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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전라도여! 잉걸불처럼 환하거라, 따뜻하거라...전숙

by 호호^.^아줌마 2013. 1. 7.

2013년 신년시

 

◇ 해남 땅끝 맴섬의 해돋이 사진 by 나요안 기자  

 

 

전라도여! 잉걸불처럼 환하거라, 따뜻하거라

                                                                                                  전숙

 

무성하던 마한의 귀목나무 한 그루

때 아닌 돌풍에도 전라도를 지키는 목당간이 되었으리

저를 태워서 세상을 밝히는 태양처럼

따뜻한 세상을 위해 활활 타올랐으리

큰들 작은들 배불리 젖먹이는 영산강처럼

은근한 잉걸불이 되어 전라도의 구들을 데웠으리

 

그렇다, 계사년 우리의 첫걸음은

어쩌다 생겨난 뿌리 없는 부초가 아니다

우리의 뼈대는 고대의 바람에게서 잉태되고

마한의 풀무질로 태어나서

고동치는 심장으로 백제의 혈맥을 딛고

통일된 신라와 고려와

조선의 굽이치는 백두대간을 달려온 역사의 들보다

백대조 천대조의 웃음과 눈물과 땀방울과 핏자국을

우리의 뼈대가 기억하고 있다

어찌 함부로 내딛으랴

어찌 함부로 멈추어 서랴

걸음마다 역사의 분화구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친다

 

전라도여, 두 주먹 불끈 쥐고 뛰어나가라

너의 가쁜 숨소리에 온 나라가 환해지고

너의 심장의 두근거림에 뭇 세상이 따뜻해지리니

전라도여, 어디에서나

대보름처럼 좁고 좁은 골목까지 휘영청 휘영청 환하거라

전라도여, 누구에게나

설날아침 어머니가 끓여준 떡국처럼 모락모락 따뜻하거라

오늘 뜨겁게 솟구쳐 오르는 저 태양처럼

우리도 세상의 잉걸불로 활활 타오르자

우리 모두 서로를 데워주는 희망의 구들이 되자.

 

 

 

 

 

 

 

 

시인 전숙

 

-나주문인협회 부회장

- ‘시와 사람’ 등단

- ‘원탁시회’ 동인

- 시집 ‘나이든 호미(2009)’

           ‘눈물에게(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