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나주장 설 대목 풍경입니다.
남평장에서
김황흠
수염이 까칠까칠한 사내가 입김을 토한다.
닫힌 문을 열고 물건을 추스를 무렵
어둠이 가시지 않은 사위를 휘젓고 들어서는
어물전에서 갓 나온 생선들,
명태, 전어, 홍어, 갈치, 칠갑상어,
오징어, 낚지, 꼴뚜기, 석화, 굴, 꼬막, 바지락
감태, 파래 그리고 매생이…….
술 먹고 난 아침은 매생이국이 최고지
국밥집 한 귀퉁이엔 사내 몇 자리하고 해장을 한다.
줄행랑쳐 간 시간의 샅바질
해장술 한두 잔으로 비워 내쳐 버린다.
탁자엔 두툼한 손바닥이
넙치처럼 파닥거린다.
홍어가 못되어 늘 불만인 가자미 같은 눈을 굴리며
설거지하는 아짐,
오징어 보다 못한 신세타령엔 꼴뚜기가 한입이다
* 잘 모르는 곳이었는데 남평장이라 하여 냉큼 들고 나와버렸습니다.
김황흠 시인, 광주의 외곽지역이고, 나주 남평이 환히 드러나는 곳에서 농사를 짓는 무명시인이시랍니다.
뒤쫓아와tj 뭐라하실까봐 숨 죽이고 있습니다.
"아짐, 좀 보구 가~ 떨이랑께."
"일 읎어."
(마스크 쓴 할머니, 양손 가득 물건을 들고 가시는 듯 보이지만
실은 뒤 따르는 백발 할배가 고생이시다.)
아줌마, 나 나와요?
손 시럽겠다. 후딱 먹어치워라.
약국옆 골목길 차지하고 있는 할머니들
생강이 튼실하네요.
이거봐. 이 꼬사리 중국산 아녀. 싸게 주께 갖구가. 어여~
하고~ 고놈들 참 탱탱하네. 맛있것구만.
한번 잡사봐. 살살 녹는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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