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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사람들

<한겨레>노 전 대통령 추모음악회 여는 ‘무지크 바움’ 조기홍 대표

by 호호^.^아줌마 2009. 6. 13.

[이사람] 미안한 마음들 모아 '희망의 선율’

노 전 대통령 추모음악회 여는 '무지크 바움’ 조기홍 대표

한겨레 정대하 기자

 

» 무지크 바움 조기홍(54) 대표
 "슬프고 눈물이 나는 곡들을 골랐어요.”

49재 맞아 나주서 ‘서거’ 소재 창작곡 등 초연
5년전 동호회 꾸려…전문음악인 무료공연도

   

다음달 10일 저녁 7시 전남 나주시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고인의 49재에 맞춰 열리는 이 음악회의 제목은 ‘사람 사는 세상과 이별하며’다. 무지크 바움 조기홍(54·사진) 대표는 12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사람들이 느끼는 미안한 마음을 모아 추모 음악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추모 음악회엔 가슴이 저미도록 애잔한 선율이 끊일 듯 이어진다. 첼리스트 김창헌, 비올리스트 신정문, 피아니스트 김정아,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연, 바리톤 김홍석, 소프라노 김지선씨 등 13명이 참여한다. 첫 곡으론 브르크의 ‘유태인의 생애 중 기도’를 올린다. 조 대표는 “고인의 생애를 되돌아며 보며 반성하자는 의미로 선정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재클린의 눈물’은 비운의 천재 여성 첼리스트에게 헌정된 곡이고, 러시아 음악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곡 제8번’은 파시즘과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바쳐진 작품이다.

 

하지만 음악회는 ‘슬픔 이후 희망을 형상화한 창작곡’으로 막을 내린다. 연세대 출신의 작곡가 김선철(광주대 겸임교수)씨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작곡한 ‘현악앙상블, 피아노 그리고 바리톤을 위한 운명’이 이날 음악회에서 초연된다. 바리톤 김홍석씨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라는 고인의 유서 내용을 독창으로 부른다.

 

독일어로 ‘음악 나무’를 뜻하는 ‘무지크 바움’은 나주의 풀뿌리 음악·문화 동호회다. 사업을 조 대표는 “이 세상의 모든 음악을 좋아하는” 음악 애호가다. 2004년 단체를 꾸려 나주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모든 공연은 무료다. 지난해 10월부터 나주향교 옆 금성명다원에서 전문 음악인들을 초청해 ‘하우스 콘서트’를 연 뒤 8차례나 이어가고 있다. 조 대표는 “클래식 악기를 처음 본 시민들도 차를 마시며 편하게 음악을 듣는 자리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음악을 통해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부각하는 노력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 5월엔 나주 출신의 월북 음악가이자 ‘엄마야 누나야’의 작곡자인 고 안성현(1920~2006)씨를 기리는 음악회를 열었다. 조 대표는 “지역과 도시간 문화 수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시민들과 전문 연주자들이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다”며 “실력있는 음악인들이 땅 한 평씩 사서 자연을 지키는 환경운동처럼 지역을 위해 문화적 재능을 기증하는 ‘문화트러스트’ 운동에 동참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글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나주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