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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낙엽지면 가오리다...다시면 회진리 김현임 畔佳에서②

by 호호^.^아줌마 2009. 11. 9.

 낙엽지면 가오리다

 

 2009년 11월 7일 토요일 절기상 겨울로 접어드는 입동에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김현임 반가(畔佳)에서...

 

그리운 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가볍다. 날 것 같다.

깊어가는 가을 오후, 예정되지 않았던 뜬금없는 초대일지라도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 삶의 반경에 몇이나 되던가?

김현임 선생의 반가(畔佳)를 찾아가는 길은 눈이 부시다.

나주시 다시면 회진리, 백호 임제 선생 사당 뒤에 소박한 집을 짓고 사는

'돌아온 황진이' 우진(又眞), 그녀를 만나러 떠나는 길.

지난 4월 '달 뜨면 가오리다' 이후 두번째 모꼬지다.

 

 

반가(畔佳) 맞은편 길에 가을이 우수수...

탱자나무가 금빛 월계관을 썼다.

저 길 따라가면 어디로 통할까?

담쟁이 엉크러진 돌담길 지나

산죽(山竹) 죽죽 벋어있는 그 길을 따라

또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을까?

아서라, 오늘은... 

 

 

반가(畔佳)로 향하는 길

추수가 끝난 빈 논, 그 옆으로 난 감나무 과수원도

열매를 내주고 고즈넉함에 젖어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기니

자꾸만 가보지 않았던 길에 호기심이 생긴다.

마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지금 저 길을 가보지 않으면 먼 훗날 후회할 수도 있을 거라는...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벌써 도착한 사람들이 보이는군요.

 

 

무쇠솥 뚜껑 위에서 지글거리는 삼겹살,

그 주변을 맴돌며 실수로 떨어지는 고기를 냉큼냉큼 받아먹는

이 집의 또 다른 식구 멍군, 멍양들. 

 

 

 

호박, 동아, 모과, 쌈배추와 갓,

감자, 고구마, 대봉감, 단감, 수세미

그리고 작두콩까지...

가을의 전리품에 함께 한 아짐들의 시선이 쏠린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만찬.

주인장 내외가 직접 가꾼 야채들과 꼬막, 돼지고기,

이집 안주인이 배와 매실로 직접 담근 짜지도 고리지도 않은 된장과 쌈장

여기에

보해소주회사 회장이 직접 보내준

10년산 매취가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어느 정도 요기를 마치고 

어둠의 커튼이 드리워지기 시작할 무렵

안주인께서 다음 순서를 상의한다.

 

 

김현임 씨가 음악으로 제2의 인생 황금기를 살아가는

'부부예술단'을 소개한다.

김복희(함평여고 국어교사, 오른쪽)씨와

색소폰연주자 김대섭 씨(전 광주은행 나주지점장, 왼쪽)가 바로 그 주인공.

김대섭 선생의 '밤하늘의 트럼펫' 연주에 이어

김복희 선생의 '시월의 어느 멋진 날' 독창까지...

'악'소리 나오는 수준이다.

브라보!!!

브라비!!!

 

 

    함께 한 분들이 차례대로 소개된다.

김현임 씨와 절친한 동네아짐,

영호남수필문학회 이경선 회장

 

 

                                                   

(사)한국고택문화재소유자협의회 서부지회장인  

박경중 전 전라남도의원

얼마전에 박경중가옥(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53호)이

국가지정문화재(중요민속자료)로 승격 예고됐다.

지정 예고된 문화재명은

『나주 남파고택(羅州 南坡古宅)』

 

 

 

 

 

  

 

나주교육진흥재단 심운기 이사장(위)과 이웅범 사무국장

 

 

일부 게스트들은 개들과 놀고...

 

 

 

노안면 신숙주 생가 문화재지기 홍봉진 선생과 오민석 신경외과 원장.

얼마전 김종 선생 전시회를 가는 길에

일행에게 들은 얘기 한 토막.

 

나주 노안에 홍 씨 성을 가진 초등학교 1학년 사내애가 있었는데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학교를 다니고 있었는가 보더라.

아침마다 부모에게 차비를 타가는 것을 본 할아버지가

"옛다, 승차권. 난 버스 탈 일이 없으니 네가 쓰거라."

하면서 경로우대 승차권을 건네주었겠다.

아이가 그 승차권을 내고 타자 기사 왈(曰),

"야, 이눔아 네가 어른이냐?"

아이 왈(曰),

"제가 이래뵈도 항렬이 높아요."

"ㅎㅎㅎㅎㅎㅎㅎ"

버스 안이 웃음바다가 됐더라는...

그런데 그 애 아버지가 바로 홍봉진 씨더란다.

 

    

 

출판업을 하시는 전숙 시인의 남편과 김현임 선생의 아들(이래봬도 장교 전역한 애 아빱니다!)

  

 

익어가는 고구마, 감자 그리고 작두콩

 

 

가을편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예스터데이,

도란의 미소

.

.

김대섭 선생의 연주는 계속되고...

 

 

역발상!

알아서 보시라!

 

 

 

전남대나주지역총동문회 김일환 회장

낙엽지던 그 숲 속에...속도 올려서

마이 웨이...본토 발음으로 

열창하시는 중! 

 

 

김대섭 선생의 연주에 맞춰

패티김의 'I went to your wedding'을 열창하는 김현임 씨.

 

 

노래가 끝나자 부랴부랴 달라간 곳은?

뒤안 부엌으로 달려가 닭죽 간을 보는 시어머니 김현임.

 

 

 

그리고 이어지는 비장의 카드

하모니카 연주로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그리고

애니로리...

 

 

기껏해봐야 '오빠생각'이나 하겠지 했던 손님들,

입이 딱 벌어져서 다물어질 줄을 모른다.

이 아짐, 도대체 추구하는 방향의 끝은 어디일까.

"고로작작 잘 허요!" 

 

 

이렇게 가을밤은 사정없이 깊어가고...

밥 안 주냐는 딸내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도중에 빠져나올 틈을 엿보는데...

 

 

 

총총총...

하늘을 밝히는 별들의

영롱함에 넋을 놓고 하늘을 쳐다본다.

별빛에 취해

음악에 취해

단풍에 취해

고구마 굽는

냄새에 취해

한편의 시를

읊으며 오다.

 

삭주에는 좋은 술이 많기도 하구나.
경치 좋은 자리에 누룩냄새 향긋하고
먼 길 목마름에 야인에게 술 한잔을 바라노니

거문고에 아름다운 미인.

                                                                - 백호 임제(白湖 林悌, 1549~1587) -

 

 

들꽃 - James Kim(색소폰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