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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귀농인 보고서②… 한줌 더 주는 더덕농사꾼 임동혁 씨

by 호호^.^아줌마 2011. 6. 21.

 

귀농인 보고서② 한줌 더 주는 더덕농사꾼 임동혁 씨

 

◇ 서울내기 임동혁 씨가 문중선산인 남평읍 풍림리 골짝을 일궈 만든 더덕밭

 

 

“쉽지 않은 더덕농사, 그래서 도전한 겁니다”

 

남평읍 풍림리 선산 가꿔 ‘한줌농장’ 운영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어머니랑 재래시장에서 미숫가루를 사는데 파시는 분이 원래 파시는 분량만큼 담고, 한줌을 더 담아주시더니 돈을 받으시면서 또 한 줌을 담아주시는 겁니다. 저도 제가 남기는 것의 한 줌을 고객에게 돌려주자 하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된 겁니다.”

 

나주시 남평읍 풍림리 산골짝에서 더덕농사를 짓고 있는 ‘한줌농장’의 젊은 농장주 임동혁(34)씨. 올해로 귀농 3년차인 임 씨는 신세대 농장주답게 한줌팜(www.hanjum.co.kr)이라는 사이버농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건설업을 하던 임 씨가 귀농을 하게 된 건 순전히 조상의 부름 때문이었다. 증조할머니 묏자리를 상의하는 문중회의에 참석했다가 폭설로 오리농장을 하던 사람이 하산해버리자 아내와 함께 아버지의 고향으로 내려오게 된 것.

 

산중 돌산을 일궈 해낼 수 있는 농사가 더덕이라는 생각에 스승을 찾던 중 화순에서 더덕농사를 짓는 김부희 씨를 멘토로 삼아 귀찮을 정도로 좇아다니며 더덕농사의 노하우를 익혔다.

 

얼굴 희멀건 서울 총각이 농사를 짓겠다고 하자 반신반의 심드렁하게 대하던 농가들이 임 씨의 뚝심과 인내에 혀를 내두르며 본격적으로 농사수업을 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날 무렵이었다.

 

“자네가 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기계를 쓰지 말고 삽으로 350평을 더덕밭으로 일궈봐라”하는 미션을 임 씨가 삽 한 자루만으로 잡초와 자갈, 바위들을 파내며 머리와 수염도 깎지 않은 채 일궈낸 것을 본 다음의 일이다. 그 때 임 씨는 척추 두 대가 나가 수술을 하는 비싼 수업료를 치러야 했다.

 

현재 나주시귀농인협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는 임 씨는 귀농을 꿈꾸는 도시청년들에게 말한다.

 

“도시생활에 지쳐 돌파구로 농촌을 찾는다면 십중팔구 실패하게 되지만, 자신의 땀과 정열을 쏟아 값진 댓가를 얻고자 한다면 귀농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그러면서 임 씨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귀농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귀농인들에게 융자로 빈집수리비와 정착자금을 주려하지 말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과 작목에 맞는 비료를 달라는 것.

 

대다수 귀농인들이 초기 정착단계에서 실패를 하는 이유가 어설픈 귀농자금에 현혹돼 귀농을 했다가 초기투자비에 놀라고, 마음대로 소산을 내주지 않는 땅에 실망해 봇짐을 싸게 되는데 귀농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귀농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과 귀농인 유치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임 씨의 일침은 나주시의 귀농정책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경기침체와 고용악화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전남의 귀농인이 매년 50%이상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712만명에 이르는 1950~60년대생 베이비 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시기와 맞물려 앞으로 귀농 희망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나주시의 귀농정책은 아직도 ‘오는 귀농인 막지 않고 가는 귀농인 잡지 않는다’는 안일한 정책에 머물고 있다.

 

올해 나주시 귀농예산은 빈집수리비 500만원씩 10가구 5,000만원, 귀농정착금 7,500만원(보조+융자)이 고작이다. 강진군 귀농사업비가 23억원인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더덕농사꾼 임동혁 씨를 찾아가는 길을 멀고 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