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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이야기

나주도시재생학교3강-'수술은 성공, 환자는 사망' 베를린 도시재생의 교훈

by 호호^.^아줌마 2014. 10. 8.

반짝반짝 살기 좋은 나주 만들기 나주도시재생학교③

 

 

◇ 나주시가 계획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한 나주도시재생학교가 1기 강좌를 모두 마쳤다.

 

'수술은 성공, 환자는 사망' 베를린 도시재생의 교훈

  

외국의 사례로 살펴본 도시재생의 성공과 실패의 명암(明暗)

동신대 남기봉 명예교수 “도시경쟁력 역사문화적 기반에 있어”

 

지역발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나주 원도심 도시재생의 방향과 주민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마련한 나주도시재생학교 세 번째 강좌가 지난 3일 금남동주민자치센터에서 열렸다.

 

전남타임스가 한국언론진흥재단 광주사무소에 사별연수 프로그램으로 신청해 이뤄진 이번 도시재생학교는 다른 지역의 도시재생 추진사례와 도시재생의 기본개념에 대해 배우는 열린 강좌로 진행됐다.

 

이날 강좌는 국립 베를린공과대학교(Technische Universit?t Berlin)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직접 서베를린 도시재생사업에 실무자로 참여한 바 있는 동신대학교 건축공학과 남기봉 명예교수가 맡았다.<오른쪽 사진>

 

남 교수는 도시재생에 대해 “적체된 도시환경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한 뒤 “독일의 경우 50~60년대 중반까지 전후복구사업에 매진해오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을 시작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70년대 도시재생은 도시를 전면 정비하는 방식(우리나라 재개발 형태)으로 추진되면서 기존 사회구조가 흔들리고, 원주민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이주민과 원주민이 충돌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베를린 당국은 기존의 낡고 오래된 건물과 구조물들을 벌목하듯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주거문화 도입으로 중산층을 대거 유입할 것을 기대했다.

 

이같은 방식의 도시재생은 결국 중산층이 낙후된 도심을 피해 외곽으로 이탈하고, 철거지역에 남은 원주민들은 생활보호대상자와 노령인구,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슬럼화를 부추겼다.

 

결국 사회는 지역과 무관하게 정체성이 없어지고 이웃관계는 단절되고, 공동체의식 결여와 익명성 등으로 인해 새로운 갈등의 온상이 됐던 것. 남 교수는 이를 “수술은 성공했으나 환자는 사망한 도시재생”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80년대부터는 주거환경개선 중심의 신중한 도시정비가 진행되면서 기존 가치를 존중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이 이뤄지게 됐다.

 

‘계획은 미래를 선택하는 결정’이라는 모토와 함께 시작된 80년대 도시재생은 물리적 환경개선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회를 통합하는 재생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됐다.

 

또한 도시재생의 범위도 도시전체가 아닌 세분화된 근린생활권 단위로 신중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행정은 도시재생 전면정비정책을 철회하고 기존 지역사회의 노후주택 유지보수, 주민과 행정이 협력해 도시정비가 진행됐다.

 

베를린 시 정부는 파격적으로 행정규제를 간소화하고 재정을 지원했다. 행정 및 사회적 합의로 임차인들은 주거환경개선 이후에도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았고, 임대인은 자기 부담 없이 소유한 주택수리의 대가를 치렀다. 임대료 인상분은 10년 동안 시 정부가 지원했다.

 

이를 통해 베를린 슬럼가는 사회계층별 위화감과 갈등이 해소되고, 서민층과 사회취약층의 주거 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

 

또 생활권역내 문화적 갈등과 이질감을 극복하고 인구유출이 줄면서 경기부양효과와 고용창출,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통합형 도시재생이 이뤄진 것.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이 과정에 상당수 주민들이 스스로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동참하게 됐고 베를린 시정부는 도시재생의 추진 주체를 공공에서 주민주도로 바꿔나갔다.

 

이 과정에 전문가의 역할이 개입했다. 전문가들은 도시정비 지구지정 대상지 선정지표 설정을 위해 주거지 및 주거환경 관련 기반시설 부족 정도를 파악하고, 경제구조의 정체 및 침체가 심화된 원인을 분석했다.

 

또 공가와 공실 증가율, 실업자와 기초생활수급자, 외국인 이민자는 늘고 있는데 반해 증산층의 수는 감소하는 원인에 대해 지표조사를 했고, 결과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의 우선순위가 결정되면서 주민들 사이의 갈등도 정리했다.

남기봉 교수는 이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도시의 경쟁력은 역사문화적 기반에 있다”고 정의하며 “나주도 이같은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우리동네가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가, 지역의 전통과 개성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에 도시재생의 기초를 두어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모두 세 차례 강좌로 진행된 이번 도시재생학교는 최근 전국에 열풍처럼 몰아닥친 도시재생에 대해 국내 안팎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나주가 배울 것은 무엇인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향을 찾는 작은 실마리가 됐다. <↗↗위 사진은 우수 수료생 시상식>

 

 

◇ 동신대 건축공학과 남기봉 명예교수가 독일 통일 이후 진행된 베를린 도시재생 사례를 설명하며 나주 도시재생의 방향을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