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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꽃편지...김진수

by 호호^.^아줌마 2011. 5. 23.

여름을 재촉하는 비와 함께 시작된 월요일,

간밤을 꼬박 빗 속에서 지냈을 풀과 꽃들과 나무들과

그리고 그리운 이 노무현의 행복한 영혼에게

꽃편지를 띄운다. 

 

◇ 얼마 안 있으면 영산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해 사라지게 될 나주시 다시면 회진마을 앞 둑에 핀 고들빼기꽃  

 

 

  꽃편지

                                               김진수 


살다보면,

아심찮은 듯 애틋한 것들이 있다.

마냥 비를 맞고 다니는 장닭을 보거나

개밥그릇에 앉은 벌 나비,

갈라진 벽 틈새의 민들레를 보는 것처럼,

등 굽은 소나무 위에서 터지는 나팔꽃송이,

그 넝쿨손이 가리키는

교실 창문의 청개구리들이나

고만한 계집애들의 이마에 핀 여드름,

그 여드름처럼 도도록이 내 머리칼

쥐엄질하여 찔러주는 꽃나비 핀,

이놈들이 내 손에 놓아주고 뽀르르 내빼는

꽃편지,

그런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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