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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김현임 칼럼 …안자(晏子)

by 호호^.^아줌마 2009. 9. 27.

 

김현임 칼럼 …안자(晏子)


 

부동산 투기다, 이중 국적의 자식이다, 위장전입이다. 정작 중책을 맡을 만한 자질은 뒷전이고 가재 잡으려 도랑 치다가 뉘엿뉘엿 해가 저무는 격이랄까.

 

고위 관료 인준을 앞 둔 청문회 뒤끝이 어수선하다. 이럴 때마다 아쉬운 게 청렴 고매한 인물, 그래서 떠오른 게 제나라의 재상 안자다.

 

‘누구의 사후 몇 년이 지나 누가 나타났다’는 식의 표현이 사기에 자주 등장한다. 이는 선인의 자취 능가하는 새 인걸에 대한 후세인들의 목마른 기다림을 엿보게 하려는 사마천, 그의 의도적 장치인가.

 

안자 편의 서두 역시 마찬가지다. ‘관중 사후 백여 년이 지나자 제나라에 안자가 나타났다.’했으니 관중이 업그레이드 된 인물이 안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결백한 인품으로 존경을 받던 안자다. 그는 재상이 된 뒤에도 식사 때 두 가지 이상의 고기는 상에 올리지 않았고 식솔들에게도 비단 옷을 입히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조정에 나가 임금의 하문에 정직하게 말하기로 유명했는데 바른 정치가 행해지고 있을 때는 명령에 순종했지만 부정한 방향으로 흐를 때면 왕 앞이라도 강력히 저항해 맞섰다. 하여 3대 넘도록 열국에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친 안자, 그에 얽힌 이야기는 적지 않다.

 

하루는 안자가 외출을 하는데 마부의 아내가 문틈 사이로 남편을 살폈다. 남편은 재상의 마부로서 큰 일솔(日傘)을 받쳐 들고 사두마(四頭馬)에 채찍질하며 의기양양 자못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남편이 들어오자 아내는 다짜고짜 이혼을 요구했다. 어리둥절 까닭을 묻는 남편에게 아내는 이렇게 대답했다.

 

“안자님은 키가 여섯 자가 못 되는데도 나라의 재상으로 이름을 열국에 떨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 분이 외출하시는 모습을 보았더니 언제나 겸허하시며 조심에 조심을 하셨습니다. 당신은 키가 여덟 자나 되면서도 고작 남의 마부로 있으면서 그나마도 만족해 거드름을 피웁니다.”

 

아내의 따끔한 충고에 마부는 이후 스스로를 억제하고 몸가짐을 겸손하게 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그의 태도에 안자가 자초지종을 묻자 사실대로 아뢰었다. 그러자 안자는 마부를 추천해 대부로 삼았다.

 

간신이 횡행하던 시절의 어느 재상은 10년의 재직 기간 동안 왕 앞에서 제 의견을 말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던가. ‘끄덕이 재상’이라는 세인의 혹평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왕의 비위를 맞춰 제 자리보전에 연연했다.

 

결국 나라의 썩은 대들보는 한 순간에 무너졌고 수순에 따라 그 나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군주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간언을 하는 것은 나아가서는 충을 다하고 물러나서는 실수를 보완할 것을 생각한다’던 게 안자의 지론이었다.

 

청문회장에서 드러나는 낱낱이 드러나는 후보자들의 각종 비리도 그렇지만 마지못해 시인하며 억지 사과를 남발하는 그들의 작태가 더더욱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역사의 주체인 인물의 품질이 역사의 품격을 결정짓는  것, 쌓인 눈이 녹아 사라졌다고 함께 사라지는 사람의 발자취던가.

 

역사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사마천은 고백했다. 만일 안자가 자신 곁에 있다면 평생 모시며 마부 노릇을 해도 좋을 정도로 안자를 존경한다고. 예리한 필치의 사기를 읽다가 나 또한 품어보는 꿈이다. 평생 먹 가는 일에 나를 부려 먹는다고 해도 사마천이라는 사내, 궁형을 입은 그 사내 곁에 일생 머물러도 좋겠다는 엉뚱한 꿈이다. 천하의 사마천이 마부를 자처할 정도니 안자 같은 인재가 새삼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