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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화려한 지방을 위하여

by 호호^.^아줌마 2009. 9. 26.

화려한 지방을 위하여

조선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정인서


KTX가 현재는 서울에서 목포까지 3시간 30분이 걸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게 무슨 고속철이냐고 반문한다. 지난 7월 호남고속철 사업 첫 삽을 떴는데 2017년에 완공되면 서울에서 목포까지 1시간 46분, 광주까지는 1시간 33분이란다. 이 정도는 돼야 제법 고속철 명함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주말 대구의 기업인들이 광주에 왔다. 광주의 한국산학협동연구원과 대구의 산학연구원간에 상호방문 교류행사다. 올해로 7번째다. 광주테크노파크 등 광주지역 주요 연구시설을 견학하고 세미나도 가졌다. 저녁에는 식사도 함께 하고 다음날에는 함평 나비엑스포공원도 관람했다. 1박2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보람찬 시간이었다.

이제 지방은 영남과 호남 뿐

광주와 대구지역 기업인들간에 지역기업의 발전을 위해 우의도 쌓고 대화도 나누며 함께 하는 자리였다. 아직은 구체적인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구축하지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다.

저녁 식사자리이다. 대구의 한 기업인이 건배사를 했다. 이제 충남은 수도권에 들어가고 남은 지방은 호남과 영남뿐이다. 우리끼리라도 단결하여 희망을 갖자면서 힘찬 외침이 있었다. "화려한 지방을 위하여!” 모두가 다 큰 소리로 따라 외쳤다. 그렇다. 더 이상 영호남간에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중앙에 의존하지도 말고 기대하지도 말고 지방끼리라도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자는 뜻으로 들린다. 늘 우리는 호남만 어렵다고들 하는데 대구도 꽤나 어렵다. 그러니 ‘화려한 지방’을 찾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앞에 앉아 계신 대구의 한 기업인에게 말했다. 정말 좋은 말이죠. 예, 그러네요.

뒤이어 옆자리에 계신 분이 말했다. 우리는 이리 좋은데 왜 정치는 서로 앙숙인고. 그러게요. 정치인들이 지그네 권력 차지할라고 지방 민심을 조작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영호남간에 이간질시켜서라도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죠. 그네들은 냅두고 우리끼리 잘해봅시다. 소갈머리 없는 정치 이야기하다가 우리 술맛 떨어져요.

내년 선거가 그리 멀지 않았다. 여기저기 출마예상자들이 인사하러 다니고, 신문지상에 유난히 얼굴이 더 많이 나오고, 각종 포럼에 정치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것도 모자라 “무슨무슨 포럼”이라는 이름뿐인 친위대를 만들어 행사를 벌이곤 한다.

심지어는 신생정당도 만든다. 우리 정치에는 뿌리도 없고 역사성도 없다. 그저 정치인 보스 하나 잘 만들어 그 꽁무니 좇아서 줄을 잘 서면 의원 자리 하나 꿰차고 그렇지 못하면 다른 정당과 합당하여 다른 자리라도 눈을 흘긴다. 그러니 지들 마음대로 창당했다가 없앴다가 이름을 바꾸었다가 뛰쳐나왔다가 다시 돌아갔다가 또다시 나왔다가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도 하려는 꾼들이 인사하러 다닌다.

정치인 얼굴에 분칠하는가

그런데 지역신문들도 이런 정치인들의 놀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적당히 작당을 한다. 매섭게 비판하는 데는 이제 한계에 달했다. 필자가 이렇게 말하면 어떤 지역신문 기자가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다. “너나 잘해!” 나 혼자 잘하기는 어렵다. 영호남 기업인들이 단결하자는 것처럼 지역신문들도 한다면 정치인들의 몹쓸 작태를 꾸지람하기에 충분하다. 지역신문들이 비판 기능없이 정치인들의 얼굴에 분칠해주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물론 정치는 매우 중요하다. 나라를 움직이고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역할을 ‘그네들’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만 놔두자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고 관심을 두자니 참으로 가관이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그래서 한심스럽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 게다. 언론이라도 한심스럽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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