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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이야기

총선 지역구 여론조사 방법론 검토...중앙일보 신창운 전문기자

by 호호^.^아줌마 2012. 2. 23.

총선 지역구 여론조사 방법론 검토

 

 

 
4.11 국회의원 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역구 단위로 수많은 여론조사가 실시 보도될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총선은 245개에 달하는 지역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여론조사 방법론과 정확성 측면에서 가장 까다로운 시험대입니다. 매번 그랬고, 이번 총선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과연 어떤 방법이 가능할까요.
 
먼저,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집 전화 RDD'가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것이 RDD(Random Digit Dialing; 임의번호 걸기)입니다. 이전엔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가구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까닭에 상당수 비중의 미등록 가구 응답자가 제외된 상태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전문가에 따라 평가가 조금씩 상이하지만, RDD를 통해 집 전화 가구 응답자 70~80%를 포괄할 수 있다고 합니다.
 
RDD 도입 이전에 비해 표본의 대표성이 훨씬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집 전화로 포괄할 수 없는 응답자가 여전히 제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령, 집 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가구 응답자, 외부 활동이 많고 귀가시간이 늦은 저연령층 응답자, 인터넷 전화(070) 사용자 등이 조사대상에서 빠지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몇 차례 실시된 재보궐선거 때 적용됐던 집 전화 RDD가 여전히 여당 혹은 보수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조사가 필요한데... 인터넷 조사는 표본의 대표성 문제 때문에, 휴대전화 조사는 법적 제도적 문제 때문에 조사의 실효성이 없거나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게 현실입니다. 그 결과 정당은 물론 학계, 조사업계, 언론계조차도 총선 지역구 여론조사를 실시하는데 있어서 집 전화 RDD 외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집 전화 RDD의 대안... 휴대전화 패널 활용
 
'집 전화 RDD+휴대전화 패널'은 이런 인식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 중 하나입니다. 온라인 패널조사를 기반으로 한 몇몇 마케팅 조사전문기관이 확보하고 있는 휴대전화 패널을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휴대전화 패널 단독조사 만으로 총선 지역구를 감당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많습니다. 20~30대 저연령층 비중이 너무 많고, 여성 비율도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고연령층 비율이 높고 외부 활동이 저조한 집 전화 응답자와 결합할 경우 현실 적합성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중앙일보가 1월 2일자로 보도한 총선 관심 지역구 15곳 여론조사는 이 방식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 방식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전체 휴대전화 소지자를 대표할 수 없다는 것은 근본적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집 전화와 휴대전화 둘 다 소지하고 있는 응답자의 경우 집 전화 혹은 휴대전화만 소지하고 있는 사람에 비해 표본으로 뽑힐 가능성이 더 높은 것도 단점으로 지적돼야 합니다. 집 전화와 휴대전화 응답자를 성별 연령대별, 조사시간대별 어떤 비율로 배합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론적 논의가 경험적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입니다.
 
셋째, '휴대전화 RDD'의 도입 가능성입니다. 아시다시피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 가입률 증대로 휴대전화 RDD 방식의 파워와 적합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 조사의 경우 집 전화 RDD에 비해 이론적 적합성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총선 지역구 단위에서의 적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단점이지만, 전 지역구를 대상으로 할 경우엔 충분히 도입 가능한 방식으로 상정할 수 있습니다. 비용 측면에서나 조사방법적 측면에서 말입니다.
 
아직은 이론적 논의 혹은 실험적 단계의 방식입니다. 실사(Fieldwork) 과정에서 미리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점이 돌출될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이 과대 혹은 과소 표집될 가능성이 있고, 조사 협조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전 지역구 대상 출구조사의 의미
 
마지막으로 '출구조사+전화 여론조사' 혹은 '출구조사'입니다. 출구조사와 전화 여론조사를 병행한 총선 예측은 16대(2000년) 이래 방송 3사가 매번 채택했던 방식입니다. 사전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구별 경합도를 측정하고, 경합도가 높은 지역구를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해 최종 결과를 예측하는 방식이죠. 문제는 경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구, 즉 전화 여론조사를 통해서만 최종 결과를 예측한 곳에서 오류가 적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결과 전체 판세 예측에서 실패를 거듭했고요.
 
그래서 나온 방안이 전 지역구 대상 출구조사 방식입니다. 방송 3사가 60억 원을 투입해 이번 총선 결과를 예측하겠다는 바로 그 방식입니다.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지만, 사전 전화 여론조사도 거의 생략하겠다는 생각인가 봅니다. 물론 각 방송사 정치부 차원에서 단편적 여론조사가 이루어지겠지만, 과거 총선과 달리 그것은 출구조사를 통한 최종 예측과 무관한 것입니다.
 
전화 여론조사에 여전히 문제가 많다는데 동의합니다. 네 번의 총선 예측 실패를 만회하겠다는 의지에 대해서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출구조사에 모든 것을 거는 이런 방식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예측에 성공한다고해서 여론조사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래서 부럽기도 하지만... 오히려 딱하다는 생각이 더 많습니다.

 

출처 :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 신창운 블로그(http://blog.joinsmsn.com/scw1309/125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