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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바이올린 위의 카레이서 오주영의 질주본능

by 호호^.^아줌마 2010. 6. 25.

 

짙은 눈썹, 지긋이 감은 두 눈, 앙다문 입술...

소녀 정경화가 은발의 카라얀과 협연하는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몇 년 뒤 어깨선이 드러나는 셔츠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등장해 도발적인 연주로 전율을 느끼게 했던 바네사 메이,

무대 위를 깡충깡충 종횡무진하며 바이올린 현을 무지막지하게 쥐어뜯던 유진 박,

그리고 오늘의 오주영.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하나로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고, 또 잠자던 심연(深淵)의 본능을 꿈틀거리게 하는 그들이 아닌가.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도약하고 있는 오주영의 나주 공연이 24일 저녁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다섯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갖고 놀며 이자크 펄만의 흉내를 내고 열 네살 되던 해에 뉴욕의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300여 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당당히 우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바로 그 바이올리니스트 오주영의 공연이다.

 

검은색 헐렁한 셔츠 차림으로 등장한 오주영은 짧은 머리, 적당한 키의 20대 청년 그 자체였다.

 

오랜 미국생활에도 전혀 문화적인 혼돈을 겪지 않은 아직은 미소년의 인상이 그대로 남아있는 음악도의 모습이었다.

 

그는 첫곡으로 타르티니의 '악마의 트릴'을 선보였다. 제목에서 주는 솔깃함이나 섬찟함은 없었다. 다만, 2악장에서 빠르면서도 다급한 선율을 시종 눈을 감을 채 오직 바이올인 현을 통해 토해내는 모습에서 오주영의 음악에 대한 본능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는 생상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크라이슬러의 프랠류디엄 앤드 알레그로를 거쳐 비에냐프스키의 스케르쪼 타란텔라와 사라사테의 파우스트 환상곡에 이르러서는 마치 스피드와 스릴에 열광하는 카레이서를 방불케 했다.

 

아마도 그의 꼭 감은 눈 앞에는 사하라 사막, 혹은 호주랠리가 펼쳐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결코 속도와 기교에만 목숨을 거는 랠리의 승부사는 아니었다.

 

잔잔한 피아노 음악으로 귀에 익은 드뷔시의 달빛과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옹(망각)에 이르러서는 달빛 아래서 묵상하는 수도사의 거룩한 침묵을 전혀 거슬리지 않게 자아냈다.

 

그는 한마디로 바이올린 현과 활로 질풍노도를 일으키기도 하고 또 달밤의 고즈넉함을 지어내는 현(弦)의 마술사라고 부를만한 연주자였다.

 

그의 이력 가운데 장영주, 미도리, 길샤함, 김지연 등을 길러내며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스승으로 활약했던 故 도로시 델레이의 마지막 애제자였다는 부분에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는 부분이다.

 

연주회장 맨 뒷줄에 침묵하며 바라보는 관객 한 명이 있었으니, 오늘의 오주영이 있기까지 혹독한 매니저이자 멘토인 그의 아버지 오종재(65, 사진은 연주회 전날 케냐 커피숍에서↗↗)씨가 시선을 끌었다.

 

 

  Program  


* Tartini  Violin Sonata  G Minor ‘The Devil's Trill’

* Saint-Saens Violin Sonata No.1 op.75

* Milstein,  Paganiniana

* Debussy, Clair de lune(달빛)

* Wieniawski, Scherzo Tarantella

* A. Piazzolla,  Oblivion

* Sarasate,  Faust Fantasy op.13 

 

공연이 끝나고 출연자와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

유명한 스타와 함께 한다는 아이들의 호기심도 있었겠지만,  대게는 부모님에게 등이 떠밀려서 아이들이 우르르 무대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 가운데 유독 한 아이, 옆에 있다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싶어서 쳐다보니 아이들 무리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서 있는 한 아이를 눈여겨 볼 시간이다.

 

 

갑자기 쏟아지는 카메라의 후레시 세례에 잔뜩 고무된 모습으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주는 맨 왼쪽 끝의 저 센스쟁이 꼬맹이는... 

 

 

물론, 은산이다.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저런 요시랑배시랑 하는 자태를 취한다는 건

분명 부모의 영향은 아닐터...

살짝 걱정되려고 한다.  

 

 

준비된 레퍼토리가 끝나고

빗발치는 환호성에 

오주영은 바치니의 요정의 춤을 들려주었다.

끝까지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탁월한 선곡이다.

그리고 이어진 두번째 앵콜곡은...모르겠다

뭉크인지 몬트인지 차이나섬... 뭐라고 알려줬는데

분명하지가 않다.

 

오주영,

세계를 주름잡기에 충분한 재능을 가진

대한민국 진주 출신의 비르투오소를 만났다는 설렘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La Ronde des Lutins, Op.25

바치니 / 요정의 춤

 


The Dance of The Goblins, Op.25

 

바치니  Bazzini, Antonio , 1818 ~ 1897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 1818년에 태어났다.

파가니니의 격려를 받고 어린 나이에 연주 활동을 시작하여, 특히 슈만과 멘델스존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에스파냐·덴마크·프랑스·독일 등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연주한 뒤 브레스키아(Brescia)로 돌아와 작곡에 몰두하여

여러 곡의 오페라 판타지아와 《라 롱드 데 뤼탱 La ronde des lutins》 《르 뮐레티에 Le muletier》 등의 캐릭터피스(char

acter-pieces:19세기에 유행한 자유로운 형식의 소품)를 썼다.

1873년 밀라노음악원 작곡교수가 되었으며 이어 1882년에는 원장에 취임했다.그의 밑에서 알프레도 카탈라니, 피에트로

마스카니, 자코모 푸치니 등 유명한 음악가들이 배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