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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HIV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모색

by 호호^.^아줌마 2009. 12. 27.

이정강 소장의 인권이야기


HIV 감염인 인권증진을 위한 모색


이정강 소장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C씨는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 이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모 정신과에 입원하게 됐다. 그곳에서 HIV 감염이유로 격리가 되었고, 식기를 다른 병실의 환자와 다른 색깔을 사용했다. C씨는 입원 이후 우울증이 더 심해져서 결국은 자살을 하고 말았다. 병을 치료하려고 입원한 병원에서 오히려 마음의 병이 더 깊어져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20대 대학생인 D씨도 HIV 감염사실을 병원에서 확인하고 그 사실을 믿기 어려워 다시 와서 검사 받겠다고 의사에게 말을 하니 의사가 지금 나가면 경찰서에 신고하겠다고 말을 했다. HIV 감염된 사실을 믿지 못하고 충격에 휩싸인 환자에게 범죄자로 취급한 태도로 인해 감염인은 의료인에 대한 불신감으로 치료를 거부하다가 결국 숨졌다.

 

이처럼 국내의 HIV 감염인의 인권 침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질병관리본부『2008년 에이즈에 대한 지식, 태도, 신념 및 행태조사』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차별의식과 부정적 인식이 미국, 영국, 홍콩 등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에서 추방시켜야 한다’는 문항의 경우 미국과 영국은 20%미만인데 비해 한국은 30%로 10% 이상의 차이를 보였고, ‘자녀와 같은 학교에 보낸 수 없다’는 문항도 미국에 비해 29.7%, 프랑스에 비해 23.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즈 감염인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가’ 여부에 대해서는 33.6%가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직장 건강검진에서 감염사실을 알게 된 A씨, HIV 감염 이유로 해고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고용주는 사무직에 있던 A씨를 생산직으로 발령을 했고, 그 이후 계속되는 동료들의 쑥덕거림과 불평등한 처우로 스스로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사례에서도 짐작할 수 있는 사항이다.

 

한 가족의 막내였던 20대 B씨는 감염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족들에게 본인의 동의 없이 통보가 되었다. 그 이후로 가족들의 눈치와 가족 행사에서 배제가 되면서 쉼터로 입소하게 되었는데 몇 차례의 응급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여 어느 정도 건강이 회복된 5년 후 MBC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드라마가 방영이 되었고, 그것을 본 B씨의 누나는 쉼터에 B씨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게 되었다.

 

이 드라마를 통해 HIV가 일상생활로 전파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편견을 해소하게 되었고, B씨는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에이즈라는 질병은 당뇨보다도 관리하기 쉬운 질병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즉 의학적으로는 만성질환 대열에 당당히 섰고, 더 이상 죽는 병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감염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높은 차별과 편견은 이들을 생물학적인 죽음에 이르기 이전에 사회적인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들에게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바로 인권(human rights)이다.

 

인권에 기반한 HIV/AIDS 치료 및 확산 저지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감염과 동시에 일어나는 인권유린이 감염을 확산시키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UNAIDS(유엔에이즈기구)에서도 HIV/AIDS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대책마련을 저해하고, 확산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지적하고 있다.

 

즉 HIV/AIDS의 문제는 더 이상 질병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며, 우리는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적 상황을 ‘인권의 위기’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인권침해·차별·성희롱 상담전화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