 차봉군의 보호자이며, 이 보호자가 장기보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장승우는 극중 차봉군의 에이전트인 장해빈을 두고 차봉군의 연적으로 등장하는 변호사다. 즉, 의사의 말에 의하면 차봉군과 일면식만 있는 이가 차봉군의 보호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신보건법 위반가능성이 높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환자의 보호의무자(보호자)가 되려면 직계가족이나 생활을 함께하는 가족으로 한정하고 있다. 물론 차봉군이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로 인정돼 변호사 장승우가 차봉군의 후견인이 된 상태라면 장승우가 보호의무자가 될 수는 있다. 이 경우 차봉군에 대한 병원의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또 한가지 문제는 남는다. 과연 보호의무자가 장기보호를 요청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역시 ‘장기’를 어느 정도 기간으로 볼 것인지가 의문이지만, 보호의무자가 요양기간을 요청했다고 해서 병원이 따를 의무는 없다. 의사는 스스로 진단해 그 입원기간을 정해야 한다. 또한 환자의 계속 입원 여부는 6개월에 한 번씩 관련 기관에 ‘계속입원심사’를 받아 이뤄져야 한다.  

 

‘행복한 정신요양원’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서도 차봉군을 붙들어두는 이유는 차봉군이 일반 병원에서 정신요양원을 이송되던 장면에서 설명된다.

 

지난 9월 23일 방영된 5회분. 물에 빠진 사고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차봉군은 스스로를 배트맨이라 생각하는 정신질환자 영달을 만난다. 개그맨 박휘순이 역할을 맡아 화제인 영달과 차봉군은 어느새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어느 날 영달이 온몸이 묶인 채 정신병원으로 후송되려는 순간을 차봉군은 목격하게 됐다.

 

그런 차봉군을 요양원 직원들은 응급호송차에 함께 태운다. 이때 요양원 직원 한 명이 망설이자 다른 직원은 “장사 한두 번 해? 두 당 보조금이 얼만데...”라며 상습적으로 불법입원을 시켜왔음을 암시했다.

 

또한 변호사 장승우가 사무장에게 부탁한 조사 결과를 보면, ‘행복한 정신요양원’은 “환자가 백 명 정도인데 주로 부랑자나 무연고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보조금을 꽤 많이 지원받는 병원”이다.

 

즉 ‘행복한 정신요양원’에서 환자는 사람이 아니라 ‘장사’가 되는 ‘물건’인 셈이었다. 그러니 차봉군을 가급적 오래 요양원에 묶어두어야 한다.

 

실제 이처럼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에서 환자가 사람이 아니라 ‘보조금을 받는 물건’이 되는 경우가 허구만은 아니다. 일부 다수인 보호시설에서는 현재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차봉군처럼 정신적 치료가 필요 없는데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에 갇혀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 있다.

 

1331.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전화번호다. 전화가 어렵다면 우편도 가능하고, 시설 종사자에게 국가인권위 면전진정을 요청하면 시설종사자는 이를 인권위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역시, 불법이다.

'우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현임 칼럼-비빔밥  (0) 2009.10.12
김현임 칼럼-달빛  (0) 2009.10.05
김현임 칼럼 …안자(晏子)   (0) 2009.09.27
절도범이 알아버린 내 정보   (0) 2009.09.27
화려한 지방을 위하여  (0) 2009.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