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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이야기

여성칼럼 …야자앵무 오징어

by 호호^.^아줌마 2010. 2. 8.

여성칼럼 야자앵무 오징어

 

김현임

 

호가호위(狐假虎威)라던가. 영락없이 호랑이를 배경 삼아 거들먹거리는 여우 꼴이 대다수다. 결국 이리저리 인맥을 총동원해 불러들인 그럴듯한 인물들, 그들을 내세운 건 대중 현혹용 세 과시가 목적이란다. 선거를 앞두고 빈번한 후보들의 출판기념회에 대한 지적이다. 애초부터 여론을 향한 홍보 전략용으로 제작된 책이니 미사여구에, 과대 포장이 어찌 없을까.


그런데도 읽다보면 공감의 고개 끄덕여지는 구절이 적지 않다. 한 후보가 쓴 글에서는 비장한 사명감마저 엿보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애정과 관심으로 꼼꼼히 읽어 내리다 발견한 그런 대목에선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른다.


순간 문득 스치는 성경 속 오병이어(五餠二魚)의 일화다. 잘 다스린 치세의 파급 효과에 이만한 비유가 있을까. 예수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여명을 먹이고도 남은 빵이 열 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는 신약성서의 놀라운 기적에 얽힌 이야기다.


일찍이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에서 고대 셈어, 이집트학, 아시리아학을 공부, 수메르어로 학위를 받은 뒤 십여 년간을 히브리대학에서 봉직한 저자의 경력에 힘이 실린다. 어쨌든 성서학의 국제적 권위자로 인정받은 그가 전하는 마르코 복음서 6장의 진실이다.


숫자를 뜻하는 오천은 ‘아메쉐트 알라핌’, 이를 ‘하메쉐트 알루핌’으로 읽으면 조직의 주요 구성원을 이른다. 하니 다섯 명의 대표를 뜻하는 ‘다섯 천부장’이 정확한 해석이라는 주장이다. 저 유명한 사해 두루마리 등의 옛 전적들을 성서와 하나하나 대조하면서 예수의 생애를 재해석하고 히브리, 아람어로 된 당대 문헌을 꼼꼼히 되짚어 내린 그의 결론은 이 부분이 명백한 오역(誤譯)이란다.


오병이어 기적의, 외딴곳 그 많은 군중들을 어떻게 먹이느냐는 제자들의 질문이나, 다 먹이고 남은 빵과 물고기가 열두 광주리에 기득 찼다는 복음서의 얘기는 그르친 해석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후대에 추가되고 윤색된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회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문양 아니던가. 유구한 역사 속 기적의 상징인 두 마리 물고기 형상의 유래가 틀리게 기록한 모음 몇 개가 빚은 실수의 산물이라니!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게 정치가의 능란한 언변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기사 한 켠에 실린 희귀한 물고기다. 몸에서 투명하지 않는 부위가 유일하게 눈뿐인 심해 어종이다. 내용물이 훤히 보이는 비닐팩 형상, 야자앵무라는 이름의 이 오징어는 발광기관인 발광포를 이용해서 눈만은 보이지 않게 위장한단다. 적과 먹이와 위험을 살피는 눈만 불투명하다는 이 어족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건 무얼까.


정치란 누구나 공평하게 두루, 함께, 더불어, 소외감 없이 편안한 삶을 누리게 하는 고도의 기술 아닌가. 후보들의 능력과 실체를 제대로 가려내기란 9할이 수면 밑에 가라앉은 걸 예측하고 나아가는 저 남극의 쇄빙선 행보처럼 조심스럽다. 우리가 선택할 단 한 사람, 그는 뱃속 위장까지 훤히 비치되 민심을 살피는 눈만은 지혜롭게 감추는 야자앵무 오징어 닮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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