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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지역사회 후원으로 꿈 키워가는 금천지역아동센터 아이들

by 호호^.^아줌마 2013. 1. 7.

신년르포…지역사회 후원으로 꿈 키워가는 금천지역아동센터 아이들

 

◇ 금천면 복지회관 2층에 마련된 새 보금자리에서 새해를 맞이한 금천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

 

 

“아이들의 새 보금자리, 주민들께서 한 마음으로 마련해 주셨어요!”

 

월세 40만원 감당 못해 문 닫을 위기, 지역기관·단체장·주민들 나서 새 보금자리 마련

김미선 센터장 “학교 파하면 갈 곳 없는 아이들, 아동센터 엄마들이 잘 키워 드릴께요.”

 

2013년 새해를 맞은 설렘과 각오가 채 가시지 않은 지난 3일 오후. 살을 에는 듯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나주시 금천면 오강리 금천파출소 옆 옛 금천면 복지회관 건물에서는 때 아닌 아이들의 왁자한 웃음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금천지역아동센터(센터장 김미선)가 새해를 맞아 복지회관 2층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입주식과 함께 새해 상급학교로 진급하는 아이들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은 푸짐한 간식을 앞에 놓고 박종구 선생님의 익살과 재치 넘치는 진행으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해맞이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경민이의 새해각오를 들어보았다.

 

“47kg을 향해 다욧트(다이어트) 하기, 반 10등을 행해 열공(열심히 공부)하기, 성격을 상큼하게 바꾸기, 자신감을 갖기, 뭐든지 책임을 갖고 포기하지 않기, 집중력 키우기, 독서를 많이 하기, 미모에 신경 쓰기, 외모에 신경 쓰기, 의미 있는 나날을 지내기(정말 기특한 생각),

공부계획은 영어단어 10개씩 외우기, 그날 배운 거 복습하기, 계획 세워서 공부하기, 예습하기, 영어문장 5개씩 외우기, 모두들 행쇼(행복하십쇼)!!”

 

이어진 정윤이의 새해소망에는 중학교 2학년답지 않은 의젓함이 묻어난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여 집금의 성적을 올리겠습니다. 꾸준히 운동하여 체력증진과 키 크기에 노력하겠습니다. 한층 성숙해진 마음가짐을 갖겠습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겠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적인 학생이 되겠습니다. 부모님께 효도 하겠습니다. 컴퓨터 시간을 줄이고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겠습니다. 청소하는 습관을 가지겠습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꿈을 가지겠습니다.”

 

여전히 개구쟁이 기질이 다분한 초등학생 5학년 민선이의 각오도 들어보자.

 

“5학년이 되어서 하고 싶은 것, 공부는 조금만 하고 많이많이 놀고 싶다. 게임도 많이 하고 싶다.”

 

잠시 후 금천면사무소 직원들이 깜짝 방문을 하자 아이들의 얼굴이 활짝 피어난다. 오늘 함께 하기로 한 장주일 면장이 나주시 인사발령에 따라 도시개발사업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대신 김용길 민원팀장이 센터아이들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후원하기 위해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한 난방비를 담은 봉투를 전달하자 속 깊은 아이들은 그 봉투의 의미를 금방 알아차리고 우레와 같은 환호성과 함께 감사의 박수를 전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답례, 아이들이 정성껏 감사의 마음을 담은 카드를 김용길 팀장에게 전달하자 김 팀장의 표정이 하회탈 모양으로 변했다.

 

바쁜 업무일정으로 인해 손님들이 자리를 뜨자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다시 시작된다. 그래. 오늘은 최고로 기쁜 날이니 마음껏 떠들고 맛있게 먹으렴. 화장기 없는 김미선 센터장의 표정에 환한 미소가 번져간다.

 

가난한 지역아동들의 꿈을 키우는 보금자리로 자리 잡아

 

금천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07년 5월 금천지역 저소득층 자녀와 결손가정 아동들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을 열었다.

 

학교가 파한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 집에 돌아가도 마땅하게 돌봐줄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숙제와 부족한 공부를 보충해주며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돕는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책을 통해 아이들의 꿈을 보여주고자 했던 김미선 센터장은 나주시립도서관, 남평공공도서관 등과 연계해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매달 80권의 도서를 배달 받아 늘 새로운 책을 읽도록 지도해오고 있다.

 

나주수화통역센터의 도움으로 4년째 수화경연대회에 참가해 손짓으로 사랑을 전하는 마음도 배우고 있다.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흐뭇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후원자가 되어 칭찬과 격려로, 따뜻한 응원으로 박수쳐 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처럼 든든한 지역사회자원의 연계와 다양하고 유익한 즐거운 프로그램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금천지역아동센터는 이 지역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김미선 센터장은 말한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도 맞아주는 가족이 없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썰렁한 방 한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있을 우리 아이들, 사별과 이혼으로 혼자서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한부모가정 아이들, 할머니와 할아버지 집에 맡겨져서 지내야 하는 조손가정 아이들. 알콜중독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지원비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 우리 아이들의 가정환경과 상황들은 힘겹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은 오늘도 학교가 끝나면 당당히 찾아갈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가 있습니다. 반갑게 맞아 주시며 늦게 왔다고 잔소리도 하시며 안아주시는 따뜻한 엄마 같은 선생님들이 계시는 지역아동센터가 있기에 아이들은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해 희망을 품고 하루하루 커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 금천면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난방비를 김용길 팀장이 김미선 센터장에게 전달하자 아이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한다.

 

 

월40만원 임대료 때문에 아이들 보금자리 끝낼 수 없어

 

하지만 금천지역아동센터가 지난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입주해 있던 건물에서 월40만원이라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당장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가 닥친 것.

 

김미선 센터장과 종사자들, 그리고 학부모들은 “저희들 길거리로 쫓겨나기 싫어요. 아니, 쫓겨나면 안 됩니다” 절규하는 심정으로 금천면과 주민자치위원회, 지역내 각 기관단체장 등에게 탄원서를 쓰게 됐다.

 

새롭게 복지센터가 들어서면서 활용도가 떨어진 옛 복지회관 건물을 사용하게 될 경우 절약된 40만원의 임대료로 기존의 아동센터 이용아동 뿐만 아니라 예산의 어려움으로 인해 지원하지 못했던 중학생 이용아동의 등록을 허용해 더 많은 중학생들이 공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학습지 지원과 프로그램비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주시립도서관에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해 센터이용 아동뿐만 아니라 금천면 지역주민들과 인근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유익한 독서프로그램과 주민들의 독서공간으로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장주일 면장을 비롯한 기관단체장들은 아동센터 관계자들과 학부모들의 이같은 뜻을 받아들여 옛 복지회관 2층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가 이뤄졌다.

 

이뿐만 아니라 남양유업 나주공장으로부터 유제품 후원을 시작으로 하트-하트재단 정서지원 프로그램 후원,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아동급식연구시설 기자재 지원, 한국전력공사 나주지부의 학습용 컴퓨터 지원 등 각계의 지원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꾸준히 이어지면서 금천의 아이들은 알알이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역사회가 함께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