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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경계에 핀 꽃 ‘마음의 웃음 한 점’

by 호호^.^아줌마 2009. 12. 22.

이정강 소장의 인권이야기


경계에 핀 꽃 ‘마음의 웃음 한 점’


이정강 소장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고맙습니다. 안내판 잘 받았습니다. 진정함 옆에 걸어놨습니다. 보기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하시고자 하는 일이 모두 잘 되기를 바랍니다." 

 

12월 2일 광주인권사무소에 들어온 팩스 내용이다. 큼지막하게 쓴 손글씨가 A4용지 한 장을 가득 채웠다. 이 팩스는 전북 완주에 있는 한 시설에서 보내왔다.

 

광주인권사무소는 지난 11월 말, 광주·전남·전북·제주 지역 550개 시설에 진정함 설치 및 운영과 관련한 자체교육을 부탁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는 시설생활인들이 인권침해와 관련한 진정이나 면전진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그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은 진정함 설치, 진정 안내판 부착, 진정서 비치 등을 해 놓도록 하고 있다.

 

공문을 발송하고 나니 몇몇 시설 관계자들이 전화로 질문을 해왔다. 꼭 진정함 규격에 맞게 설치해야 하는지, 진정함은 투명해야 하는지, 우편봉투는 인권사무소 주소가 적힌 봉투로 인쇄해야 하는지 등이었다. 여기에 대한 답은 비교적 간단했다.

 

"생활인들이 인권위에 뭔가를 얘기하고 싶을 때, 시설관계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마음 편하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심리적 물리적 환경을 만들어 주시고, 그 편지가 방치되지 않고 곧바로 인권위에 전달될 수 있도록 관리해 주시면 됩니다."

 

2일에 감사 팩스를 보낸 시설 관계자는 그 며칠 전 광주인권사무소가 만든 진정안내판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광주인권사무소 초창기엔 직접 진정함과 안내판을 만들어 시설에 나눠준 적이 있는데, 그 때 받지 못해서 요청을 한 모양이다. 이에 안내판을 보내드렸더니 감사의 글을 보낸 것이다.

 

인권위는 다수인보호시설의 생활인들이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또는 억울하게 당한 인권침해를 구제하는 역할을 맞은 기관이니, 어쩌면 시설과는 조금은 불편한 관계일 수도 있다.

 

모든 시설이 그렇진 않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시설생활인들의 인권은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질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권위와 시설은 생활인들의 인권향상을 위해 '생산적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받은 팩스는 '생산적 긴장관계'의 경계에서 핀 작은 꽃이 아닌가 싶다. 작지만 한번쯤 보는 사람의 마음에 웃음 한 점 남기는 그런 꽃.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인권침해·차별·성희롱 상담전화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