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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의시인

보리앵두

by 호호^.^아줌마 2012. 6. 15.

 

보리앵두

 

오, 남도의 유월은

이 얼마나 앙징맞고 고혹적이냐

이렇듯 알알이 익어가는

보리앵두알처럼...

 

힘겨운 이놈의 보릿고개

가난한 집 처녀의 앙다문 입술끝

번지는 핏빛처럼

보리앵두알은 그렇게 붉고나

 

 

새콤달콤

보리앵두

 

 

 

퇴근 무렵,

큰딸 친구네 집에서 앵두따러 오라는 전갈이 와서

무슨 앵두를...

하고 찾아갔더니 복숭아밭 한 켠에 보리앵두나무 두 그루가 있는데

푸른 입사귀 가지가지마다

붉은 앵두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겁니다.

 

정신 없이 따 먹고

한 바구니 따 와서 씻으면서 또 먹고...

그리고 남은 건 어떻게 할까 고민 끝에

설탕과 버무려 병에 담아두었습니다.

 

아, 그 빨간 진액이 우러나왔을때

그빛은 또 얼마나 고울까.

 

 

 

 보리앵두 먹는 법

                                              

                                                       이정록 

 

앵두를 오래 먹는 법은 따먹지 않는 거다

한 주먹 우물거려도 앵두씨나 가득할 것을

싸돌아다니는 닭들 목구멍이나 막히게 할 것을

툇마루에 그림자 하나 앉혀놓고 눈으로 먹는 거다

보리알만해진 눈곱 곁에 앵두알 눈동자를 지우는 거다

눈동자 속으로 날아드는 새들의 노랫소리까지 받아먹는 거다

앵두 뺨을 훔치는 소만 망종의 달빛까지 핥아 먹는 거다

앵두 뺨과 앵두 이파리의 솜털이 내 귓볼에도 돋아나게 하는 것다

그리하여 달빛 앵두인 양 날 훔쳐보는 사람 하나 갖는 거다

나 몰라라 슬그머니 앵두 이파리 뒤쪽에 숨어

혼자 날아온 새처럼 깃이나 다듬는 거다

처음 만나는 눈길인 양 쌍꺼풀만 깜짝이는 거다

돌아앉아 앵두가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나직이 우는 거다